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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목각 인형 같은 애니로 풀어낸 임신의 공포...'클라이밍'

등록 2021.06.14 15: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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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애니메이션 '클라이밍' 스틸. (사진=한국영화아카데미(KAFA), 트리플픽쳐스 제공) 2021.05.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애니메이션 '클라이밍' 스틸. (사진=한국영화아카데미(KAFA), 트리플픽쳐스 제공) 2021.05.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임신의 긍정적인 부분을 다룬 영화는 많은 반면, 그 반대 성향 영화는 드물다고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여성의 절망감과 두려움을 미스터리 공포로 풀어냈다."

공포 애니메이션 '클라이밍'의 김혜미 감독이 밝힌 연출의 변이다.

영화는 클라이밍 선수 세현이 우연히 고장 난 휴대폰을 통해 또 다른 나와 연결되면서 시작된다.

 석 달 전 교통사고를 겪은 세현은 세계 클라이밍 대회를 앞두고 회복되지 않는 컨디션과 경쟁에 대한 압박으로 악몽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고장 난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인은 다름 아닌 또 다른 자신인 세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을수록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급기야 현실 세계의 세현은 평행세계에 있는 또 다른 세현의 임신이 자신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후 악몽처럼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영화는 최고의 클라이머가 되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는 '세현'과 임신한 채 남자친구 어머니 집에서 보살핌을 받는 또 다른 '세현'을 구분하며 임신으로 인한 심리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계 클라이밍 대회 우승만을 꿈꿔온 세현에게 임신은 축복이 아니다. 경쟁 관계에 있는 후배는 세현의 처지를 이용하려 하고, 클라이밍 코치는 선수 생활을 그만둘 것을 권유한다.핸드폰 너머에 있는 세현의 삶도 불안정하다. 시어머니의 감시 아래 생활하는데, 뱃속 아기에 대한 어머니의 집착과 감정적 불안 속에 두려움을 느끼고 탈출을 감행한다.

임신을 원치 않는 나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또 다른 나의 갈등을 미스터리 공포 장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과거 또는 현재인지, 혹은 현실과 꿈의 경계인지 알 수 없게 뒤섞인 전개는 사건의 인과관계보다 인물의 불안한 심리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그림체는 거칠다. 3D 애니메이션이지만, 2D 애니메이션처럼 외곽선을 강조한 카툰 렌더링 방식이 적용됐다. 인물들은 날카로운 목각 인형 같은 인상을 주고, 배경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해 개봉한 K-공포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를 잇는 신선하면서도 기이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 작품으로 제45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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