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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종말 60초 전...국립극단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이 공연Pick]

등록 2022.06.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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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립극단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6.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극단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6.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지구 종말 60초 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무시무시한 상상을 가정한 리허설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국립극단이 올해의 동시대적 화두로 정한 '기후위기와 예술'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른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이다.

지구 수명을 24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마지막까지 60초가 채 남지 않은 상황의 우리에 대해 조명한다.

사실 기후 위기 문제는 오래된 화두다. 인류 문명이 발달하고 산업 개발이 이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로 인한 경고는 계속돼왔다. 그래서 혹자는 기존의 구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라고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예상을 보기좋게 벗어난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극은 기후 위기를 무겁게 다루거나 관객들에게 교훈적으로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인 연출자가 이 무대를 올리기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한다. 극을 쓰면서 했던 자신의 고민을 고백하듯 털어놓는다. 환경운동가들의 연설문을 찾아보고 강연을 듣고 책을 들춰보지만 계속 실패한다. 그 과정을 무대 위 배우들이 작가가 되어 번갈아가며 담담하게 생각을 풀어낸다.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기후 위기 문제, 그 비슷한 생각에 관객들도 자연스레 공감대를 형성한다.
[서울=뉴시스]국립극단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6.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극단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6.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렬로 선 배우들은 인류의 진화를 그려내고 기계음으로 가득찬 현대 문명 사회의 발전이 스쳐간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공장들 그리고 해수면 상승, 우린 아직 직접 겪지 않았지만 지구 어딘가에선 현실이다.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언급됐던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부터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연설했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까지 '기후비상사태'를 강조해온 목소리들이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당장 체감하긴 쉽지 않다. 잘 써지지 않는 대본을 들고 광주로 떠난 작가는 지인을 만난다. 지인은 최근 벌어진 사고 현장을 함께 가보자고 제안한다. 광주에서 일어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이었다.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의 빨리빨리 속도전은 노동자의 안전을 무너뜨렸고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극은 기후위기를 부르는 요인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길가에서 본 '유류세 인하' 글씨를 '인류세'로 착각한 작가의 시선은 우리의 현실일 수 있다. '나의 위기에 기후 위기는 없었다'는 자성과 '기후 위기 논의에 나 같은 건 없었다'는 회의가 공존한다.
[서울=뉴시스]국립극단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6.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극단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6.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럼에도 행동하고, 경험한다. 사실 우리 가까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작가는 환경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곳들을 방문하는 환경운동가들 모임을 찾아간다. 신공항 건설 논란이 있는 가덕도, 경주 월성원전, 새만금 수라갯벌, 인천 영흥도 등을 찾은 현장 사진과 그곳에서 느낀 단상들을 관객들과 공유한다.

'어둠. 완벽한 어둠.' 공연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몇 번의 암전이 발생한다. 어둠이 불러오는 효과는 인상적이다. 컴컴한 공연장은 이른바 '무(無)'의 상태가 된다. 기후 위기로 종말을 맞은 상황을 암시하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안기며 자연스레 상상과 생각을 펼치게 한다.
[서울=뉴시스]국립극단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6.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극단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6.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극장을 팝니다', '창조경제' 등 다큐멘터리 극을 주로 만들어온 전윤환이 작·연출을 맡았다. 공연은 취지에 맞게 제작 과정부터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무대 세트, 의상, 소품 등을 가능한 재활용하고 대중교통 이용 등 배우와 스태프 전원이 동참했다. 관객들에게도 관람일에 교통 수단을 묻는 탄소발자국 측정 설문조사를 보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연계 탄소발자국 절감을 위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환경의 날인 5일에 막을 내린다. 서울 명동예술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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