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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준형 "질풍노도 시기…상주음악가 운명처럼 느껴져"[문화人터뷰]

등록 2024.01.09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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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준형. (사진=금호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니스트 김준형. (사진=금호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지금까지 외면했던 제 부족한 면들을 마주하고, 발전하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준형(27)에게 금호아트홀 2024 상주 음악가 선정은 마치 '운명' 같았다. 김준형은 2021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에 이어 2022년 독일 ARD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은 연주자다. 하지만 독일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어 국내 연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8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만난 김준형은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음악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질풍노도의 시기였다"며 "고민이 가득할 때 상주음악가 제안을 받았는데 운명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가 지난해부터 한국 연주를 시작하게 됐는데 제 문제들을 숨기고, 감추려고 하고 있더라고요. 맞닥트리지 않고….상주음악가 연주가 끝난 후에는 그런 제 못난 면까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아는 음악가에 가까워져 있기를 바랍니다."
피아니스트 김준형. (사진=금호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니스트 김준형. (사진=금호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준형은 올해 금호아트홀 무대에서 '엽편소설'을 주제로 네 번의 공연을 선보인다. 엽편소설은 나뭇잎 위에 쓸 만큼 짧지만 인생의 순간을 포착해 재기와 상상력을 발휘하는 짧은 소설을 뜻한다. 첫 무대는 오는 11일 신년음악회다. 그는 'Here&Now'라는 부제로 10년째 살고 있는 독일 작곡가인 바흐·베토벤·브람스의 작품을 엄선해 들려준다.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친 김준형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유학, 뮌헨 국립음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거쳤다. "독일에 10년째 유학하고 있는 만큼 심리적으로 가까운 독일 작곡가들의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바흐·베토벤·브람스 3명을 선택했죠. 이 작곡가들이 너무 순수하고 투명해서 지금의 저 자신을 너무 잘 투영시켜 보여주더라고요. 숨을 곳 없이…. 그래서 '지금, 여기'라는 부제를 짓게 됐죠."
피아니스트 김준형. (사진=금호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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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은 누나 피아니스트 김경민(29)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접했다. 하지만 다른 연주자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피아노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4년 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피아니스트로 정식 데뷔했다. "누나의 레슨을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알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한 자리에 가만 앉아있지 못했는데 피아노 앞에서는 계속 앉아있을 수 있었죠."

그는 "콩쿠르 심사위원에게 '너드(nerd) 같다'는 평을 들은 적 있는데 욕인지 칭찬인 지 모르겠지만 저와 잘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모범생 같다, 찌질하다는 양면적 표현인데, 오타쿠라고 해야 하나. 그런 기질이 저에게 확실히 있는 것 같고, 그런 기질이 음악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준형은 지난해 여름부터 우주를 소재로 한 유튜브 영상에 빠져들었다. 자기 전에 항상 우주 영상을 볼 정도다. "긴장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우주 영상을 보면서 이 작은 존재가 뭘 그렇게 긴장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무대 위에서 거짓말처럼 긴장이 전혀 안 돼요. 저라는 존재는 너무 작잖아요."

여유시간이 있을 때는 게임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그는 "찰칵찰칵 셔터소리가 좋다"며 "셔터를 누를 때 손가락에 느껴지는 진동도 그렇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김준형. (사진=금호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니스트 김준형. (사진=금호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준형은 신년 음악회를 시작으로 올 한해 '아름다운 5월에'(5월9일), '풍경산책'(8월22일), '종을 향하여'(11월14일)라는 주제의 연주회를 선보인다.

"유럽에서는 정말 온갖 곳에서 종소리가 울려퍼져요. 종소리를 따라 걷다보면 원래 듣던 음정과 가까이에서 듣는 음정이 묘하게 다르죠. 그 순간 또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와요. 종을 끊임없이 따라가는 모습이 제 음악과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제목을 지었어요. 종에는 한자로 '마지막'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저는 제 여정이 음악적으로 끝이 없는, 끝을 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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