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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살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감성의 슈베르트로 사로잡다[이 공연Pick]

등록 2022.06.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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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9·11일 안동·울산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2.06.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2.06.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76세의 피아니스트는 흔들림이 없었다. 느릿한 걸음에 옅은 미소를 보인 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긴 세월의 내공을 어김없이 발휘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거장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지난 4일과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다. 베토벤 작품의 연주사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2019년 6년 만의 내한에 이어 2021년 베토벤 작품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고, 올해 베토벤과 함께 슈베르트, 브람스를 들고 돌아왔다.

60년 넘는 세월 동안 천착한 베토벤이 그의 이름을 가장 먼저 수식하지만, 이번 공연은 그에게서 슈베르트의 낭만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첫날 1부의 끝을 장식한 슈베르트의 '네 개의 즉흥곡, D. 935'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선율로 공연장의 숨결을 매만졌다.

마음을 더 두드린 건 화려함이나 웅장함보다 자연스레 스며드는 편안함이었다. 거장의 유려한 손놀림에서 피어난 감성적인 선율이 아늑한 낭만의 시간에 빠지게 했다. 객석에서 터져 나온 휴대폰 소리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했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2.06.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2.06.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가볍게 건반을 터치하며 시작한 곡은 애수를 품은 서정적인 음률을 선보였다. 초반부엔 왼손이 오른손을 넘나들며 고음역과 저음역을 다채롭게 펼쳐냈고, 후반부엔 생동감을 띠며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마지막은 통통 튀어 오르는 스타카토부터 물결치듯 고음과 저음을 오르내리는 두 손의 역동성이 돋보였다.

30분의 시간이 오히려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음날 공연은 슈베르트의 음악만으로 채워졌다.

2부를 수놓은 베토벤의 곡은 주특기이자 그의 명성답게 분명했고, 깔끔했다. 짙은 음색의 힘찬 음악을 들려주며 슈베르트와 또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음을 아주 짧게 끊는 스타카티시모로 투덕거리는 남녀 대화처럼 그려내는 피아노 소나타 10번은 날아가듯 높은음으로 상승하는 마무리로 흥미를 자아냈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 후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2.06.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 후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2.06.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은 그 이름과 같은 노장의 '열정'을 담아냈다. 쉴 새 없이 분주한 두 손의 어우러짐은 춤추는 베토벤의 음표를 공연장에 펼쳐냈다.

미스터리한 음조로 장대하게 시작한 곡은 묵직하면서도 극적인 느낌을 안긴다. 감정을 토해내듯 격정적인 선율이 나래를 펼치는 1악장이 관객들을 매혹하며 이 곡으로 잡아끌었다. 이어 마음을 다스리듯 잔잔해졌다가 다시 빨라지며 곧장 3악장으로 향하고, 요동치는 마음처럼 긴박하고 역동적인 절정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노장의 품격이 느껴지는 연주로 오롯이 음악에 집중하게 한 부흐빈더는 앙코르도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선물해 재차 감탄을 불렀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3악장과 슈베르트 즉흥곡 D.899 No.4로 그 깊이와 여유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마친 후 로비에서 사인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2.06.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마친 후 로비에서 사인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2.06.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코로나19로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사인회가 등장해 관객들의 즐거움을 더했다.

공연이 끝난 후 곧바로 로비에서 이뤄진 사인회에서 부흐빈더는 한명 한명 눈을 맞추며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관객들도 사인을 받고 셀카를 함께 찍으며 오랜만의 사인회에 반가워하고 설레했다. 부흐빈더 역시 길게 늘어선 줄에도 1시간 가량에 걸쳐 한 명도 빼놓지 않고 팬들과 소통하며 그 시간을 즐겼다.

오는 9일엔 안동문화예술의전당, 11일엔 울산 현대예술관을 찾는다. 프로그램은 4일과 동일한 브람스, 슈베르트, 베토벤을 들려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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