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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학교밖 이동중 다친 지적장애 학생…누가 배상?

등록 2021.05.01 06:01:00수정 2021.05.01 14: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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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동행중 넘어져 다친 학생

법원 "교사의 보호감독의무 위반"

"소속 공무원 과실…지자체 책임"

치료비와 위자료 1800만원 배상

[법대로]학교밖 이동중 다친 지적장애 학생…누가 배상?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걷는 게 불편한 지적장애 중학생과 동행하며 학교밖으로 나가 이동하던 중 교사 부주의로 해당 중학생이 넘어져 다친 경우 누가 배상할까. 법원은 교사가 소속된 중학교를 설치·경영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중학생 A(15)양은 뇌병변 3급, 지적장애 2급 장애를 갖고 있으며 다리 근육 문제로 발뒤꿈치를 제대로 딛기 어려웠다. 이에 A양은 보행보조기를 이용해야 걸을 수 있었고, 학교에서 걷는 연습을 배우고 있었다.

A양이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다른 센터에서 학급별 진로직업탐색활동을 실시하고 있어 교사 B씨와 사회복무요원은 A양을 데리고 해당 센터로 이동했다.

중학교에서 센터는 도보로 15분 거리였기 때문에 당초 휠체어를 이용해 이동하려 했지만, 당시 비가 내리는 관계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반 택시에 휠체어가 실리지 않아 B씨는 A양의 보행보조기를 싣고 출발했다.

택시는 센터 맞은편 복지관 주차장에 이들을 내려줬는데, 센터와 복지관 사이에 도로가 있어 직접 건너지는 못하고 약 800m 정도를 돌아서 가야 했다.

이에 B씨는 A양에게 보행보조기를 이용해 걷도록 했다. 당시 A양은 발목보조기는 착용하고 있지 않았고, 실내화를 신고 있었다. 절반 정도 걸었을 무렵 보행보조기가 경계석에 걸리며 A양이 넘어졌고, 바닥에 얼굴을 부딪치게 됐다.

이 사고로 A양은 상악 우측 중절치가 완전 탈구되는 등 상해를 입었고,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이동해 탈구된 치아를 재식하는 등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에 A양의 부모는 보호감독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B씨와 교장, 해당 중학교를 설치, 경영하는 서울시가 손해를 배상하라고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김정민 부장판사는 A양과 부모가 B씨와 교장, 서울시를 상대로 낸 약 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우선 김 부장판사는 "A양은 특히 보행에 어려움이 있어 보행보조기를 이용한 보행연습을 하는 중이었다"며 "당시 A양이 외부에서 보행보조기로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발목보조기를 착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A양이 발목보조기 없이 실내화를 신은 상태에서 보행보조기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B씨로서는 마땅히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이동거리가 최대한 짧은 곳에서 하차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양이 약 800m나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면, B씨로서는 바로 붙잡아줄 수 있도록 옆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면서 "그러나 B씨는 A양이 넘어질 때 전혀 붙잡아주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B씨의 A양에 대한 보호감독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국가배상법에 의해 소속 공무원의 공무수행상 과실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교사 B씨의 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B씨의 과실이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교장 역시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의 위법행위가 고의·중과실에 기한 경우 국가배상법에 따라 공무원 개인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여기서 중과실이라 함은 약간의 주의만 하면 손쉽게 예견할 수 있는 위법을 간과한 경우다.

손해배상 책임 범위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서울시가 A양에게 치료비 1000만여원과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또 서울시가 A양의 부모에게도 각각 위자료 15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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