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보지 않은 길' 노란봉투법 D-4…신뢰 첫걸음 되길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노동계는 "드디어 '20년의 숙원'이 풀렸다"며 환호했다. 경영계와 국민의힘은 "불법파업을 조장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오는 10일 전격 시행된다. 번번이 입법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은 이재명 정부 출범 3개월여 만에 초고속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2014년 법원이 노조에 47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 가압류 판결을 내리자, 시민단체가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모아 전달한 것에서 유래했다. 제19대 국회 첫 발의에 이어 20대, 21대 국회를 거치며 법안 내용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별칭은 그대로 이어졌다.
연대의 상징에서 출발한 법이지만, 노란봉투법은 발의 때부터 법 시행을 앞둔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개정법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되면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의 경영상 결정 역시 노조와의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노동관계법 체계를 뒤흔드는, 그야말로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 개정이 갖는 의미를 간과할 수는 없다. 원·하청의 이중구조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원청과의 교섭 창구를 제도적으로 마련한 첫 법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같은 장소에서 일하더라도 원청과 하청 노동자 사이에 공식적인 교섭 통로가 없었다. 사실상 하청 노동자의 임금, 안전 등 근로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더라도 원청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화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노란봉투법은 노사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교섭의 절차와 기준이 제도 안에서 정리되면 노사 갈등의 예측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노동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노사 신뢰 부족'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물론 찬반이 거세게 맞붙었던 만큼, 법 시행 이후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법 공포 후 시행이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아 현장 준비가 충분한지에 대한 우려도 남는다. 현장에서 실제 사용자성 판단이나 교섭 범위를 둘러싼 해석 논쟁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 노동제도는 늘 시행착오 속에서 자리 잡아 왔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과정에서도 초기 혼란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제도적 틀이 정착돼 왔다.
분명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가보지 않은 길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법 자체보다 그 법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다. 노란봉투법이 갈등이 아니라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이제 노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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