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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전세사기' 일가족 첫 재판 공전, 피해자들 허탈

등록 2024.02.22 15: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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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증거 기록 검토 중"

다음 재판 3월 11일 오후 2시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 피의자 정모씨가 8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구속한 정모 씨 부부와 불구속 입건 상태인 아들 정씨를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2023.12.08.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 피의자 정모씨가 8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구속한 정모 씨 부부와 불구속 입건 상태인 아들 정씨를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2023.12.08.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경기 수원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수백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의혹을 받는 임대인 부부와 그 아들 등 일가족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지만, 혐의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서 재판이 공전했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는 22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모씨 부부와 그의 아들 정씨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정씨 일가족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 등 30여 명이 나와 방청석을 가득 메웠으며, 일부는 앉을 자리가 없어 법정에 서있기도 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이 자리에서 "아직 증거기록을 검토하고 있어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아직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은 "지난해 12월에 기소됐고 첫 공판이 두 달 정도 뒤에 잡혔는데 아직 공소사실 인정 여부조차 밝히지 못하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증거기록 등사 신청을 했으나 이번주 초에 증거목록만 받고, 다음 달 7일부터 등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임대차 계약이 개별로 쪼개져 있어 사기 고의 여부나 사기죄 성립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증거기록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결국 재판은 듣고 검찰의 공소 요지 진술을 끝으로  10여 분 만에 마무리됐다.

다소 이르게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일부 피해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 연차를 쓰고 재판을 방청하러 왔다는 이모(30대)씨 부부는 "변호인이야 당연히 시간을 끌려 하겠지만 기본적인 것조차 이뤄지지 않아서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어 "나름 등본을 보기도 하는 등 조심했지만 부동산을 믿고 계약했는데 이 사건으로 보증금 1억6000만원을 아직 돌려받고 있지 못해 앞서 당첨된 청약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운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정씨 일가족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원시 일대에서 일가족 및 법인 명의를 이용해 무자본 갭투자로 약 800호의 주택을 취득한 뒤 반환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 21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25억여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임대업체 사장과 재계약을 담당하는 부사장, 감정평가사 등 각각 역할을 맡아 범행에 가담했다.

정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다수의 건물을 사들이기 위한 법인 17개를 설립하면서 자본금 납입을 가장했다. 대출금 700억원이 넘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구체적인 자금 관리 계획 없이 '돌려막기'로 임대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정씨는 실제 가치보다 부풀린 가액으로 감정하는 '업(Up) 감정'을 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평가사인 그는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다른 호실보다 28~63% 이상 고가 거래된 특이 사례를 기준으로 건물을 평가해 감정가를 부풀렸다. 검찰은 아들 정씨의 범행으로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받은 보증금은 정씨가 게임 아이템 구매 등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국내 한 게임 계정에서 캐릭터 93개를 보유하며 아이템 구매에 13억원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1일 오후 2시 진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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