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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KBS·MBC·SBS 겹치기 중계 방송...'순차 방송 권고'도 무시하는 이유

등록 2021.07.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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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한국과 루마니아의 경기를 지상파 3사가 중복 편성한 모습.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에도 과다한 중복 방송과 겹치기 편성으로 방송사들은 큰 비난을 받았다. 특히 리우 올림픽에서는 사전에 15개 경기를 동시 편성하기로 협의했지만, 개회식 이후 48개 중 31개 경기를 중복으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7.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한국과 루마니아의 경기를 지상파 3사가 중복 편성한 모습.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에도 과다한 중복 방송과 겹치기 편성으로 방송사들은 큰 비난을 받았다. 특히 리우 올림픽에서는 사전에 15개 경기를 동시 편성하기로 협의했지만, 개회식 이후 48개 중 31개 경기를 중복으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7.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국민의 시청권 보호를 위해 지상파 3사에 순차 편성을 14일 권고했다."

이는 방통위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위원회) 지난 13일 올해 제2차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 서면회의 결과다.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23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방송사가 중계방송 시 과다한 중복·동시 편성으로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도록 한 조치했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방통위는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때도, 2016년 리우올림픽 때도 순차 편성을 권고했다. 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주요 스포츠경기 때마다 방통위는 경기의 중계권을 주로 사오는 지상파 3사에 '순차편성'을 '권고'한다.

이러한 '권고'는 수십 년째 꿋꿋이 안 지켜져 오고 있다.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한국과 루마니아의 경기가 열리자 KBS와 MBC, SBS는 모두 같은 경기를 중계했다. 현지 영상을 받아 중계하기 때문에 당연히 나오는 화면은 같다. 해설위원과 캐스터만 달랐다.

같은 시간 태권도 이대훈, 체조 여서정, 역도 한명목의 경기가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이대훈의 경기는 동메달 결정전으로, 은퇴 전 그의 마지막 경기였다.

축구 경기뿐만이 아니었다. 전날인 27일에는 3사가 모두 태권도, 배구 경기를 중복 중계했다. 사흘 전인 25일에는 양궁 경기를 몰아서 내보냈다. 며칠 만에 양궁선수 김제덕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아는 국민스타가 됐다.

미디어스포츠 연구자인 김원제 유플러스연구소 소장('미디어스포츠사회학' 저자)는 "모든 채널에서 양궁을 (방송했다) 모든 채널에서 탁구, 양궁 등 어린 친구들을 부각시켰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하게) 가정사도 노출되는 등 보도에도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권고에 강제성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0. [email protected]

방통위는 지상파 3사가 순차편성 권고를 준수하는지 도쿄올림픽 기간에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14일 함께 밝혔다.

하지만 27일 방통위에 모니터 진행 상황에 대해 묻자 관계자는 "강제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편성표를 보고 되도록이면 순차 편성을 해 달라고 했다.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있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편성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겠다는 게 모니터의 의미였다.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권고 사항이다. 방송이 나가고 나서 (방통위는) 사후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가 겹치기 방송을 하는 이유는 역시 시청률, 돈 때문이다. 지상파 3사는 비싼 중계권료를 내고 올림픽 중계권을 따낸 만큼 이를 보전할 만큼의 광고 수익을 올려야 한다. 물론 방송가 관계자들은 다매체 시대인 만큼 지상파가 예전만큼의 광고 판매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고 한다.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는 올림픽 기간 동안 무더기 결방하는 예능,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여기에 더해 경기 다양성까지 빼앗겨야 하는 건가?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사들과 방통위를 강력히 비판했다. 최 교수는 "늘 논란이 됐던 거다. 방통위가 권고만 하고 불이익(이 없으니) 지켜지지 않는다. 방통위가 선언적으로 권고만 할 게 아니라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방통위가 개입을 해서 (방송사들 간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추천 방식이든 무슨 방식이든 방송사들의 합의를 중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권고가 실행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일부 선진국들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면 각 방송사들이 긴밀히 협조해 시청자들에게 최대한의 선택권을 주고 있다. 똑같은 경기 중계를 여러 채널에서 한꺼번에 보여주는 일을 피한다. 자정이 안 되면 강제로라도 시청자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방안 없나? 방통위 권한 늘리고 '보편적 시청권' 개념 달라져야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24. [email protected]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느끼고 있다. (다만) 법상으로 방송 편성은 방통위가 관여하지 않도록 돼 있다.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비인기 종목도 국가들에게 (방송) 해 줘야 인기 (종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저희들도 그 관련해서 법이라든지(를) 들여다 보고, 필요할 때는 방통위가 관여를 해서 적절히 돌아갈 수 있도록(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편적 시청권' 정의에 대한 개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방송법 제2조 25항에 따르면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그 밖의 주요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보편적 시청권'은 2006년 12월 방송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개념이다. 이미 16년이 흘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통계자료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방송통계포털에 따르면 유료방송 가입가구 비율은 92.2%(2020)에 달한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발달로 올해 올림픽은 네이버·웨이브·아프리카TV·LG U+등의 OTT에서도 중계된다. 이 포털에 따르면 개인매체 스마트폰 보유율은 93.1%(2020)이다.

'보편적 시청권'이 국민적 관심이 큰 행사를 국민히 단순히 '볼 수 있을 권리'에서 '다양하게·다방면으로 볼 수 있을 권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법 개정은 오랜 시간과 노고가 소요되는 일이다. 박 의원은 '보편적 시청권'의 법 개정에 대해서는 "간단하진 않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단기적으로는) 방통위가 (편성과 관련해) 관여(권유)할 수 있게 하고, (방송사가 권유를) 안 들었을 경우에 방송에 재인가, 재허가 나갈 때 점수에 반영을 시키면 상당히 반강제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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