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덕문스님 "사찰은 우리 모두의 것…음악회도 열고 요가도 하는 이유죠"[문화人터뷰]
'화엄 문화제' 개최…"행복한 축제의 장"
"절은 열린 공간…국민들이 와서 쉬어갔으면"
화엄사, '비건버거' 개발도 화제
로얄티 수익 100% 불우이웃 돕기· 환경단체 지원
[서울=뉴시스] 대한불교 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 대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사진=화엄사 제공) 2023.10.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구례=뉴시스] 이수지 기자 = "사찰 주인이 스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거든요."
대한불교 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 대화엄사에서 만난 주지 덕문스님은 "절과 사람들을 자꾸 친해지게 하려고 음악제도 하고 잘 안 어울릴 것 같은 요가도 진행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서 깊은 화엄사가 요즘 '야단법석'이다. 홍매화축제, 모기장영화음악회, 세계요가의날 기념 요가대회, 야간개방 하야몽, 화야몽 등을 연 데 이어 최근 비건버거까지 출시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엄사는 지리산 자락에 있는 천년 고찰이다. 544년 연기조사가 창건했다고 라며 절 이름을 화엄경(華嚴經)의 화엄 두 글자를 따서 붙였다.
처음에는 해회당과 대웅상적광전만 세워졌다. 그후 643년(선덕여왕 12년) 자장율사가 증축했다. 875년(신라 헌강왕1년)에 도선국사가 또 증축했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630년(인조 8년)에 벽암선사가 절을 다시 세워 7년만인 인조 14년(1636년)에 완성했다.
덕문스님은 "세상과 종교와 다른 나라와 역사와 모든 것이 다 조화롭게 이뤄졌을 때 가장 행복한 삶이 되고 그 세계가 극락세계라는 것이 화엄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불교문화 행사를 열고 있는 바탕이다. "그 부분을 실현시키기 위해 화엄사가 창건됐듯 지금 21세기에서 가장 우리가 중요하게 화두로서 전달할 수 있는 언어가 화엄이라는 생각에 다양한 행사를 하게 된 것이지요."
화엄사에서 6일부터 8일까지 여는 '화엄 문화제'는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사람들이 몰려 활기찬 분위기는 21세기 종교의 의미를 다시 보게 했다.
이번 화엄문화제에는 화엄사 비건버거 시식과 출시를 비롯해 꽃스님으로 유명한 범정스님과 함께하는 '구례 사찰 명상순례 길' 걷기대회, 화엄사 홍보대사 마리엘과 함께하는 '어머니의 길 걷기대회', 퓨전국악으로 구성된 화엄음악회 등이 열려 사찰을 찾은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행복한 축제의 장처럼 보였다.
'화엄사가 축제의 장' 같다고 하자 덕문스님은 "사찰이 열린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는 뜻을 전했다.
"사찰에서 점심밥 먹을거야 하는 사람에게 사찰은 왜 밥먹냐고 묻지 않습니다. 점심시간을 맞춰서 오면 언제든 공양할 수 있어요. 하룻밤 쉬어갔으면 좋겠다하면 왜 쉬러왔냐 묻지 않아요. 다만 오늘 방사가 있는지 여건을 말해주지 안된다 하지 않습니다. 사찰은 항상 열려 있으니 국민들이 와서 쉬어갔으면 좋겠어요."
[서울=뉴시스] 6일 대한불교 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 대화엄사가 개최한 화엄문화제 행사 중 구례 사찰 명상순례 길' 걷기대회에 범정스님(왼쪽)과 함께 참석한 주지 덕문스님(오른쪽) (사진=화엄사 제공) ㅈ2023.10.06.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화엄사는 젊은 세대들과 친한 절이 되어가고 있다. 비건버거 출시로 주목 받은데 이어 SNS에서 '꽃스님'으로 유명한 범정 스님까지 '화야몽' 프로그램에 참여해 더욱 인기다.
덕문스님은 "젊은 사람들이 절을 고리타분한 사찰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방황하고 정체성을 찾고 싶고 세상살이와 사회생활이 두려울 때 잠시 피할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공간이 사찰이었으면 좋겠다. 화엄사는 그런 역할을 할 충분한 여건과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건버거 출시는 젊은 세대에 대한 덕문 스님의 애정이 담겼다. 화엄사 비건버거는 빵, 패티, 치즈, 소스 등 모든 재료를 식물성 재료로 만든다. 콩단백질을 이용한 패티와 쌀을 주 원료로 사용한 번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덕문스님은 정광중고등학교 이사장 시절 학생들과 친해지려고 햄버거를 사줬던 일화를 소개했다. 최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가 광우병보다 더 끔찍한 햄버거병을 일으킨다는 말에 비건버거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서울=뉴시스] 6일 대한불교 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 대화엄사가 개최한 화엄문화제 행사 중 구례 사찰 명상순례 길' 걷기대회에 참석한 주지 덕문 스님 (사진=화엄사 제공) 2023.10.06 [email protected]일 *재판매 및 DB 금지
덕문스님은 "비건버거 개발회사가 화엄사라는 이미지와 명칭을 사용하는 대신 우리 콩으로 우리 쌀로 우리 식재료로 우리 젊은이들에게 건강한 버거를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게끔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 출발점이 됐다"고 했다. 화엄사는 비건버거에 화엄사 이름을 사용하도록 하는 대신 그 로열티로 매출의 1%를 받게 된다.
덕문 스님은 "화엄사 이름을 빌려주는 대신 받는 로얄티 수익 100%를 불우이웃 돕기와 환경단체 지원을 조건으로 계약해 그 수익의 단 1%도 10원도 우리 사찰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며 "제가 화엄사 주지라 해서 사찰 대표자이지 사찰이 내 것이라 생각한 적 없고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화엄사 이미지를 화엄 정신과 맞고 생명존중이란 불교정신에 맞는 곳에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비건으로 즐긴다면 비건버거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부처님 정신, 즉 생명존중 정신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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