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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자신을 찾으세요···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등록 2019.12.25 15: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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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사진 = 쇼노트 제공) 2019.12.2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사진 = 쇼노트 제공) 2019.1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당신 너무 아름다워. 나보다 훨씬 더 예쁘잖아!"

'조'가 여장한 남편 '케이시'를 발견한 뒤 엉엉 울며 말한다. 자신을 속였다는 원망과 함께 너무 예쁜 남편의 모습을 본 뒤 놀란 마음이 뒤섞여 나온 탄식과도 같다.

맞다. 미국 극작가 매튜 로페즈의 작품으로 국내 초연 중인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청년의 이야기다.

연극은 알고 보니 케이시가 '동성애자라거나 트랜스젠더였다'라는 빤한 공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케이시는 아내에게 약하지만 술집에서 '엘비스'를 모창하는, 어쩌면 마초적 캐릭터다. 여장을 하고 디바들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흉내내는 '드랙퀸' 역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 드랙퀸은 그에게 직업이다.

케이스가 드랙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실직, 생활고 등의 벼랑 끝에 몰렸기 때문이다. 술집에서는 그의 엘비스 흉내를 봐줄 손님은 없고, 아내는 임신을 했다.

술집 사장이 경영난의 위기를 타개할 방책으로 드랙퀸을 섭외했고, 드랙퀸 한명이 술병이 나 무대에 서지 못하면서 그가 대신해 무대에 오른 것이 시작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연극은 관객들의 고정관념, 편견을 뒤흔들어 놓는다.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 조성으로 메시지를 강제로 주입하지 않는다.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워너 댄스 위드 섬 바디(I Wanna Dance With Somebody)'를 비롯 마돈나, 비욘세 등 미국 댄스 팝계의 슈퍼스타들의 흥겨운 노래와 우아한 에디트 피아프의 잔잔한 곡, 배우들의 익살과 너스레 등을 동반한 웃음으로 공감대를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케이시를 돕는 조력자들의 캐릭터 묘사도 좋다. 특히 케이시에게 조지아 맥브라이드라는 예명을 안겨준 '트레이시'는 세상으로부터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존재다. 동성애자이자 드랙퀸인 그는 하지만 누구보다 밝고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사진 = 쇼노트 제공) 2019.12.2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사진 = 쇼노트 제공) 2019.12.25. [email protected]

트레이시는 케이시의 멘토가 돼 준다.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닌 정체성을 찾아 스스로 전진할 수 있도록 그의 삶에 리듬과 멜로디가 돼 준다.

케이시의 아내 조에 대한 묘사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녀는 극 초반 철부지처럼 묘사되는 케이시를 대신해 가난하지만 야무지게 삶을 끌어가는 캐릭터다. 드랙퀸으로 변신한 남편을 보고 당황도 하고 화도 내지만, 끝내 그를 이해하고 드랙퀸 쇼의 스태프가 돼 남편의 삶을 적극 응원한다.

이 끝 장면에서 관객은 위로와 희망을 얻는다. 세상의 시선으로 본인을 재단한 압박을 털어내고 흥겨운 음악에 몸을 싣고 자유로워진다. 트레이스는 여장을 하지만 그와 관객은 자신을 조였던 가면과 분장은 마침내 벗어낸다.

박은석의 케이시는 예쁘고 능글맞아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이 된다. 백성광의 트레이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현자처럼 보인다. '한국무용수' 김남건으로 촉망 받던 무용수였던 백석광의 유연한 몸짓을 보는 것은 덤이다. 박희정의 존은 믿음직스럽다.

트랜스젠더, 드랙퀸 등을 소재로 한 뮤지컬 '헤드윅'을 제작한 쇼노트의 신작 연극이다. 자아 정체성 찾기 측면에서 '헤드윅'과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공통점을 찾는 관객들도 일부 있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는 방법을 찾아가거나, 공연제작사 쇼노트의 성향을 파악해나가는 것은 또 다른 관람 방법이다.     

케이시 역에는 박은석 외에 강영석, 이상이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강영석의 케이시는 아름답고, 이상이의 케이시는 유연하다는 전언이다.

트레이시는 백성광 외 성지루도 연기한다. 트레이시의 드랙퀸 파트너 렉시 역은 신창주, 송광일이 나눠 맡는다. 케이시의 아내 조 역은 박희정 외에 유주혜가 캐스팅됐다. 쇼가 열리는 바의 사장 에디는 김승용 몫이다. 2020년 2월1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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