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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책 연출 "창극 '심청가', 맛있는 소리 하나도 빼놓지 않았죠"

등록 2023.09.18 18: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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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연습 사진. (왼쪽부터) 심봉사 역의 유태평양, 어린 심청 역의 민은경.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연습 사진. (왼쪽부터) 심봉사 역의 유태평양, 어린 심청 역의 민은경.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아이고 아버지, 아버지!"

공양미 삼백석을 마련하고 심봉사의 곁을 떠나게 된 심청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 곁에서 마지막 큰절을 올리다가 목 놓아 외친다.

간밤에 심청이 큰 수레를 타고 끝없는 바다로 가는 묘한 꿈을 꿨다며 길조라고 하던 심봉사는 딸의 오열에 화들짝 놀란다. 심청은 "불효여식 청이가 아버지를 속였다"며 공양미 삼백석에 뱃사람들에게 몸이 팔렸다고 사실을 고하고, 심봉사는 이렇게 보낼 순 없다고 목메어 울다가 쓰러진다.

창극 '심청가'가 4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추석 연휴를 앞둔 오는 26일부터 10월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한다.

손진책 연출은 18일 서울 중구 국립창극단 연습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판소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리"라며 "가장 맛있는 소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심청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연습 사진. (가운데) 어린 심청 역의 민은경.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연습 사진. (가운데) 어린 심청 역의 민은경.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18년 초연한 이 작품은 창극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김성녀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의 임기 끝 무렵에 제작됐다. "판소리 본질에 충실한 창극"을 내세우며 김 예술감독의 남편인 손 연출이 극본과 연출을,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맡았다.

그는 "김 예술감독은 창극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가운데 창극 본래의 틀을 가진 작품 하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라며 "'심청가'는 판소리의 맛과 멋이 충분히 있는 작품인 만큼 2시간 조금 넘게 소리를 편집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연습 사진. (왼쪽부터) 황후 심청 역의 이소연, 심봉사 역의 유태평양.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연습 사진. (왼쪽부터) 황후 심청 역의 이소연, 심봉사 역의 유태평양.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5시간 넘는 전체 사설 중 핵심만 택해 2시간여로 다듬었고, 일부 대목을 합창으로 변형하며 소리를 재구성했다. 그중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 부르는 '범피중류' 등 수십 명 소리꾼의 웅장한 합창으로 선보이는 장면이 백미로 꼽힌다. 무대는 목재 평상과 의자, 담장 몇 개로만 이뤄져 장면마다 징검다리, 뱃머리 등으로 변화한다. 소품도 부채가 거의 전부로, 심봉사의 지팡이부터 뱃사공의 노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손 연출은 "'심청가'는 판소리 자체가 창극이 되는 구조"라며 "판소리의 힘은 엄청나다. 그 힘을 가장 증폭시키는 수단으로 합창을 많이 넣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연습 사진. (가운데) 도창 역의 김금미.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연습 사진. (가운데) 도창 역의 김금미.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4년 만의 공연이지만 극의 근본적인 틀이 변한 건 없다. 소리가 도드라지는 만큼 다른 걸(무대, 소품 등) 감추고 축소하는 게 특징"이라며 "서양 연극의 틀에 우리 소리를 입힌 게 아니라 순수한 우리 연극이자 판놀음 형식의 재미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창극 '심청가'뿐만 아니라 최근엔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로 오페라 첫 연출에도 나선 손 연출은 춤, 노래, 연극이 한데 어우러진 한국식 연극인 가무악극 개척과 대중화에 일생을 바쳐왔다.

그는 "공연은 소통이다. 배우의 에너지와 관객의 에너지가 부딪치는 걸 보는 게 연극을 만드는 재미이자 예술의 목적"이라며 "마당놀이나 뮤지컬, 창극이나 오페라 모두 다르지 않다. 모두 소통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손진책 연출이 18일 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손진책 연출이 18일 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2023.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린 심청' 역은 민은경, '황후 심청' 역은 이소연, '심봉사' 역은 유태평양이 맡는다. 극의 해설자 격인 '도창'으로는 안숙선 명창과 유수정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에 이어 이번 공연에선 창극단 중견 배우 김금미가 새롭게 나선다.

김금미는 "도창 캐릭터는 역사성이 있고, 명창이자 인간문화재 선생님들이 맡아온 만큼 굉장한 무게감이 있다. 이에 맞승부를 해본다는 생각으로 도전정신을 갖고 하고 있다. 평생 소리를 해온 사명감을 되새기며 참신한 소리를 해보자는 마음가짐"이라며 "도창은 이 작품에서 퇴장이 없는데 튀지 않으면서 소리의 맥을 부드럽게 연결하고 활기차게 장을 넘어가도록 하는 역할로 고민했다"고 말했다.

열다섯살 심청을 연기하는 민은경은 "'심청가'가 창극이지만 완창의 축소판 같다. 소리의 원형을 그대로 가져가며, 오리지널이 갖고 있는 판소리의 멋을 들을 수 있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20대부터 심봉사 역을 해온 유태평양도 "지난 공연엔 눈을 감고 연습했지만, 이번엔 눈을 뜬 상태로 연기한다. 판소리의 본질과 힘에 집중하다 보면 눈이 멀었다는 걸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저도 모르게 자연스러워진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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