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법관 재제청 갈등, 이대로 내년까지 가야 하나
등록 2026.09.23 19:04:44수정 2026.09.23 19:12:24

36일이 지났다. 현행 헌법 체제에서 처음 있는 일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법원장은 서면으로 제청했다. 청와대는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았고,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를 거부했다. 23일 이 순간에도 청와대의 반박과 2차 반박, 대법원의 반박과 청와대의 추가 반박이 이어진다.
왜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지, 왜 그 사람은 안 되는지 조희대 대법원장이나 이재명 대통령이 명확하게 말한 적은 아직 없다. 청와대와 대법원을 통해 나오는 표현은 모두 겉보기엔 타당해 보이는 법언과 논리들로 채워져 있다.
조 대법원장이 '문언주의자'라는 데에서 진의를 이해하려는 해석도 있다.
"법률 해석은 문언에 충실해야 하고 이를 벗어나선 안 된다. 하나의 분명한 해석이 도출된다면 다른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
2014년 11월 그가 대법관으로서 직접 쓴 전원합의체 별개 의견의 일부다.
그가 직접 썼다고 알려진 전날 '재제청 요청 거부' 입장도 그렇다. 헌법 82조를 근거로 들어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 공문을 살폈고, 헌법적 근거가 없으니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흐름이다. 사실관계와 적용 법리, 쟁점별 판단, 결론 순서대로 쓰이는 판결문 같다는 말이 나왔다.
판결문을 옮긴 기사에선 때때로 "민감한 대목은 애매하게 빠져 나가더라"는 지적성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판결문을 닮은 조 대법원장의 입장도 여러 해석을 낳았다.
청와대도 수차례 밝혔고 대법원도 부인하지 않듯, 문제의 '재제청 요청 공문'에는 '헌법 제104조 제2항 및 법원조직법 제41조 제2항에 의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런데 조 대법원장은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정당화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으니 어딘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헌법 해석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부터 "청와대에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한 것"까지 갖가지 해석을 자아냈다.
이날 "공문에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한다"는 부연 설명이 나왔지만, 같은 말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 상대방이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아니면 이대로 요구를 계속 거부하겠다는 입장인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대법관 증원을 앞두고 임명권이 제청권을 압도하는 일을 막으려는 대응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대법원장이 직접 밝힌 일은 없다.
청와대가 구체적인 사유를 써서 대법원에 다시 2차 '재제청 요청 공문'을 보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럴 경우에도 또 다시 '근거와 사유가 없다며 진행할 수 없다'는 주고받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판결이라면 법대로 하자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관 제청 문제를 문언주의적으로, 법대로 대응하는 게 적절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지난 7일 이흥구 전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12·3 비상계엄 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대법원이 국민께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법부의 진심을 담은 보다 진솔한 설명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전인수식 해석만 난무하는 혼란을 내년 6월 임기 말까지 끌고 갈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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