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마침표가 없다…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박현주 아트에세이 ㉟]
등록 2026.10.03 00:01:00수정 2026.10.03 01:02:34
![[용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선보인 한국 여성 조각 1세대 전기톱 조각가 김윤신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작품. 2026.03.1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11/NISI20260311_0021204381_web.jpg?rnd=20260311134338)
[용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선보인 한국 여성 조각 1세대 전기톱 조각가 김윤신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작품. 2026.03.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톱질의 흔적이 선명하다.
껍질은 벗겨지고
몸은 갈라졌다.
그런데 쓰러지지 않는다.
잘린 나무들이 다시 만난다.
서로 기대고,
맞물리고,
다시 선다.
‘전기톱 할머니 조각가’ 김윤신의 작품이다.
그는 나무를 오래 바라본다.
결을 보고,
냄새를 맡고,
단단함을 살핀다.
나무마다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기톱을 든다.
자르고,
나누고,
다시 합친다.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두 개가 만나 하나가 되고,
다시 나뉘어 또 다른 것이 된다.
김윤신이 반세기 넘게 붙들어온 조각의 원리다.

김윤신 작가. 리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삶도 닮았다.
마흔아홉에 익숙한 자리를 떠났다.
아르헨티나로 갔다.
40년을 그곳에서 살았다.
돌아올 생각도 없었다.
“한국에 돌아올 계획은 없었어요. 아르헨티나에 멋진 공동묘지에 한 자리 예약도 해두었는데….”
죽을 자리까지 마련했다.
그런데 삶은 다시 움직였다.
2023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계기로
잊혀 있던 이름이 다시 불려 나왔다.
그리고 88세의 조각가는
4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지구 전부가 저의 전시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힘이 닿는 데까지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
그는 또 작업했다.
나무를 자르고,
돌을 쪼개고,
색을 칠했다.
3년 전에도, 올해에도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같았다.
“그냥 계속 작업하는 겁니다.”
김윤신은 그렇게 70년을 움직였다.

'김윤신은 미술관에 없다' 스틸 컷. 모은 발 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그의 삶이 영화가 됐다.
임선애 감독의 다큐멘터리
‘김윤신은 미술관에 없다’.
미술관에 박제된 과거의 작가가 아니라
지금도 일하는 현재진행형의 작가라는 뜻이다.
예술은 무엇일까.
“끝이 없어요. 끝이 없고 완성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예술이 아닐까 생각해요.”
매일 아침과 저녁이 반복되듯
삶도 예술도
시작과 끝을 나누기 어렵다고 했다.
“그냥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이죠.”
올해로 91세인 그는
내일도 작업할 것이다.
나무를 자르고,
그림을 그리고,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 것이다.
삶은 마침표가 없다.

김윤신 〈노래하는 나무 2003-800V1〉 2024Acrylic on bronze 75 x 70 x 7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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