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벤처부'라고 말한 장관후보…"기대 반, 걱정 반"[기자수첩]
[서울=뉴시스] 배민욱 기자 = "후보자는 외무고시 출신으로 35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해 왔다. 중기부와는 아무런 연결 고리도 전문성도 없다."(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
"(전문성 우려) 잘 알고 있다. 일정 부분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지난 21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오 후보자에게 35년 경력의 외교관이 700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부처의 장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오 후보자는 야당의 날 선 공세에 진땀을 뺐다. 긴장한 모습도 보였다. 답변 중 부처명을 '중소기업벤처부'라고 실수도 했다.
내정부터 인사청문회까지 전문성 우려는 오 후보자를 지겹도록 따라다녔다. 오 후보자는 1988년 외무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올곧게 외교부에만 몸담았다. 외교통이라는 평가는 오 후보자의 맞춤 정장과 같았다.
중기부 장관에게 외교통이라는 옷은 부자연스럽고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스타트업 경험이 전무한데 정책 이해도가 있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36년간 외교부 경력이 대한민국 중기·벤처의 글로벌화와 수출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대체로 중기부 장관으로써 적임자는 아니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성·적임자 논란에 마냥 갇혀 있으면 안된다. 인사청문회까지 마치고 임명을 앞두고 있는 오 후보자가 스스로 돌파하고 넘어서야 한다.
장관이 된다면 오 후보자는 전문성 우려를 스스로 불식시켜야 한다.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완성할 수 없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많이 보고 듣고 배우려는 자세는 장관 재임기간 내내 함께해야 한다. 중기부 실·국장들을 비롯해 전문가, 국회의원, 국민들의 조언은 물론 쓴소리를 듣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입에 쓴 약이 몸에도 좋다.
현장과 소통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스타트업 현장을 자주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을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 그래야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 탁상공론식 정책은 결국 한계를 드러낸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을 강조한 점은 장관 오영주에 대한 작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세계경제 침체와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내년 한국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기·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과 정책 마련에 힘써 주길 바란다.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 어느 한 곳도 정책과 지원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관으로써 정책적 세심함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납품대금 연동제의 안착, 중소기업 인력난 등 현안은 산적해 있다.
중기부에 대한 위상 강화도 힘써야 한다. 출범 6년이 지나도 중기부의 위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부처 폐지는 물론 개각이 거론될 때마다 중기부는 '단골손님'이다. 오 후보자의 장관 내정을 놓고 중기부 '홀대론'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중기부의 위상 강화는 예산 편성과 부처 주목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실망감과 허탈감을 더 이상 안겨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중기부 장관이 된 오영주는 현장과 소통,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목표를 가슴에 새겨 중심을 잡았으면 한다. 정치적 논쟁에 매몰되지 말고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스타트업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으로 적재적소에 필요한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외교통 출신의 뜬금포가 아닌 진짜 중기부 장관 오영주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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