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크, 정체되지 않는 게 정체성…쉼표·마침표 사이 '세미콜론'
오늘 새 미니앨범 '세미콜론' 발매
올해 초 '루시' 소속사 미스틱 스토리에 새 둥지
데뷔 17주년…"처음엔 밴드로 못 먹고 살 줄 알았다"
![[서울=뉴시스] 데이브레이크. (사진 = 미스틱 스토리 제공) 2024.1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2/09/NISI20241209_0001723937_web.jpg?rnd=20241209144042)
[서울=뉴시스] 데이브레이크. (사진 = 미스틱 스토리 제공) 2024.1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07년 데뷔해 올해 17주년을 맞은 데이브레이크는 업계가 부침을 겪는 가운데도 정체성의 실험이 정체되지 않는 길임을 믿고, 끊임없이 부딪히고 변화하며 스스로 외연을 확장해왔다.
14년 간 몸 담았던 소속사를 떠나 올해 초 미스틱 스토리에 몸 담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데이브레이크가 10일 오후 6시 발매하는 미니 앨범 '세미콜론(SEMICOLON)'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앨범 단위로 신곡을 내놓는 건 2016년 6월 정규 4집 '위드' 이후 무려 8년6개월 만이다.
마침표와 쉼표가 섞여 있는데 계속 문장을 이어가게 만드는 ';'(세미콜론)처럼 그럼에도 계속 살아남은 데이브레이크의 정체성이 앨범에 녹아들었다. 데이브레이크 표 에너지는 여전하지만, '다른 개념'을 탑재한 기운들이다. 자신들을 반성하고 앞으로 질문한 뒤 세미콜론을 붙여 추가로 더한 마음들이 여기에 담겼다. 팝 록 '세미콜론(SEMICOLON)'과 복고풍의 신스팝 '올드 앤 와이즈(Old & Wise)'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둘 사이의 거리를 자신들의 음악 범주로 내세웠다.
다음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데이브레이크 멤버들인 이원석(보컬), 김선일(베이스), 김장원(키보드), 정유종(기타)과 나눈 일문일답.
-미스틱 스토리에 새로 둥지를 틀고 내는 첫 앨범입니다.
"음악 하는데 잘 지원을 해주셔서 큰 무리 없이 진행이 됐어요. 만족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외부 프로듀서들과 같이 협업을 했기 때문에 소통에 쉽지 않은 부분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덕분에 수월했어요."(이원석)
-더블 타이틀곡인데 두 곡 분위기가 정말 다릅니다.
"저희 네 명에겐 다양한 색깔이 있어요. 앨범 수록곡들을 들어보시면 밝지 않은 곡들도 많이 있는데, 대외적으로 경쾌한 곡들이 많이 알려지다 아쉬움이 있긴 했었거든요. 이번 앨범에서 저희에게 다른 색깔도 있다는 걸 과감하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전에도 윤상 선배님이라든가 루시와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실험을 하기도 했어요. 이렇듯 외부 프로듀서·작곡가들과 협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일본 프로듀서 도미타 게이이치(토미타 케이이치)와 함께 한 '빛나는 사람'이라는 곡이 있었고 김윤아 선배님, 헤이즈 씨와 함께 한 곡은 이별 노래였고요. 그리고 루시와는 시크한 느낌의 마이너 곡도 만들었어요. 나름대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확장을 해왔죠."(이원석)
-그런데 이번에 협업한 스페이스 카우보이, 황현 씨는 그간 데이브레이크와 색깔과 더 많이 다릅니다.
![[서울=뉴시스] 데이브레이크 이원석. (사진 = 미스틱 스토리 제공) 2024.1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2/09/NISI20241209_0001723932_web.jpg?rnd=20241209143858)
[서울=뉴시스] 데이브레이크 이원석. (사진 = 미스틱 스토리 제공) 2024.1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전에 몸 담았던 MPMG도 큰 회사지만 인디 범주 안에 있었죠. 그런데 미스틱 스토리는 메이저 기획사잖아요. 인디 신의 상징인 데이브레이크가 이곳으로 옮겼다는 건 여러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한편에선 '지금의 인디 신에선 데이브레이크마저 살아남을 수가 없는 거야'라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고요.
"요즘엔 인디 혹은 메이저의 경계가 굉장히 허물어져 있고요. 인디라고 해서 차트 1위를 찍을 수 없는 시대도 아니고 메이저라고 해서 무조건 많은 사람들한테 홍보가 되고 사랑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는 시대 아닙니까. 특히 밴드 신에선 더더욱 그런 것 같고요. 우리가 걷는 행보는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것뿐이지 뭔가 변질됐다거나 과학적으로 나태해졌다거나 그런 부분에서 접근은 아니었어요."(이원석)
-저도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리스너들이 그런 오해를 하실까 생각이 들어서 노파심에 말씀드린 거고요. 밴드를 떠나서 음악 자체가 과연 아티스트십으로만 이뤄지는 것일까 생각해요.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교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표현하는 방식이 더 다양해질 수 있다면 저는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변화가 해봄직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이원석)
-'올드 & 와이즈'의 "나를 작게 재단하지 마 / 세상의 속임수에 / 나의 우주를 빼앗기지 않기로 해"라는 노랫말이 인상적입니다. 데이브레이크에게 '나의 우주'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굉장히 늦은 나이에 주목 받았어요. 유종이는 다를 수 있지만 결성 당시에도 이미 30대였고 주목을 받았던 시기가 30대 중후반으로 치달을 때였죠. 나이가 '큰 핸디캡'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난 10년 동안 그 편견과 끝없는 싸움을 했죠. 아직도 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시간의 흐름 때문에 뭔가를 포기해야 되는 순간들이 왔을 때 이 노래를 통해서 '아 데이브레이크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구나. 이 음악을 통해서 나도 나의 우주를 한번 지켜볼까'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었습니다."(이원석)
-앨범 타이틀이 '세미콜론'입니다.
