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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으로 쓸어담는다"…외국인 사로잡은 ‘손톱만 한 K푸드’ 정체 [출동!인턴]

등록 2026.10.02 07:00:00수정 2026.10.02 07:02:51

SNS서 외국인들 사이 입소문 난 K푸드 마그넷

북촌 매장 찾아가니 관광객들 발길 이어져

“한국서 먹었던 음식이라 더 특별해”

전문가 “여행 경험 일상으로 이어가는 소비”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29일 찾은 서울시 종로구의 '마그나라'에서 판매하는 떡볶이와 김밥, 양념치킨 마그넷.2026.09.29.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29일 찾은 서울시 종로구의 '마그나라'에서 판매하는 떡볶이와 김밥, 양념치킨 마그넷.2026.09.29.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박지우 인턴기자, 진민아 인턴기자 = “이거 진짜 떡볶이 아니야?"

지나가던 한 관광객이 진열대 앞에 멈춰 떡볶이 한 접시를 집어 들었다.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먹을 수는 없었다.

지난 29일 낮 서울 종로구 북촌로의 한 작은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면과 진열대를 가득 채운 음식 모형들이 눈에 들어왔다. 떡볶이와 김치, 국밥 등 익숙한 음식들이 실제 음식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모두 손톱만 한 크기의 미니어처 마그넷이었다.

떡볶이와 김밥, 비빔밥부터 양념게장과 잔치국수, 호두과자와 군고구마, 송편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찌개와 보쌈, 나물반찬을 담은 백반부터 다과상, 제사음식을 차려놓은 차례상까지 한 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제품도 있었다.

작은 크기에도 디테일은 살아 있었다. 치킨의 울퉁불퉁한 튀김옷과 수육의 고기 결, 라면의 꼬불꼬불한 면발, 생선 껍질의 무늬까지 실제 음식의 특징을 세밀하게 살렸다. 김치 역시 배춧잎의 굴곡과 양념까지 정교하게 표현돼 있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요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많이 사가는 마그넷’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화제가 됐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 같은 마그넷이 얼마나 관심을 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서울=뉴시스] 진민아 인턴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마그나라'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K푸드 미니어처 마그넷을 둘러보고 있다.2026.09.30.

[서울=뉴시스] 진민아 인턴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마그나라'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K푸드 미니어처 마그넷을 둘러보고 있다.2026.09.30.


이날 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진열대 앞에서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온 나탈리(26)씨와 아리아나(26)씨는 한국 여행 3일 차였다. 안국역 일대를 걷다 우연히 가게를 발견한 두 사람은 20분 넘게 마그넷을 둘러본 끝에 떡볶이와 배추김치를 골랐다.

두 사람은 한국에 온 뒤 떡볶이와 비빔밥, 불고기를 먹었다. 진열대에서 익숙한 음식 모형을 발견할 때마다 “이거 우리가 먹었던 거잖아”라며 반가워했다.

특히 아리아나씨는 미국에서도 직접 김장할 만큼 김치를 좋아한다. 그는 총각김치와 열무김치 마그넷을 한참 들여다보며 "미국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보기 쉽지 않은데, 여기에서는 모형으로까지 만들어져 있어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나탈리씨는 "경복궁처럼 한국의 랜드마크를 보여주는 기념품도 좋지만, 여기서는 실제로 먹어본 음식이나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골라갈 수 있어서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사장님이 하나씩 손수 제작한 점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김치·국밥·낙곱새까지…손끝에서 태어난 K푸드 마그넷

매장 안쪽 작업대에서는 운영자 옥경인(57)씨가 손톱만 한 음식들을 만들고 있었다. 점토에 색을 입히고 작은 칼로 모양을 다듬은 뒤 핀셋으로 깨알만 한 재료를 하나씩 올렸다.

이날 옥씨가 만들고 있던 것은 문어숙회에 들어갈 문어 다리였다. 붉게 물들인 작은 다리에 빨판의 구멍까지 하나씩 찍어 넣자 세세한 모습이 갖춰졌다.

옥씨는 "작은 음식 하나를 완성하는 데도 며칠씩 걸린다"며 "처음 비빔밥을 만들 때는 일주일 내내 작업해도 15개 정도밖에 못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진민아 인턴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마그나라’ 운영자 옥경인(57)씨가 미니어처 문어의 빨판을 하나씩 찍어내고 있다.2026.09.30.

[서울=뉴시스]진민아 인턴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마그나라’ 운영자 옥경인(57)씨가 미니어처 문어의 빨판을 하나씩 찍어내고 있다.2026.09.30.



처음부터 미니어처를 만들던 것은 아니다. 과거 마케터로 외국을 자주 오가던 옥씨는 현지 가정집 냉장고마다 여행지 마그넷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념품을 만들고 싶었다. 제작자를 찾기 어려워 직접 미니어처 제작을 배워 자격 과정까지 밟았고, 음식 마그넷을 만든 지 어느덧 7년이 됐다.

