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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잔에 '그리움' 안주 찐한 맛…연극 '돌아온다'[이 공연Pick]

등록 2022.06.02 14: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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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

무대 중앙 현판에 쓰인 글귀는 연극 '돌아온다'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향수를 자극한다. 일상에 치여 '그리움'을 잊고 살았던 관객들의 마음을 슬그머니 두드린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감성과 웃음을 버무렸다.

여느 드라마, 영화에서 본 듯 어딘가 익숙한 느낌도 있다. 그야말로 한국적인 정서를 푹 담갔다. 각자 아픈 상처를 하나씩 가진 이들은 '돌아온다'라는 허름하고 작은 식당을 찾아 막걸리 한잔을 나눠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시원하게 욕을 내뱉는 욕쟁이 할머니부터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선생, 집 나간 필리핀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 식당 인근 야산의 작은 절에 새로 온 주지스님 그리고 구천을 떠돌며 서로를 애타게 찾는 귀신 부부까지 이 식당에 찾아든다. 돈을 요구하며 막말을 하는 아들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차마 꾸짖지 못하는 식당 주인도 그만의 사연이 있다.

바깥으로 쉽게 내뱉기 어려운 각자의 상처가 하나씩 꺼내어진다. 여선생은 아이가 어렸을 적 물에 빠져 말이 어눌해졌던 사고를, 주지 스님은 반항심에 집을 박차고 나왔지만 출가 이후 연락이 끊긴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식당 주인도 치매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를 잃어버린 후 아들이 돌변하게 됐다며 후회의 말을 꺼낸다.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겉으로 담담한 척했지만 지나간 삶 속 후회와 그리움을 토해내는 무대 위 인물들에 우리 자신이 이입된다. 마음속에 묻어있는 서랍 속 이야기는 다 다르겠지만 각자가 식당 주인, 주지스님, 여선생이 된다. 닫혀있던 문을 살며시 열어보며 인생의 어느 한구석을 되짚어보게 된다.

희망은 때로는 좌절로 변한다. 여선생은 울분을 토해내며 식당 액자에 걸린 글을 찢어버린다. 모두가 원하는 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게 사실 현실이다. 하지만 또 우연을 통해 믿기지 않는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다. 인생을 돌릴 순 없으나 때로는 기적을 바라는, 그 마음을 담아 관객들에게 따뜻한 상상을 선물한다. 또 곁에 있는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보듬어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돌아온다' 공연 사진.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예술의전당 제공) 2022.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브라운관으로 친숙한 배우들이 총출동해 무대로 가까이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이자 직접 출연도 하는 배우 김수로는 정극은 물론 코미디에도 익히 능한 만큼 청년 역으로 술 취한 연기를 맛깔나게 소화한다. 극 중 소소한 슬랩스틱과 유희 섞인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돋운다.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진한 부성애 연기로 존재감을 보여준 최영준도 주지스님 역을 맡아 유머를 보이면서도 숨겨진 속 이야기를 풀어낼 땐 먹먹함을 안긴다. 재연부터 함께해온 강성진과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박정철은 식당 주인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8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홍은희와 첫 연극 도전인 이아현은 여선생 역으로 극의 조화를 이룬다.

중장년층 관객이 많은 것도 이 극의 특성이다. 덧붙여 10분 전엔 입장하길 권한다. 객석에 불이 켜진 상태로 식당 영업 준비를 하는 배우들은 관객들의 관찰 대상이 되며 소소한 재미를 준다. 시작 직전 마스크 없이 연극을 볼 날이 돌아오길 바란다는 목소리 인사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2015년 초연 이후 주로 소극장에서 선보여왔지만, 이번엔 대극장 무대로 옮겨왔다. 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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