"'세미콜론'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먼저 정했어요. 그 문장 부호(;)를 딱 보는 순간 이걸로 가사를 쓰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단순한 문장 부호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문장 부호는 마침표와 쉼표로 이뤄져 있죠. 쉼표가 갖고 있는 어떤 휴식, 마침표가 갖고 있는 일단락을 쥐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과거와 미래를 연결 짓는 문장 부호로써 역할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든 생각은 이별 이야기였어요. 세미콜론은 문장에 뭔가를 덧붙일 때 쓰잖아요. 이별 후에 후회가 남고 미련이 남았을 때 항상 우리는 누군가에게 푸념을 너무 하거나 못하거나 계속 혼자 중얼중얼거리는데 그건 끝맺지 못하는 이야기들이니까요. 그런 것들이 리얼 이야기로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4개의 수록곡 중에 3번('리듬(Rhythm), 이 밤은'), 4번(영원하라) 트랙은 이전에 저희가 써놨던 미발표 곡인데 이번에 수록하면서 저희의 과거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했어요. 외부 프로듀서들과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1번('세미콜론'), 2번('올드 & 와이즈') 트랙은 현재 그리고 데이브레이크의 미래를 보여주는 트랙이라고 생각 했습니다."(이원석)
-이제 너무 진부해진 얘기가 됐지만 올해 특히 주목 받은 '밴드 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인적으로는 밴드 붐이 메이저 일부 팀에게만 적용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밴드 신의 근원인 인디 신에 낙수 효과가 거의 없잖아요. 데이브레이크를 배출한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 루키' 같은 인디 등용문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서울=뉴시스] 데이브레이크. (사진 = 미스틱 스토리 제공) 2024.1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2/09/NISI20241209_0001723935_web.jpg?rnd=20241209144019)
[서울=뉴시스] 데이브레이크. (사진 = 미스틱 스토리 제공) 2024.1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 신에 스타플레이어가 나온 거잖아요. 우선 그 자체만으로 굉장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아닌가 해요. 이제 그 신의 동료 혹은 선후배들이 이를 어떻게 안고 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야지 그들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생각해요. 저희 같은 경우는 그래도 후배 뮤지션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같이 공연도 하고 하려고 노력해왔어요. 솔직히 저희 처음 결성할 때는 밴드로 못 먹고 살 줄 알았거든요. '사이드잡이 있어야 된다. 밴드는 도저히 먹고살 수 없는 문제다'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 밴드들이 '아니 할 수 있어' 증명을 하고 있습니다. 밴드를 꿈꾸는 키드들한테도 희망이 될 겁니다."(이원석)
-2010년대 초반 싸이클럽에 올렸던 '새벽뉴스'는 당시 좀 더 많은 이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었죠?
"당시 '어떻게 우리를 알리지'에 대한 고민, 싸움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끼리 계속 찍고 편집하고 '이거라도 봐주세요'라는 마음으로 임했죠."(이원석)
-밴드 후배이자 소속사 선배인 루시와 관계도 팬들 사이에서 화제예요. 요즘 밴드 신에서 드문 우정입니다.
"일단 선배님들을 가끔 만나면 '요즘 힘든 거 없나'라며 위로도 해주셔서 든든해요. 하하. 저희가 밴드 신에선 선배일지 몰라도 미스틱 스토리에 대해선 저희보다 훨씬 많은 걸 알고 있는 팀이잖아요. 무엇보다 루시 친구들이 저희 음악을 워낙 좋아해주고 '데이브레이크처럼 되는 게 꿈이었다. 우리의 롤모델이었다' 얘기도 되게 많이 해줘서 고마워요. 무엇보다 건강한 친구들이에요."(이원석)
-오는 28~2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예정된 콘서트 '세미콘론'은 어떻게 꾸밀 예정입니까?
"'세미콘론 프로젝트' 마지막이 공연이에요. 공연은 세 파트예요. 세미콜론을 나누면 쉼표와 마침표가 되잖아요. 그래서 쉼표, 세미콜론, 마침표 세 개의 큰 스토리로 나눠서 구성해요. 과거의 데이브레이크, 현재의 데이브레이크, 미래의 데이브레이크를 제시하는 거죠. 무엇보다 오랜만에 앨범을 내는 만큼 그동안 저희를 스쳐 지나갔던 많은 팬들도 있을 거고, 그동안 저희 공연장을 못 찾았던 분들도 분명 계실 거란 말이죠. 연말에 하루 정도는 자신한테 주는 선물로 저희랑 같이 보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데이브레이크가 어떻게 음악을 해나가는지를 '동반자 느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들이 과연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가고 있는지 호기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이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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