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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담배피해' 소송 패소…법원 "인과관계 입증 안돼"(종합)

등록 2020.11.20 1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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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흡연 피해 손배소

10년간 진료비 533억원 더 지출 주장

법원 "건보공단이 감수해야할 불이익"

"담배회사의 설계·표기상 결함도 없어"

공단 이사장 "충격적 판결…항소 계획"

[대전=뉴시스] 함형서 기자 = 정부가 담뱃값을 2천원 올린 4천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지난 2014년 9월11일 오후 대전 대덕구 신탄진 KT&G 담배 제조 공장에서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4.09.11. foodwork23@newsis.com

[대전=뉴시스] 함형서 기자 = 정부가 담뱃값을 2천원 올린 4천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지난 2014년 9월11일 오후 대전 대덕구 신탄진 KT&G 담배 제조 공장에서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4.09.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중독성을 은폐한 담배회사들의 제조상 결함 등으로 인한 흡연 피해로 수백억원의 진료비를 더 지출했다며 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송 제기 6년 만이다.

판결 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홍기찬)는 20일 건보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담배회사들이 수입·제조·판매한 담배로 인해 발생한 3456명의 흡연자가 폐암 및 후두암 등이 발병했고, 이에 보험급여 명목으로 533억여원을 더 지출해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당시 건보공단은 흡연력이 20갑년 이상(20년 이상을 하루 한 갑씩 흡연)이고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인 환자에게 공단 측이 지출한 10년치 진료비를 빅데이터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에 보헙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보험자로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자 자급 집행에 불과하다"며 "이는 건보공단이 감수해야 할 불이익"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건보공단의 이러한 보험급여 지출은 담배회사들의 위법행위보다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관계'에 따라 지출된 것"이라며 "담배회사 행위와 보험급여 지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했다고 해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해 그 비용을 회수할 여지가 있을 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한 직접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건보공단이 흡연의 직접적인 손해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것이 부적법하다는 담배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주장하는 담배회사의 설계상·표기상 결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변론 과정에서 건보공단은 "담배회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담배 유해성·중독성을 은폐해 일반 대중을 기망했다"며 설계상 결함을 지적했다. 아울러 경고문이 구체적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 표시상 결함도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거나,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는 것 자체를 설계상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배회사는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 문구나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표시 문구를 담뱃갑에 표시했다"며 "추가 설명, 경고 기타 표시를 안 했다고 표시상 결함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담배회사가 저타르·저니코틴 등으로 표기하고 광고한 것이 이 사건 흡연자들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행성이나 중독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이를 축소·은폐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이 사건 피해 질병이 흡연 이외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어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흡연으로 인해 이 사건 질병에 해당하는 비특이성 질환이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거나 건보공단이 이를 입증할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 직후 김 이사장은 "오늘 판결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판결"이라며 "그동안 건보공단이 담배의 명백한 피해에 대해 법률적인 인정을 받으려 노력했지만,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도 건보공단은 담배의 피해를 밝혀나가고 인정받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항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아직은 담배 피해를 인정하려는 분위기의 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 건보공단이 그동안 꾸준히 노력했지만, 앞으로 사회적 인식이 더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담배회사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6만2000여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천문학적 이익을 내면서도 단 한 푼도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적 없다'며 "앞으로 사법부가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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