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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뇌물산단' 논란 살펴보니···지자체 투자협약 '부실'

등록 2017.10.12 15: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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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김재광 기자 = 충북 진천 '산업단지 브로커 사건'에서 기업과 지자체가 주고받는 투자협약 양해각서(MOU)가 얼마나 허술한지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뉴시스 8월 20일 보도 등>

 충북도와 진천군은 지난해 4월 12일 A사와 문백 제2산업단지 조성에 관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A사는 '산단브로커' 이모(52·구속)씨가 설립한 기업체다.  당시 4자가 교환한 협약서에는 'A사는 2019년까지 484억 원을 투자해 44만3157㎡ 규모의 산업단지를 신규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산업단지 용지는 A사가 공장을 지어 대부분 사용하되, 나머지 땅은 다른 업체에 분양하기로 약속했다.

 협약식에는 이시종 충북도지사, 전원건 진천군수 권한대행, A사 대표 이씨와 B사 대표 김모(46)씨가 참석했다. 투자협약이 체결된 날은 공교롭게도 4·13 진천군수 재보선 하루 전날이었다.

 A사는 2015년 초 문백산단 시공·시행을 도맡으려고 이씨가 B사의 관계사 형태로 만든 기업이다.

 투자협약 직후 진천군은 보도자료를 내 기업투자협약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제2 산단은 조성되지 않았다.

 애초 A사와 B사는 자본이나 투자 규모 면에서 산단을 조성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했었다. 특히 A사는 산단 조성을 이유로 급하게 설립된 회사였고, 실적이나 자본력이 부족한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였다.

 투자협약 체결 후 이씨가 횡령,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사정 당국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산단 조성 사업은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도와 군이 업체를 면밀히 검증하지 않고 투자협약하고, 투자유치 실적 홍보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도와 군이 A사 등이 부실업체인 줄 알면서도 투자협약을 진행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나온다.

 지역사정에 밝은 주민 신모(57·진천군 문백면)씨는 "지자체가 대규모 산단이 들어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결국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며 "섣부른 투자 협약이 산단 예정부지와 인근 땅값만 뛰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업체의 매출 규모나 자본력을 검증했고 충분히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협약한 것"이라며 "투자협약은 말 그대로 협약일뿐 업체가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도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말했다.

 B사 대표는 최근 해임됐고, 이씨는 B사의 자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일부를 지역 정관계 인사에게 '관리형 로비자금'으로 전달한 혐의(뇌물공여)로 최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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