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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노정란·배종헌 '색 실험'…쓸고 밟고 긁어낸 풍경

등록 2026.10.15 12:10:00

노정란 50년 회화세계 조명하는 첫 대규모 회고전

배종헌, 청색 아래 금빛 드러내는 '불면제색'

16일부터 11월 28일까지 1,2관서 동시 개최

노정란, Blue Peach #27, mixed media on Korean paper, 94 x 64cm, 1991 *재판매 및 DB 금지

노정란, Blue Peach #27, mixed media on Korean paper, 94 x 64cm, 199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빗자루로 물감을 쓸고, 캔버스를 발로 밟는다. 짙은 청색 물감을 긁어내자 그 아래 숨어 있던 금빛 산수가 드러난다.

색을 쌓고 지우는 행위로 저마다의 회화 세계를 구축한 두 화가의 전시가 나란히 열린다.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은 16일부터 11월 28일까지 노정란 회고전 '색과 함께 춤을: 색으로부터 색을 넘어'와 배종헌 개인전 '불면제색(不眠霽色): 잠 못 이룬 날들의 선물'을 개최한다.

1관에서 열리는 노정란 회고전은 1970년대 초기작부터 2026년 최근작까지 50여 년에 걸친 색채 추상회화의 변화를 조명한다. 작가의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 색면회화와 미니멀리즘을 접한 노정란은 한국의 자연과 어린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색채 언어를 발전시켰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붓 대신 빗자루로 물감을 쓸고 닦는 작업을 시작했다. 겨울날 눈을 쓸다가 흙과 낙엽이 드러나는 모습에서 착안했다. 최근에는 바닥에 펼친 캔버스에 물감을 붓고 직접 발로 밟으며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이를 '색농사'라고 부른다.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난 노정란은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에서 미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미국에서 4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2013년 퇴임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배종헌, 〈불면제색不眠霽色 - 고요한 요란_ 미장이의 흙손질, 시멘트 면의 균열, 도시 먼지〉, 2026, 나무패널에 유채, 80.3 x 116.8 cm *재판매 및 DB 금지

배종헌, 〈불면제색不眠霽色 - 고요한 요란_ 미장이의 흙손질, 시멘트 면의 균열, 도시 먼지〉, 2026, 나무패널에 유채, 80.3 x 116.8 cm *재판매 및 DB 금지



2관에서는 배종헌이 도시의 얼룩과 균열에서 발견한 새로운 산수를 펼쳐 보인다.

배종헌은 콘크리트 벽의 얼룩을 산으로, 균열을 계곡으로 바라보며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해석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면을 먼저 금색으로 칠한 뒤 짙은 청색을 덮고, 다시 물감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산수 풍경을 만든다. 그리는 동시에 지우고, 지움으로써 새로운 형상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전시 제목 '불면제색'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서 착안했다. 비가 그친 뒤 맑게 갠 산천을 뜻하는 '제색'에 잠들지 못하는 밤의 시간을 결합했다.

배종헌은 회화와 함께 영상 작품 5점도 선보인다. 잠들지 못한 밤과 일상의 사소한 사건에서 발견한 낯선 풍경을 담았다.

1969년생인 배종헌은 가천대 회화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고 경북대 미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상의 사물과 도시의 흔적을 소재로 회화와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펼쳐왔다. 아르코미술관과 대구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부산비엔날레와 창원조각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아르코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관람료는 전시별 7000원이며, 두 전시 통합권은 1만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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