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고민 상담하고 소원도 빌고…2030 사로잡은 '힙불교'[출동!인턴]
등록 2026.09.23 07:00:00수정 2026.09.23 07:08:24
스님과 상담하고 소원 빌고…체험 팝업 잇따라
불상·목탁 굿즈부터 명상까지…일상에 스민 불교
유통업계도 주목…‘붓다 워싱’ 우려
![[서울=뉴시스]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17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불교 팝업 ‘행복사-마음이 살찌는 절’이 열리고 있다. 2026.09.17.](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02246227_web.jpg?rnd=20260922103940)
[서울=뉴시스]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17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불교 팝업 ‘행복사-마음이 살찌는 절’이 열리고 있다. 2026.09.17.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박지우 인턴기자, 이수진 인턴기자 = "부처님이 이렇게 귀여워도 돼요?"
지난 17일 낮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지하 2층 ‘이벤트 플라자’에 마련된 불교 팝업 ‘행복사-마음이 살찌는 절’에는 귀여운 불상과 알록달록한 굿즈를 구경하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매장 곳곳에서는 싱잉볼 소리가 울려 퍼졌고, 사찰에서 느껴지는 엄숙함보다는 친숙하고 가벼운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지난 11일 문을 연 행복사는 '절인 듯 절 아닌' 불교 팝업이다. 팝업을 주관한 해탈컴퍼니는 불교가 가진 자유와 포용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전달하는 불교문화 브랜드다. 이번 행사에는 해탈컴퍼니를 비롯해 나사랑클럽, 불교여행자 강산, 영천목탁 등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했다.
이들은 불교의 가르침과 문화를 재미있게 풀어낸 굿즈와 체험 콘텐츠를 선보이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이른바 ‘힙불교’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해피가피센터'였다. 가피는 부처의 자비로 중생에게 힘을 준다는 불교 용어다. 이곳에서는 가피를 통해 소원을 빌어보는 체험이 진행됐다.
방석 위에 가피 받을 물건을 올려놓은 뒤 헤드폰을 쓰고 스님의 염불을 들으며 소원을 빌었다. 가피 체험을 돕는 ‘안내 보살’에게 가피 받는 순서와 불교 용어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방문객들은 영상을 따라 하며 두 손을 모으거나 눈을 감고 잠시 마음을 다스렸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17일 '행복사-마음이 살찌는 절' 불교 팝업에서 태현스님께 '마음 캐리커쳐' 체험을 받는 방문객의 모습. 2026.09.17](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02246231_web.jpg?rnd=20260922104022)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17일 '행복사-마음이 살찌는 절' 불교 팝업에서 태현스님께 '마음 캐리커쳐' 체험을 받는 방문객의 모습. 2026.09.17
가피 체험에 참여한 이모(24)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마음이 힘들었는데, 스님이 ‘다 잘될 거다’라고 말해주셔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직접 체험해보니 종교가 어렵고 거창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발걸음을 옮기자 체험각에 마련된 '마음 캐리커처' 체험이 눈에 들어왔다. 체험존 운영자인 태현스님이 직접 방문객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며 이들의 마음속 고민을 듣는 공간이었다.
캐리커처 한쪽에는 방문객이 털어놓은 고민에 대한 답이 짧은 문구로 적혔다.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둔 근심을 그림과 글로 마주한 방문객들은 캐리커처를 받아들고 한동안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캐리커처를 체험한 박모(24)씨는 "절에 자주 방문했지만 스님과 대화한 건 처음"이라며 "평소 갖고 있던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장 한가운데에는 불교를 친숙하게 풀어낸 각종 굿즈가 진열돼 있었다.
귀엽게 각색한 부처의 얼굴이 그려진 문구용품부터 목탁, 목두꺼비 등 사찰에서 사용하는 물건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불교의 가르침을 재치 있는 글귀로 풀어낸 안경 클리너와 머그컵, 수건 세트 등 생활용품도 눈길을 끌었다.
방문객들은 진열대 앞에 멈춰 굿즈를 하나씩 집어 들고 요리조리 살펴봤다. 예상치 못한 불교 굿즈에 웃음을 터뜨리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17일 '행복사-마음이 살찌는 절' 불교 팝업에서 불교 굿즈를 고르는 방문객의 모습. 2026.09.17.](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02246233_web.jpg?rnd=20260922104117)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17일 '행복사-마음이 살찌는 절' 불교 팝업에서 불교 굿즈를 고르는 방문객의 모습. 2026.09.17.
행운거북이를 만져보던 한모(60)씨는 "가격도 상대적으로 괜찮아 구매할 의향이 있다"며 "불교 팝업을 통해 종교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목두꺼비를 구경하던 이모(31)씨는 "절에 가지 않아도 불교를 경험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며 "일상생활에서 불교를 무겁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어 더욱 재미있다"고 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불교를 접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불교의 가르침과 문화가 현대적인 콘텐츠와 만나 새롭게 재해석되면서, 이른바 '힙불교'가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번아웃과 일상에 지친 2030세대가 불교를 마음을 돌보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면서, 불교 철학이 굿즈와 명상, 여행, 전시 등 일상적인 콘텐츠와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힙불교' 트렌드는 유통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5월 불교 철학과 이미지를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반투’ 상품을 단독 출시하고 홍대 매장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스타필드 수원은 지난달 반가사유상과 목탁 등을 활용한 굿즈를 판매하는 ‘이너피스’ 팝업을 선보였다. 롯데몰 김포공항점에서는 지난 9일까지 불교문화 브랜드 4곳이 참여한 ‘힙불교’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고 티셔츠와 키링, 팔찌 등 다양한 불교 굿즈를 선보였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17일 '행복사-마음이 살찌는 절' 불교 팝업에서 불교 굿즈를 구경하는 방문객들의 모습. 2026.09.17.](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02246241_web.jpg?rnd=20260922104700)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17일 '행복사-마음이 살찌는 절' 불교 팝업에서 불교 굿즈를 구경하는 방문객들의 모습. 2026.09.17.
다만 일각에서는 '붓다 워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이 실질적인 환경 개선 없이 친환경 이미지만 내세우는 '그린워싱'처럼, 불교 이미지만 상업적으로 활용된다는 우려다. 불교의 종교적 의미와 수행의 가치가 고려되지 않은 채 소비될 경우, 종교의 본질이 희석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태현스님은 "현대의 정서와 시대적 흐름에 맞춰 불교를 경험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며 "종교가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편안하게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교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도록 한 뒤 단계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며 "불교의 깊은 철학과 수행 방식까지 차근차근 알려간다면 ‘힙불교’ 트렌드가 지닌 가치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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