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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코앞 거리도 차로 이동하는 의원들이 '그린 뉴딜'?

등록 2020.11.01 08:00:00수정 2020.11.09 0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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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경내조차 차량 이동…공회전 심각

'종이 없는 국정감사' 제안도 실천 안 돼

국감 기간 사용된 A4용지 쌓으면 634m

"국회, 관례와 형식 치우쳐 변화 어려워"

국회 사무총장, 디지털 시스템 구축 의지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을 들으며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2020.10.2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을 들으며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2020.10.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중 가장 큰 박수가 터져나온 부분은 '탄소중립'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며 공감을 표했다.

탄소 총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 중 하나인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석유·석탄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이끌어가야 할 국회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국회의원들은 국회 경내에서조차 차를 타고 이동하고, 국회에서는 불필요한 종이가 매년 수십억 원어치씩 낭비되고 있다.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본청 앞은 검정색 차량 행렬로 장사진을 이룬다.

한 여당 의원실 비서관은 "의원들 중 80%는 의원회관에서 본청까지도 차를 타고 움직인다. 본인들은 '이동시간 줄여서 일한다'고 핑계대겠지만 의전이 이유인 경우가 70%, 정말 바쁜 경우가 30%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본청 앞에 주차된 무수한 검은 차들이 다 공회전을 하고, 여름·겨울철에는 냉난방 때문에 더 돌린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간 직선거리는 약 210m다. (구글맵 캡쳐)

[서울=뉴시스]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간 직선거리는 약 210m다. (구글맵 캡쳐)

국회의원들의 사무 공간인 의원회관에서 국회 본청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210m에 불과하다. 모 비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 싫은 의원님들이 지하 통로로 가지 않고 차를 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매년 국정감사 기간 낭비되는 엄청난 양의 종이도 문제로 지적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올해 국감 동안 피감기관이 국회에 제출한 인쇄물이 A4용지 기준 1270만 쪽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를 쌓으면 높이로만 634m로,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보다 79m 더 높다.

지난달 5일 환경 전문 변호사 출신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 주도로 초선의원 50명이 '종이 없는 국정감사'를 제안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회 소속기관의 자료 인쇄 비용은 3년 간 76억여원에 달한다.

대부분 피감기관들이 의원실에 자료를 서면뿐만 아니라 USB로도 제공해, 서면자료는 대부분 읽히지 않고 버려지는 실정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4. [email protected]

국회는 지난달 24일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52명의 찬성으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30·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의 요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다. 이처럼 국회가 외부적으로는 기후위기 극복을 외치면서 내부 변화가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용 의원은 "국회는 '관례'라는 것이 크게 작동하는 공간이어서 형식적 변화가 내용적인 변화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며 "내용적으로는 국회가 기후위기 선언도 하고 각 정당에서 탄소제로 얘기도 하지만, 의전이라는 형식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본회의 때만 되면 본청 앞이 교통지옥인데, 사실 의원회관 지하 주차장도 그렇다"며 "공회전이 너무 심해 공기가 안 좋아서 최근 임신했을 때는 의원회관 앞에 먼저 내리곤 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국회 일각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달 초 '종이 없는 국정감사'를 선언하고 실천에 옮겼다. 비록 모든 상임위로 확대되지는 못했지만, 실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종이 없는 국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종이 없는 국회'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8일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9명은 종이 없는 국회 추진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동의했다.

[서울=뉴시스] 국정감사가 끝나고 버려지는 제출자료와 정책보고서 (제공=이소영 의원실)

[서울=뉴시스] 국정감사가 끝나고 버려지는 제출자료와 정책보고서 (제공=이소영 의원실)

이 의원은 "초선 의원들의 '종이 없는 국감' 제안 이후 국회 사무처에서 처음으로 관련 비용을 집계해봤다고 한다"며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도서관, 예산정책처를 합쳐 국회에서만 연간 20억원 정도를 인쇄 비용으로 쓴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매년 종이에 사용되는 비용만 아껴도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시스템 구축에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시스템이 있어도 이를 사용하는 주체인 의원들의 관심과 실천이 없다면 '그린 국회'는 불가능하다. 그린뉴딜 시대에 걸맞는 친환경 국회를 향한 발걸음에 여야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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