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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저가공세에 독일도 돌아섰다…佛과 EU시장 '즉시 차단' 제안

등록 2026.10.07 11:03:27수정 2026.10.07 13:16:24

폭스바겐 등 감원에 베를린 태도 변화…美무역법 301조급 대응책 구상

기존 반강압 수단 발동 문턱 낮추기 검토…中상회 "불확실성 커질 것"

[브륄=AP/뉴시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오른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독일 브륄에서 열린 장관급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2026.07.18. *재판매 및 DB 금지

[브륄=AP/뉴시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오른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독일 브륄에서 열린 장관급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2026.07.1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독일과 프랑스가 값싼 중국산 제품의 유입 급증에 맞서 유럽연합(EU)이 더 빠르고 강하게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새 수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무역규제에 소극적이던 독일이 프랑스의 강경론에 합류하면서 EU의 대중국 통상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다음 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런 내용을 담은 서한을 EU 집행위원회에 보냈다. 이번 제안은 EU와 중국 통상 당국의 이번 주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유럽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두 정상은 교역 상대국이 공정한 시장 여건을 고의로 훼손하고 EU 시장을 왜곡할 경우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면 해당국의 EU 단일시장 접근을 즉시 차단하는 수준의 조치도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공동 제안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독일의 변화다. 프랑스는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부터 유럽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무역 방어책을 요구해 왔지만 독일은 자유무역에 대한 개입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중국과의 경쟁이 EU 최대 경제국이자 제조업 중심지인 독일을 직접 압박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독일의 대표 기업들이 최근 대규모 감원을 발표하는 등 제조업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베를린에서도 강경 대응론에 힘이 실렸다고 WSJ은 전했다.

독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새 수단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관세 등 광범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EU에는 이미 외국 정부가 관세나 수출 제한 등 경제 조치로 EU 또는 회원국을 압박할 경우 관세와 무역 제한으로 맞설 수 있는 이른바 '반강압 수단'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제 사용된 적이 없고, 상대국의 조치가 EU나 회원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려면 EU 회원국 절반이 넘는 국가가 찬성하면서 이들 국가의 인구가 EU 전체의 최소 65%를 차지해야 한다.

[츠비카우(독일)=AP/뉴시스]독일 츠비카우의 폭스바겐 공장 앞에서 9일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영난에 직면한 폭스바겐은 24일 2분기 순이익이 급감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최대 10만명의 일자리를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프랑스24가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6.07.24.

[츠비카우(독일)=AP/뉴시스]독일 츠비카우의 폭스바겐 공장 앞에서 9일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영난에 직면한 폭스바겐은 24일 2분기 순이익이 급감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최대 10만명의 일자리를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프랑스24가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6.07.24.

독일과 프랑스는 이 제도를 손질해 집행위원회가 먼저 대응 조치를 추진하고 회원국들이 이를 막지 않는 한 발동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보다 조치를 꺼내기 쉽게 만들어 대응 속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EU는 그동안 미국보다 중국산 제품에 상대적으로 시장을 넓게 열어뒀다. EU 집행위원회에서 무역법 집행을 담당하는 데니스 르도네 책임자는 지난주 기계와 섬유, 기초금속, 화학제품 등의 수입이 지속적이고 이례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수입 증가를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은 중국과 중국산 제품"이라고 말했다.

EU의 대중국 상품 무역적자는 지난해 약 3600억 유로로 4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줄이기도 어렵다. EU는 공급망과 수출시장을 여러 나라로 분산하는 '디리스킹'을 추진하고 있지만 방위산업 재건 등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유럽의 자동차부품 생산라인과 공장 여러 곳이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EU 주재 중국상회는 미국의 무역법 301조를 본뜬 새 제도가 도입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지고 EU와 중국 사이의 상호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새 수단이 특정 국가만을 겨냥하는 제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미국과 EU의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할 경우 미국을 상대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독일 관리는 갑작스러운 대규모 관세나 수출 금지 등에 대응하는 일종의 '2차 타격 무기'라고 설명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공동 문서에서 지난해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를 비롯해 주요국이 무역을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상황에 유럽도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이 유럽의 제조업 경쟁력과 혁신 능력뿐 아니라 EU가 국제무대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할 힘까지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선전=신화/뉴시스] 중국 최대 전기차 메이커 비야디의 자동차 수출 전용선이 광둥성 선전항에서 첫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2026.07.02

[선전=신화/뉴시스] 중국 최대 전기차 메이커 비야디의 자동차 수출 전용선이 광둥성 선전항에서 첫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2026.07.02

로디엄그룹의 노아 바킨 연구원은 중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놓고 유럽 내부의 공감대가 크게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EU가 새로운 무역 조사와 방어 수단을 밀어붙일 경우 중국의 보복도 예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양국은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는 별도의 '다변화 수단'도 제안했다. 구체적인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독일 관리들은 특정 핵심 제품을 한 국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비율에 상한을 두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U 양대 경제국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다음 주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회에 더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집행위 대변인은 양 제안이 현재 집행위의 작업 방향과 맞는다고 밝혔으며,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과 협의할 예정이다.

유럽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든 데다, 안방인 유럽에서도 값싼 중국산 제품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독일기계설비제조업협회(VDMA)의 올리버 리히트베르크 대외무역 책임자는 "우리는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유럽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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