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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걸린 부친 치료않고 방치 살해한 아들 항소기각 징역 4년 선고

등록 2021.11.13 0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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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lmy@newsis.com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email protected]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중병을 앓던 50대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20대 아들이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아들 A(22)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고법 제2형사부(고법판사 양영희)는 지난 10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 날부터 아버지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기간에 A씨가 직접 피해자 부친을 간병한 적이 없었다"며 "A씨는 아버지가 퇴원해 자신이 직접 간병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 범행을 계획한 점, 어린 나이로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피해자를 기약없이 간병해야 하는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도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 또한 이유 없다고 판단해 항소를 기각했다.

아버지 B(56)씨는 심부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인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치료비 부담 등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퇴원하게 됐다.

왼쪽 팔다리 마비증상으로 혼자서 거동할 수 없었고 정상적인 음식섭취도 불가능한 B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경관 급식 형태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했다. 경관급식은 음식물을 코에 삽입된 호스로 위장까지 바로 공급해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A씨는 아버지에게 치료식과 물, 처방 약 등의 제공을 중단했다. 방에 방치된 아버지는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의 발병으로 숨졌다. 검찰은 A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검찰 수사단계에서 3회에 걸쳐 검사와 면담을 했다. 국선변호인, 삼촌 등이 참여한 면담과정에서 A씨는 경찰에서의 진술은 거짓이라며 자백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실시된 면담에서 A씨는 "아버지가 입원 중일 때 삼촌이 생계지원, 장애 지원 등을 받으라며 관련 절차를 알려줬지만, 기본적으로 게으른 성격이라 주민센터 등을 방문하거나 지원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한 적이 없다"며 "경찰에서는 아버지가 '물도 주지 말고 밥도 주지 말고 그냥 도망가라'고 말해 시키는대로 했다는 취지로 밝혔다"고 진술했다.

그는 "다만 과거에 친할머니도 아버지와 비슷한 병으로 돌아가셨고 장지에 묻고 오던 날 아버지가 '내가 이렇게 되면 치료하지 말고 그냥 둬라'고 말한 적은 있다"며 "쓰러지신 이후에 그렇게 말한 적은 없으며 존속살해로 처벌받는 것이 두려워 아버지가 예전에 한 말을 꺼낸 것이다"고 했다.

경찰 진술에서 A씨는 아버지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이 자신이고, 아버지가 전화도 자유롭게 걸 수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전화로 도움 요청을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음식과 물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이는 거짓말이고 사실은 아버지 휴대전화가 정지된 상태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며 "아버지가 육성으로 '아들아'하고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들어가지 않고 계속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검사와 추가 면담에서 A씨는 "아버지를 퇴원시킨 바로 다음 날부터 '기약도 없이 2시간마다 한 번씩 아버지를 챙겨주고 돌보면서 살기는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돌아가시도록 둬야겠는 생각을 한 A씨의 마음은 오락가락했다. 이에 A씨는 첫 날 저녁에는 캔 1개를 줬지만 다음 날부터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1~2개의 치료식을 식사하도록 조치했다. 물도 달라고 할 때마다 줬으나 아예 주지 않는 날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는 마음을 굳게 먹고 아버지를 죽일 생각으로 아버지 방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술을 먹거나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는 면담에서 "멀쩡하게 대화를 하고 친구들이랑 술 약속을 잡고 여자 이야기를 한 것이 지금 자신이 봐도 너무 후회스러우며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A씨는 물이나 밥을 전혀 못 먹으면 금방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아버지와 같은 몸 상태라면 더 빨리 돌아가실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A씨는 어린이날인 5월5일 '이때쯤이면 돌아가셨을 것 같다'고 생각해 B씨의 방에 들어갔지만 B씨가 눈을 깜빡이고 있어 다시 그대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어버이날인 5월8일 '이쯤이면 돌아가셨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꿈에 B씨가 나오기도 해서 A씨는 방에 다시 들어갔다. 이때 아들은 아버지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출소 이후에도 피해자 사망에 관해 깊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권고형의 하한을 다소 벗어나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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