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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이 부른 원자재난…건설업계 "하반기가 더 문제"

등록 2026.04.22 05:00:00수정 2026.04.22 06: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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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재 모니터링하지만…업계 "수급 안정책을"

공정 조정 자구책…"공기 연장·추가 공사비 필요"

"유가 충격 수개월 시차…공사비 상승 압력 커져"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공사현장이 보이고 있다. 2026.04.0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공사현장이 보이고 있다. 2026.04.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미국·이란간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중동발 건자재 수급난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자재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건설사들도 비축한 자재를 활용해 공정 관리에 나섰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곧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반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현재 김이탁 제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건설현장 비상경제TF'를 꾸렸다. TF는 레미콘 혼화제와 아스팔트, 단열재, 창호, 접착제, 실란트 등 마감재를 포함한 주요 자재의 수급 및 가격동향을 일일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

다만 건설현장에서는 아직 실효성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 건설사 현장소장은 "현장은 자재 하나가 끊기면 바로 공사가 멈추기 때문에 자잿값 파악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인 수급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장이 멈추고 공사비가 폭등한 뒤에야 사후 대응을 하면 늦는다"고 토로했다.

대한건설협회도 이달 초부터 '중동전쟁 기업애로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자재 수급 불안에 따른 공기 지연이나 공사비 분쟁 등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지만 예상만큼 접수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건협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도 당장 자재 확보가 급하다 보니 애로사항을 정리해 신고할 여건이 안 되는 듯하다"며 "자재 관련 피해 사례 등이 수집돼야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신고를 바란다"고 전했다.

주요 건설사들은 자구책을 마련해 공기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자재 수급난이 계속 이어질 경우 하반기부터 공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준공이 임박한 현장은 중동 전쟁 초기 미리 사전 구매를 통해 자재를 확보했다"며 "공정 단계에 비춰 모자라다 싶은 현장은 아직 여유가 있는 현장의 자재를 돌리는 식으로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나프타(납사)를 쓰는 PVC 창호, 페인트, 포장 등 마감재는 그나마 큰 협력업체들과 두세 달 전에 납품 계약을 해놔서 어느 정도 자재 확보가 돼 있지만 레미콘 타설 업체는 영세한 곳이 많아 쉽지 않다"며 "중동발 수급난이 석 달을 넘기면 큰 업체들도 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재 수급난이 길어지면서 수도권 주택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서울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 등촌1구역 등 시공 현장 조합에 공기 연장과 추가 공사비 가능성을 언급하는 공문을 보냈다. 마천4구역 재개발조합은 공사비를 2899억여원을 증액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포스코이앤씨도 중동 전쟁으로 인해 레미콘 혼화제, 철골 강판, 후판 등 주요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자재 협력사로부터 단가 인상 예고를 받았음을 알리는 공지를 주요 현장 시행사에 보냈다.

정비사업을 비롯한 주택 공급 일정이 줄줄이 밀리면 주춤하던 수도권 집값도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3만7103가구)보다 26.9% 줄어든 2만7158가구로 추산된다. 이마저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입주 물량이 전체의 32.4%(8807가구)를 차지해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조기에 성립되더라도 고유가에 따른 건설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이 시차를 두고 건설업황에 장기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이란 전쟁 이후 건설업의 지연된 충격과 우려' 보고서에서 "전쟁의 종료와 건설업의 정상화는 같은 시점에 오지 않으며, 유가 충격은 이미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향후 수개월에 걸쳐 뒤늦게 나타날 현재진행형 위험"이라며 "공사비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커져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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