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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앞두고 각 세운 오세훈, 서울시-전장연 갈등 지속?

등록 2023.01.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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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 기자간담회서 "전장연, 사회적 약자 아냐" 발언

내달 2일 단독 면담 예정…지하철 시위 지속 여부 관심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신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1.3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신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1.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평행선을 달리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마침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하지만 면담에 앞선 지난 30일 오 시장이 서울시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전장연을 향해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고 규정하는 등 날선 발언을 이어가면서 벌써부터 만남의 소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1일 시에 따르면 오 시장과 전장연은 다음달 2일 오후 단독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달 가까운 줄다리기 끝에 잡힌 일정이다.

면담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4일이다. 당시 전장연이 오 시장과의 면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오 시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면담을 위한 전장연과 서울시의 총 5차례(서울교통공사 4회·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1회) 실무 접촉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없었고, 전장연이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의 합동 면담을 거절하면서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

멀어지는 듯 했던 오 시장과 전장연의 대면은 전장연의 단독 면담을 시가 수락하면서 전격 성사됐다.

관심은 어렵게 마련된 자리에서 오갈 대화에 쏠린다.

전장연을 향한 서울시의 견해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확실히 드러났다. 오 시장은 "전장연이 초점을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동권과 관련해 이미 충분한 시설 확충을 약속한 상태에서 이제는 예산으로 몽니를 부린다는 것이 오 시장의 시각이다. 오 시장은 탈시설 예산 확충을 위해 지하철이 볼모가 된 시위를 이어간다면 더 이상 전장연에 관용을 베풀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공언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 국회 예산안 심사시 장애인 권리 예산을 1조3044억원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회는 이중 0.8%인 106억원만 반영했다. 정부 예산의 경우 서울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이와 관련한 유의미한 논의는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

오 시장은 "장애인 권리 예산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거기에는 찬반양론이 있는 탈시설 예산이 70~80%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전장연이 지금 지하철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탈시설 예산을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 정부가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내달 2일 면담을 갖게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지하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차 탑승 없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23.01.2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내달 2일 면담을 갖게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지하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차 탑승 없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23.01.27. [email protected]

이어 오 시장은 "서울시는 10년 정도 탈시설 예산을 충분히 반영했다. 서울시의 탈시설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은 더 이상 안 나온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매우 모순되는 시위 행태"라면서 "정부가 편성해 주길 바라는 편의시설 증액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서 서울시의 지하철을 세우는 형태의 시위가 이제 더 이상 용인돼서 되겠는가"라며 면담시 이 대목을 지적하겠다고 예고했다.

탈시설은 장애인 단체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주제다. 서울시가 그동안 전장연과의 단독이 아닌 여러 단체들과의 합동 면담을 고집한 것도 이처럼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다음 달 2일 전장연의 요구대로 단독 면담이 진행되지만, 서울시는 같은 날 전장연과 견해가 다른 타 단체도 만나 이들의 주장도 경청할 생각이다. 오 시장은 "그런 자리를 통해서 전장연이 이동권이나 탈시설 관련 주장으로 시위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얼마나 부당한지 알릴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의 소송전 역시 별다른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공사는 2021년 1월22일부터 11월12일까지 전장연이 벌인 7차례 지하철 불법 시위로 피해를 봤다며 3000만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냈다. 공사는 청구액을 5145만원으로 상향하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이달 법원에 제출했다.

이와 별개로 공사는 2021년 12월부터 약 1년간 총 75차례 시위를 두고 전장연과 박경석 대표를 상대로 6억145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새롭게 제기하면서 전장연을 압박 중이다. 공사와 전장연은 법원의 두 차례 조정을 모두 거부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이 본인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지하철 지연을 수반하는 시위에 임한다면 서울시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면서 "이미 발생한 손해액에 대해서는 반드시 소송을 통해서 손실보상, 손해배상을 받을 생각"이라며 진행 중인 소의 취하는 없을 뜻을 시사했다.

어느 한 쪽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을 떠나 시민들의 지하철 이용 불편이 지속되는 것은 오 시장에게도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오 시장이 그동안 반대했던 단독 면담에 응하기로 한 배경 역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면담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지만, 양측의 골이 너무 깊다. 우선 전장연은 대화를 통한 해결 방안 마련 전까진 혜화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지 않는 선전전만 진행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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