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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 광주 금남로 5·18 44주년 전야제

등록 2024.05.17 19:45:50수정 2024.05.17 20: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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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금남로로" 3000여 명 44년 전 민주평화대행진 재현

광주시민·국가폭력 피해자·참사유족 '2024 광주선언' 연대

총체극으로 억눌린 설움·불의 저항 정신·민주·평화 메시지

"헌법 전문 수록" "역사 왜곡 근절" "항쟁 정신 계승" 다짐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7일 오후 전남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 민주평화대행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4.05.17.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7일 오후 전남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 민주평화대행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4.05.17.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이영주 김혜인 기자 = 44년 전 5·18민주화운동을 재현, 숭고한 항쟁의 의의와 대동정신을 되새기는 전야행사가 17일 금남로 일대에서 펼쳐졌다.

제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는 이날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을 주제로 44주년 5·18 전야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전야제의 전통인 '민주평화대행진'으로 시작됐다. 1980년 5월 14일 당시 신군부의 계엄령 선포에 맞서 전남대학교 정문부터 시작된 금남로 진출 투쟁이 다시 펼쳐졌다.

대행진 참가자 3000여 명이 오후 5시부터 두 갈래로 나뉘어 광주공원(시민군 결성지)과 북동성당(옛 시외버스공용터미널)에서 출발, 금남로 초입인 금남로 4가역 교차로에서 만나 5·18민주광장과 금남로까지 1㎞가량을 행진했다.

행렬에는 5·18희생자 가족, 민족민주열사 가족, 전국의 국가폭력 피해자 가족(제주 4·3, 여순 사건, 대구2·28항쟁, 부마항쟁),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가족, 사회적 참사(세월호·이태원) 유족, 시민사회, 노동·농민단체, 학생 등 각계각층이 참여했다.

각기 '모두의 길', '하나의 길'로 이름 붙여진 행진 경로는 참가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참가자 행렬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민주주의 공고화 ▲역사 정의 실천 등을 촉구하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으로 물결을 이루며 옛 전남도청을 향해 나아갔다. 항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미래세대도 숭고한 항쟁 정신을 이어받겠다며 행렬을 뒤따랐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전야제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민주평화대행진을 펼치고 있다. 2023.05.17.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전야제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민주평화대행진을 펼치고 있다. 2023.05.17. [email protected]



평화대행진이 금남로에 다다르자 '광주선언 2024'로 본 행사의 서막이 올랐다. 오월 광주시민과 광주를 찾아온 전국의 국가폭력 피해자 가족, 민주·평화 연대 시민, 사회적 소수와 약자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오월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다짐을 선포했다.

이어 총체극 '언젠가 봄날에 우리 다시 만나리'가 간격을 두고 설치된 세 개의 무대에서 펼쳐졌다. 금남로 자체가 거대한 무대로 활용돼 몰입감과 현장감을 더하고 능동적 참여를 극대화 했다. 

랩, 국악·서양음악, 현대 무용, 씻김굿, 판소리, 합창, 민중가요와 각국의 저항 음악 등 다양한 공연 예술이 한데 어우러지며 오월 광주의 억눌린 설움을 승화했다. 유족들의 응어리, 불의에 저항한 항쟁 정신, 민주주의·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다채롭게 전달했다.

특히 총체극에는 전문배우 뿐만 아니라, 앞서 오전부터 펼쳐진 '해방 광주' 시민 난장에서 현장 참가 신청을 받은 시민배우 100여 명이 참여, '모두의 오월'의 의미를 더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인사말에서 "아직도 진상 규명이 현재 진행형이듯, 미완 과제들이 쌓여있다. 5·18 전국화와 세계화를 향해 갈 길이 아직 멀다"며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정의·인권을 바로 세우고자 싸우다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고귀한 정신이 영원히 빛나고 높이 평가 받도록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살아남은 모두의 책무라 믿는다"고 역설했다.

1988년 이래 줄곧 민간 주도로 펼쳐진 전야제 역사상 최초로 강기정 광주시장도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했다.

강 시장은 "44년 전 이곳에서 광주시민들은 서로 살아있는지, 이웃이 안녕한 지를 묻기 위해 매일 모였다. 제주 4·3 가족부터 세월호 참사 유족까지 모인 오늘 우리는 서로 안부를 묻고 민주주의가 안녕한 지, 대한민국이 안전한 지를 물어달라"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7일 오후 전남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 민주평화대행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4.05.17.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7일 오후 전남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 민주평화대행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4.05.17. [email protected]


전야제 참여 시민들은 저항과 연대, 평화의 오월정신 가치를 헌법에 새기고 항쟁사 왜곡 근절을 한목소리로 염원했다.

김진결(20)씨는 "인터넷 게시글·댓글창에서 지역 감정을 5·18과 연결 지어 비난·폄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민주화운동이 조롱거리로 전락해선 안된다.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민 강종윤(48·여)씨는 "국가폭력에 희생 당한 이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왜곡하는 이들이 아직 많다.  후세가 올바른 민주주의와 정의의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서 라도 역사 왜곡은 강하게 처벌,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미래세대는 올바른 역사 의식 함양을 통해 5·18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중학생 강유건(15)군은 "교과서나 수업으로 배운 5·18 항쟁의 현장에 와서 경험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항쟁 역사를 열심히 공부해 왜곡·폄훼하는 친구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주관으로 5·18 민중항쟁 제44주년 추모제가 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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