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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공급 숫자보다 '정직한 진도율' 보여줄 때[기자수첩]

등록 2026.10.05 09:00:00수정 2026.10.05 09:12:24

.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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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결국 서울 아파트값이 86주 연속 올라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기간 누적 상승률은 17.6%로, 종전 최장 기록이었던 문재인 정부 당시 기록(85주·7.7%)의 두 배를 웃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상승의 내용이다. 이번 상승장은 과거와 달리 강남이 끌고 가는 시장이 아니다. 강남3구와 용산구가 하락하거나 상승폭을 줄이는 동안 성북구·동대문구·노원구·도봉구 등 외곽과 중저가 지역이 서울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집값 상승을 부추긴 요인은 유동성과 전월세난 등 다양하지만,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로는 '입주 물량 가뭄'이 꼽힌다. 정부 역시 2022~2024년 착공 물량이 줄면서 쌓인 공백이 지금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누적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지난 1년간 내놓은 공급대책만 해도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가구 착공 계획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서울·수도권 도심에 6만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8월에는 수도권 23만가구 추가 공급을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가구를 공급하는 주거안정플랜도 내놨다.

문제는 계획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요자가 기다리는 건 '입주할 집'인데, 정부가 쏟아낸 수많은 공급계획이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매월 인허가와 착공 등 공급 관련 통계를 내놓고 있지만 이를 개별 사업과 지역별 진척 상황으로 연결해 기존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구체적인 진도표가 보이지 않는 사이 부각되는 건 사업 지연이나 주민 반발 같은 파편적인 소식이다. 3기 신도시 일부 사업지구는 입주 일정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밀리고, 과천과 태릉, 염창 등 공공주택지구 후보지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이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발표된 공급 숫자와 시장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실수요자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급 계획이 수정되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모습을 국민들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주택 공급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속도와 신뢰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이 실제 착공과 분양을 거쳐 입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있어야 수요자들도 불안해 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성숙 국무총리가 주문한 '주택공급 디지털 상황판'은 가뭄 속 단비처럼 반갑다. 한 총리는 지난달 30일 주택정책 관계장관들에게 국민이 공급 진행 상황을 체감할 수 있도록 사업별 이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도 2주마다 공급 상황을 알리는 브리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상황판 존재 자체보다 공급계획의 이행 상황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보여주느냐다.

이행 경과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이나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도 드러날 수 있다.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사업별 진행 단계와 지연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어는 단계에서 병목이 생겼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은 거창한 공급 숫자보다 정직한 진도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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