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19금이 애석하다, 시원한 영화 '전설의 주먹'

강우석(53) 감독의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은 대놓고 싸움구경을 할 수 있도록 판을 벌인다. '홍규민PD'(이요원)가 학창시절 학교를 평정했던 파이터들 중 최고주먹을 가리는 TV파이트쇼 '전설의 주먹'을 제작하면서 벌어진다.
링 위에 가장 먼저 오르는 인물은 88올림픽 당시 복싱꿈나무 '임덕규'(황정민)다. 25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은 평범한 국숫집 주인. 아내와 사별하고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딸과 함께 생활하는 평범한 아빠다. 주먹 대신 조리로 생계를 이어가다 상금을 노리고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
이어 25년 전 학창시절 친구였지만 성인이 된 후 만나지 못한, 건달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신재석'(윤제문)과 링에서 재회한다. 홍 PD의 작전으로 또 다른 10대 시절 친구로 현재 대기업 부장인 '이상훈'(유준상)과도 마주친다. 세 사람은 상금 2억원을 두고 벌이는 8강 토너먼트 최후의 파이터쇼 '전설대전'에 오르게 된다.
임덕규가 무대에서 상대를 무너뜨릴 때마다 영화는 1987년의 과거로 돌아간다. '임덕규'(박정민)는 체육관과 사당고등학교를 다니며 복싱을 하다 우연히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그때 악연으로 만난 옆학교 남서울고의 '신재석'(박두식)과 같은 학교 1진 '이상훈'(구원)과 진한 우정을 쌓는다. 1987년도의 10대의 주인공과 2013년도 40대 주인공의 모습을 오가며 임덕규, 이상훈, 신재석의 만남과 우정, 방황, 그리고 세 친구가 서로 연락을 끊고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던 비운의 사건을 조금씩 풀어낸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링 위에서의 싸움은 진행형이다. 황정민(43), 유준상(44), 윤제문(43)은 온몸으로 리얼리티를 살려냈다. 촬영 때 십자인대가 파열된 유준상과 어금니가 빠져 임플란트를 해야한 윤제문의 부상이 느껴진다. "원래 홍조기가 있는 얼굴인데 많이 맞아서 회복이 안 됐다"는 황정민의 얼굴도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빨갛게 부어간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강렬한 액션과 몸싸움은 관객을 더욱 몰입시킨다. 배우들의 살아있는 표정은 펀치를 날릴 때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들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당하는 순간에는 신음을 유발한다.
대중이 세 배우의 연기에 거는 기대는 그대로 적중했다. 아역들의 연기력은 그 이상이다. "아역배우들 의 촬영날이면 한숨부터 나왔고 화도 많이 났다"는 강 감독의 노고 덕분이었을까, 신선한 세 얼굴들은 화려하게 다가왔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번 영화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면 다음 영화를 무척 재미있게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강 감독의 바람은 이뤄질 듯 보인다. 2시간30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시간을 재기도 아까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간다. 극장을 나오면서는 마치 내가 링 위에서 경기를 한 듯 시원함도 느낄 수 있다. 이 후련함을 19세 이상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청소년관람불가. 4월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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