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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돌봄이란?"…"누가 돌봐야 하는가?"

등록 2024.05.29 05:00:00수정 2024.05.29 10: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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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돌봄의 사회학

[서울=뉴시스] 돌봄의 사회학 (사진=오월의봄 제공) 2024.05.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돌봄의 사회학 (사진=오월의봄 제공) 2024.05.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좋은 돌봄이란 무엇인가?

일본의 대표 사회학자이자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책 '돌봄의 사회학'(오월의봄)에서 10년 간 연구한 돌봄 문제들을 집대성했다.

일찍부터 돌봄 문제’을 고민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고령자 돌봄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다.

10년 동안 행해진 돌봄 현장 연구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는 다양한 현장 시설을 둘러보며 많은 관계자를 만났고, ‘고령자 돌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실천할 것인가’를 탐구한다. 한국의 노인요양시설은 4인실이 기준이며, 주로 ‘집단 돌봄’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데 반해, 이 시설들은 이용자 중심이며 ‘개별 돌봄’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좋은 돌봄’의 기준이란 다음과 같다. 집단 돌봄이 아닌 개별 돌봄, 시설 돌봄이 아닌 재택 돌봄, 시설 내 다인실 돌봄이 아닌 개인실 돌봄이다. 총체적으로 말하자면, 당사자의 개별성에 대응하는 돌봄, 니즈가 있는 당사자를 중시하는 돌봄이 좋은 돌봄이라고 할 수 있다.”(30쪽)


저자의 연구는 2000년 4월 일본에서 시행된 개호보험제도에서 시작됐다. 개호보험은 일본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저자가 '가족혁명'이라 부르는 이 제도가 고령자 복지를 '온정주의에서 계약으로', 또 '시혜에서 권리'로 극적으로 바꿨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고령자를 돌볼 책임을 가족의 책임에서 공적 영역으로 이전시켰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호보험 도입 후 10여 년 동안 일본 사회에 일어난 변화를 추적하고 가족 돌봄을 논리적으로 비판한다.

"누가 돌봐야 하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 먼저 가족을 떠올린다. 그것도 대부분 집안의 여성(아내, 며느리, 딸)을 떠올린다. 국가도 사회도 가족 돌봄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가족 돌봄’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비판한다. ‘가족 돌봄’은 일종의 ‘신화’이며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좋았는데’ ‘옛날에는 가족이 서로 잘 돌봤다’고 하는 것도 사실이 아닌 향수에 불과하다고 언급한다.

저자의 결론은 단호하다. 가족 돌봄은 당연하지도 않고, 자연스럽지도 않으며, 동시에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 때로는 가족 돌봄이 강제노동이 될 수도 있다고도 언급한다. “예컨대 며느리가 고령자를 돌보는 것을 보면 돌봄은 현실에서 종종 강제노동임을 실감할 수 있다. 강제노동은 수용소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에게 가족은 또 다른 강제수용소가 될 수 있다.”(96쪽)     

저자는 가족 돌봄의 모순에 대해 길게 설명한 뒤, ‘그럼 누가 돌봄을 실천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저자의 이론적 기반은 복지다원사회론이다. 복지다원사회론은 관(官, 국가ㆍ지자체), 민(民, 시장), 협(協, 시민사회), 사(私, 가족) 부문 모두 한계가 있기에 서로서로 보완한다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만능으로 기능하리라 믿었던 근대의 가족·시장·국가의 3종 세트가 한계를 드러낸 시점에서 새로운 공동성(common)의 틀인 협 부문에 기대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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