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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더' 불행한 한국…소득·소비·여가 만족도 10%대

등록 2024.02.23 05:00:00수정 2024.02.23 07: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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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노년 행복 증가하는데…"한국은 지속적 불행"

60세 이상 10명 중 4명 "힘들 때 도움받을 곳 없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오전과 비교해 비교적 포근한 날씨를 보인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어르신 두 분이 잔디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01.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오전과 비교해 비교적 포근한 날씨를 보인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어르신 두 분이 잔디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01.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과는 달리 중장년을 지나 노년기가 돼도 삶의 만족도 수준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질적 삶에서 가장 큰 취약성을 보였다.

23일 통계개발원이 전날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20년~2021년) 노년층 중 29.9%가 삶에 전반적으로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동·청소년(56.6%), 청년(41.8%), 중장년(38.0%) 등을 포함한 전 연령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반대로 전반적인 삶에 '불만족'한 비율은 19.4%로 전 연령 중 가장 컸다. 연령별로 삶에 불만족한 비율은 아동·청소년은 10.2%, 청년과 중장년은 각각 17%로 집계됐다.

많은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전 생애에 걸친 개인의 행복 수준은 보통 아동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나면서 하향하다, 40~50대에 최저점을 찍고 50대 이후에 반등하는 U자 경향이 주로 나타난다. 이런 U자 형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남성과 여성 할 것 없이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패턴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행복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장년 때 행복이 최저를 찍은 후 노년기가 돼도 삶의 만족도가 오르지 않는 것이다.
 
권다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인구정책연구실 박사는 연령별로 내면적 삶(주관적 만족감), 삶의 역량(교육·건강·여가), 사회적 삶(인간관계·가족관계), 물질적 삶(소득·소비·근로여건), 삶의 환경(사회안전·공공질서·생활환경) 등 5가지 영역별 만족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영역에서 아동·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년 순으로 만족도가 일관되게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삶에 대한 주관적 만족감뿐 아니라 교육·건강·여가, 인간관계·가족관계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만족도가 하락하는 추세가 유지됐다.

특히 소득·소비·근로여건의 경우, 청년과 중장년은 유사한 패턴을 보인 반면 노년의 만족도가 취약하게 나타났다.

노년층이 소비생활에 만족하는 비율은 11%, 소득과 여가에 만족하는 비율은 각각 16%에 그쳐 전반적으로 물질적 삶의 만족도가 10%대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반대로 가족관계(54%)와 인간관계(45%)에 대한 만족도는 연령 중에서는 가장 낮지만 그래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권다은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삶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즉 나이가 들수록 자녀를 포함한 가족, 혹은 주변 인간관계가 중요한 사회경제적 지원층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성이 약한 홀로 사는 노년층은 매해 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중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의 비율은 21.1%로 전년보다 0.2%p 증가했다.

2023년 성 및 연령별 사회적 고립도. 세부항목 및 연령별 사회적 고립도. (자료 = 통계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3년 성 및 연령별 사회적 고립도. 세부항목 및 연령별 사회적 고립도. (자료 = 통계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독거노인은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00년 339만4000명에서 2023년 943만5000명으로 2.8배 가량 증가한 데 비해 독거노인 수는 같은 기간 54만3000명에서 199만3000명으로 3.7배 커졌다.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은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물질적 정서적 측면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혼자 사는 노인은 그런 지원이 어려워진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만성질환 등으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경제상황과 신체건강상 문제도 있지만 정신건강도 취약한 부분 중 하나다. 사회적 고립도는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또는 '힘들 때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라도 없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연령별 사회적 고립도의 비중을 보면 60세 이상(40.7%)에서 40% 이상으로 훌쩍 치솟는다. 이는 전 연령의 평균인 33.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비율은 26.9%로, 다른 연령대(14~20%)와 비교했을 때 정서적인 도움을 받는데 상대적으로 더 취약했다.

권 박사는 "인류 대다수가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나이 들어갈수록 행복해진다는 통계적 경향성과 달리, 한국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지속적으로 불행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인의 삶의 질은 객관적인 조건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정책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늦더위를 식히는 가을비가 내린 오후 서울 시내 한 대로변에서 노인이 폐지를 리어카에 싣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3.09.13.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늦더위를 식히는 가을비가 내린 오후 서울 시내 한 대로변에서 노인이 폐지를 리어카에 싣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3.09.13.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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