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 오마주' 클레어 퐁텐…'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亞 첫 개인전
서울 청담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서 개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대표작 등 10점 전시
아뜰리에 에르메스 Beauty is a Ready Made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Beauty is a Ready-made)."
빌딩 상호명 처럼 전광판 영문자로 시작되는 전시인지 아닌지 헛갈리는 전시가 서울 청담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22일 개막하는 프랑스 아티스트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다.
전시 타이틀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가 보여주듯 클레어 퐁텐의 작품은 이미 존재하는 시각적 양식을 가져다 쓴다.
현대 미술사의 새로운 장을 연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후예 자부하는 이들은 이미 존재하는 오브제와 예술작품을 차용하고 그에 실존적 사용가치를 부여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명품 중의 명품 회사 에르메스 매장 건물에서 펼쳐 단순한 작품인데도 '있어빌리티'한 미학의 아우라를 전한다.
Portrait of Claire Fontaine_Photo Fausto BRIGANTINO_Copyright Studio Claire Fontaine_Courtesy of Claire Fontaine *재판매 및 DB 금지
'클레어 퐁텐'이라는 이름도 프랑스 문구 브랜드의 상표명에서 가져왔다. 2004년 파리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이론가 풀비아 카르네발레(Fulvia Carnevale)와 영국 출신의 미술가 제임스 손힐(James Thornhill)이 함께 설립한 콜렉티브다.
영어로 ‘맑은 샘(Clear Fountain)’을 뜻하는 클레어 퐁텐은 뒤샹의 작품 '샘(Fountain)'(1917)에 대한 직접적인 경의의 표현이기도 하다.
풀비아 카르네발레와 제임스 손힐 두 사람은 스스로를 "작가가 아니라 '클레어 퐁텐'의 조수들"이라고 부른다.
"예술가의 신화적이고 영웅적인 자아를 포기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미 있는 것을 사용하는 레디메이드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의 아시아에서의 첫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대표작 10점은 동시대의 시각 문화는 물론, 긴급한 정치적 의제를 제안한다. 시리즈 네 점 중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2004-)'는 클레어 퐁텐의 정치적 지향성을 드러내는 대표작이다.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한국어) 네온 사인, 프레임, 변압기, 전선, 가변크기, 2004–현재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0년대 초반에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증에 맞서 싸웠던 토리노 콜렉티브의 전단지에서 가져온 두 단어지만 메시지 울림은 크다.
전세계적으로 이민자와 난민, 실향민의 숫자가 기록을 경신하는 우리 시대에 타자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인종 편견에 경종을 울린다. 이 작품 제목은 올해 4월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 전시 주제로 채택되어 전 세계 미술인들에도 각인되고 있다.
한글을 포함해 4개 국어로 제시되는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비롯해, 깨진 액정 화면을 통해 바라본 이미지를 라이트박스 광고판으로 치환한 작업이 소개된다.
Untitled (It’s only 4 degrees), 2018 Industrial frameless LED lightbox with pearl vinyl digital print, 277×156×10 cm
© Claire Fontaine, Photo Aurélien Mole / Courtesy of Claire Fontaine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 신작으로 첫 선을 보이는 '컷 업 (Cut-up)'은 작가가 거주하는 이탈리아 팔레르모의 이주의 역사와 문화적 복합성을 보여주는 몰입형 바닥 설치물로, 그 위에 놓인 수많은 레몬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유럽 남부의 상징이자, 쓸모없고 거추장스러운이민자들 (Migrants)을 비유한다.
‘예술은 정치적 난민들의 장소가 된다 (Art has become a place for political refugee)’고 믿는 클레어 퐁텐의 작품세계는 정치적 무력감에 잠식되어 있는 오늘날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6월9일까지.
Untitled (Lost & Found), 2011 Modified street bollard, sleeve, bolt and child’s coat, dimensions variables © Claire Fontaine, Photo Marc Domage / Courtesy of Claire Fontaine and Mennour, Paris and Air de Paris, Paris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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