메뉴는 손님들의 요청을 받아 하나둘 늘었다. 옥씨는 "손님들에게 원하는 음식을 물어보고 다음에 오면 만들어놓겠다고 한다"며 "그렇게 늘리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음식은 다 있다"고 웃었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29일 찾은 서울시 종로구의 '마그나라'에서 판매하는 된장찌개, 양념게장, 동래파전 마그넷. 2026.09.29.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29일 찾은 서울시 종로구의 '마그나라'에서 판매하는 된장찌개, 양념게장, 동래파전 마그넷. 2026.09.29.


잘 팔리는 음식은 계절과 국적마다 달랐다. 여름에는 냉면과 콩국수, 겨울에는 군고구마와 붕어빵이 인기다. 프랑스 관광객들은 육회와 순대를, 일본 관광객들은 삼계탕과 낙곱새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옥씨는 "결국 자신이 맛본 음식을 발견했을 때 가장 반가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제품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손님도 많다. 옥씨는 "한 번은 부녀 손님이 밖에서 ‘중국산이냐 아니냐’ 하면서 싸우다가 들어왔다"며 "제가 직접 만드는 걸 보고 ‘이걸 사람이 다 만든 거냐’고 놀라더라"고 웃었다.

옥씨는 단순히 귀여운 미니어처가 아니라 한국에서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기념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친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이런 걸 경험했다’고 떠올릴 수 있는 제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옥씨는 내후년 해외 전시를 목표로 한국 음식 미니어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서울 종로구 ‘마그나라’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종류의 국밥 미니어처 마그넷.2026.09.29.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서울 종로구 ‘마그나라’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종류의 국밥 미니어처 마그넷.2026.09.29.


김밥·호빵도 키링으로…일상이 기념품이 됐다

K푸드를 소재로 한 기념품은 이곳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서울의 관광기념품을 판매하는 ‘서울마이소울샵’에서는 김밥과 호빵 모양의 키링, 새우깡과 김밥 그림이 들어간 메모지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삼겹살 식당과 붕어빵 가게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DIY 키트도 눈에 띄었다.

한복이나 궁궐, 서울타워처럼 ‘눈으로 본 한국’을 형상화한 기념품뿐 아니라 김밥·호빵·붕어빵처럼 여행 중 직접 먹고 경험한 음식도 기념품의 소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김밥과 호빵 키링은 올해 1월 출시된 뒤 판매가 꾸준히 늘어 4월 정점을 찍었다. 지난 봄에는 프라하에 거주하는 한 사업가가 외국인 선물용으로 김밥 키링 30개를 한꺼번에 구매하기도 했다. 김밥 키링은 현재 품절된 상태다.
[서울=뉴시스]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29일 종로구의 '서울마이소울샵'에서 판매하는 김밥과 호빵 모양의 키링.2026.09.29.

[서울=뉴시스]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29일 종로구의 '서울마이소울샵'에서 판매하는 김밥과 호빵 모양의 키링.2026.09.29.


서울관광재단 관광브랜드팀 관계자는 "지난해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인기를 얻으면서 K푸드에 대한 해외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외국인에게 친숙한 K푸드 가운데 굿즈화하기 좋은 김밥과 호빵을 선정해 키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랜드마크 굿즈가 스테디셀러라면 K푸드 굿즈는 트렌드 굿즈에 가깝다"며 "한국 음식에 친숙함을 느끼고 즐겨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K푸드 굿즈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맛'을 가져간다…기념품으로 이어지는 미식 경험

이 같은 K푸드 굿즈의 인기는 관광객들이 여행의 기억을 남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기념품은 여행에서의 기억을 연장하는 기능이 있다"며 "자신이 맛있게 먹었거나 인상 깊게 경험한 것을 기념품으로 구매하는 것은 그 기억을 일상으로 가져가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관광의 중심이 유명 랜드마크에서 골목과 시장, 동네 음식점 등 현지의 생활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에는 공급자가 지역의 대표 명물이나 상징을 정해 기념품을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관광객이 실제로 경험하고 좋아하는 것을 반영한 소비자 지향적인 상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우제 계명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K푸드의 높은 해외 인지도와 한류 콘텐츠의 영향도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외국인이 한국에 오기 전부터 K푸드를 알고, 방한 후 지역에서 직접 경험한 뒤 그 기억을 담은 K푸드 굿즈까지 구매하고 있다”며 이를 ‘경험 확장형 소비’로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관광기념품은 한국에서 경험한 음식과 생활문화,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담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쟁력 있는 관광기념품은 단순히 ‘한국처럼 보이는’ 제품보다 한국에서 경험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상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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