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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뿐인 영광' 민주 광주·전남 경선…"당 정체성 훼손" 비판도

등록 2024.03.18 14: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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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공천' 무색하게 각종 부작용 속출

공천 심사 기준 제각각·결과 잇따라 번복

후보 반발속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 나와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02.1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02.1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송창헌 맹대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본산이자 야권 심장부인 광주·전남지역 경선이 마무리됐으나 '시스템공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경선 대진표 구성 전부터 각종 잡음이 불거지더니 제각각인 공천 심사 기준에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하룻밤 새 경선 후보는 물론 경선 결과까지 뒤집히는 일이 발생했다.

18일 민주당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선거구 18곳에 대한 경선(17곳)과 단수공천(1곳)이 마무리됐다.

광주는 선거구 8곳 중 모두 경선을 통해 본선 후보자를 선출했으며, 현역 국회의원 8명 중 7명이 고배를 마셨다.

현역이 탈락한 곳은 ▲동남갑(윤영덕) ▲동남을(이병훈)▲서구갑(송갑석) ▲서구을(김경만·비례대표) ▲북구갑(조오섭) ▲북구을(이형석)▲광산갑(이용빈) 7곳이고, ▲광산을 민형배 의원만 유일하게 생존해 재선에 나선다.

공천이 오락가락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이면서 당 내 반발과 불신을 자초했다.

동남갑과 동남을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던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성환 전 동구청장이 뚜렷한 설명 없이 컷오프 되면서 반발이 일었고, 결국 김 전 동구청장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서구갑은 송갑석 현역 의원이 배제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돌더니 급기야 송 의원이 현역 평가 하위 20%에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당 지도부가 대표적 '비명'계인 송 의원을 의도적으로 찍어내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결과적으로 송 의원은 본인 득표율 20% 감점에다, 상대 후보의 신인 가점 10% 적용까지 총 30%의 페널티를 안고 경선에 참여한 끝에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컷오프 된 박혜자 의원이 재심을 신청해 별다른 설명 없이 인용되면서 경선 후보에 포함됐으나, 이틀 만에 최고위원회가 기각하면서 없던 일이 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공관위 결정을 재심위가 뒤집었으나, 최고위가 재심위 결정을 다시 기각하는 등 공천 심사 기준과 결과가 제각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구을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호위무사'로 불린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이 3자 경선 끝에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서구을 경선은 전략경선이라는 이유로 다른 지역이 권리당원 투표 50%를 반영한 것과 달리 일반 여론조사 100%로 진행했다.

북구갑에서는 정준호 변호사가 신인 가점을 더해 조오섭 현역 의원을 꺾었으나, 불법전화방 운영 의혹을 이유로 경선이 끝난 지 26일이 되도록 공천 인준을 미뤄 타 선거구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정 변호사와 조 의원을 제외한 제3의 인물을 전략공천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략공천이 현실화되면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의 또 다른 방아쇠가 될 수 있다.

반면 대표적 '친명'인 광산을 민형배 의원의 선거구에서는 경선 대진표가 뒤바뀌는 잡음이 일었다.

당초 공천관리위원회는 민 의원과 예비후보 3명 중 경쟁력이 가장 약한 정재혁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2인 경선을 발표했다. 공천배제 된 김성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과 최치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사실상 민형배 의원 단수공천이다"며 삭발 후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재심위가 재심을 받아들였다.

중앙당 지도부 스스로 공관위의 공천 심사가 부당했음을 시인한 결과다.

결국 민 의원, 김 전 대변인, 정 전 행정관 3인 경선에 결선 투표제까지 도입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민 의원이 결선 없이 공천장을 따냈다.

민주당 전남 경선 역시 말도, 탈도 많았다. 현역 50%가 물갈이된 가운데 일부 선거구에서는 오락가락한 '갈 지(之)자 공천'으로 불신도 자초했다. 공천심사 기준이 '고무줄'이고, 이틀만에 심사 결과가 번복되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경선 결과, 전남 지역 현역 생환율은 50%에 그쳤다. 현역이 물갈이된 곳은 ▲여수 을(김회재) ▲해남·완도·진도(윤재갑) ▲고흥·보성·장흥·강진(김승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소병철) ▲순천·광양·곡성·구례 을(서동용) 선거구다.

현역이 생존한 곳은 ▲목포(김원이) ▲여수 갑(주철현) ▲나주·화순(신정훈) ▲영암·무안·신안(서삼석·이상 경선) ▲담양·함평·영광·장성(단수) 등 5곳이다. 광주에 비해 3, 4, 5선 등 다선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생존율이 높았다.

이 과정에서 불투명한 공천심사에 예비후보들의 반발과 잡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고, 일부에선 후보 교체로까지 이어졌다

담양·함평·영광·장성의 경우 호남 정치사에서 찾아 보기 힘든 현역의원 3회 연속 단수공천이 현실화되면서 "황제·밀실·셀프공천"이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경쟁자들의 이의제기로 3인 경선으로 변경했으나 이틀 만에 최고위가 다시 단수로 번복되면서 이개호 정책위 의장이 예선없이 본선으로 직행했다. 공관위, 재심위, 최고위를 거치며 6일 만에 결정이 오락가락하며 '고무줄 공천'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3선 군수' 출신 이석형 후보는 "특혜 공천"이라며 무소속 출마했다.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에서는 여론조사 1위에도 컷오프된 신성식 후보가 경선 불공정을 주장하며 탈당, 무소속 출마한 데 이어 경선 1위마저 부정경선 의혹에 휩싸이면서 경선 2위로 '선수 교체'가 이뤄져 잡음과 반발이 만만찮다. 순천·광양·곡성·구례 을에서는 사천(私薦) 논란 끝에 단수공천을 철회하고 2인 경선이 치러졌다.

부정 선거 의혹과 네거티브도 끊이질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공직선거법 위반행위만도 25건에 달했고, 이 중 5건은 사법 고발로 이어졌다.

특히, 이중투표는 경선판을 뒤흔들었다. 목포와 나주·화순,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선거구에서 권리당원으로 투표하고 일반시민으로 또 투표하는 '이중투표' 논란이 불거졌고, 그 여파로 경선 1위와 유력 후보가 유탄을 맞아 낙마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선거구에서는 경선 못잖은 본선으로 '산넘어 산'을 예고했다.

순천·광양·곡성·구례 을의 경우 민주당 권향엽 후보가 국민의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와의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인 가운데 46년 만에 전남 지역 여성 의원이 배출될지, 보수당이 호남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전국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지도부 횡재' '비명 횡사·학살'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석형 전 군수를 비롯해 권오봉 전 여수시장(여수 을), 이윤석 전 의원(목포), 백재욱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영암·무안·신안)의 무소속 도전이 의미있는 선전으로 이어질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도 관심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정당 정치의 기본은 일관성과 포용성, 예측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 강령과 정강정책인데, 민주당의 이번 총선 공천을 보면 당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했다"며 "당 내 민주주의가 결여된 공천으로는 광주·전남의 텃밭 민심도 하루 아침에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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