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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즉석밥 가격 인상이 불편한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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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3-22 16: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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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연초부터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음료수를 비롯해 두부, 콩나물, 통조림, 즉석밥 등 안오른 품목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다. 이들은 인상 이유로 '원재료 가격 상승'을 꼽고 있다. 

특히 즉석밥 가격 인상을 두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즉석밥 가격 인상이 또 다른 제품군의 연쇄적 가격 인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즉석밥 주 소비층이 서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체감 물가가 더욱 높아질 수 있어서다.

즉석밥을 생산·판매하는 주요 기업들은 올해 초 원재료인 쌀 가격이 올라 제품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오뚜기가 총대를 메고 CJ제일제당, 동원 F&B가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출고가 정책을 고수하는 오뚜기는 지난해 9월 오뚜기밥(210g) 가격을 출고가 기준으로 8% 인상했다. 이어 5개월 뒤인 지난달 추가로 7~9% 가격을 올렸다. 쌀 가격 인상분을 반영했다는 게 오뚜기의 설명이다.

때문에 출고가 800원짜리 오뚜기밥(210g)은 두번의 인상으로 편의점에서 지난해 초 대비 200~300원 오른 1800~190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은 햇반 가격을 소비자가 기준으로 1600원에서 1700원으로 100원(6~7%) 올렸고 동원F&B는 '쎈쿡' 가격을 1350원에서 1500원으로 150원(11%) 인상했다.

햇반(210g)은 편의점에서 1950~2000원에 판매된다. 제품 생산 기업이 가격을 100원 올렸는데 유통마진이 붙으며 소비자가격은 종전대비 150원 올랐다. 센쿡도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에게 판매중이다.

제조업체가 출고 가격을 100원~200원 올렸을 뿐인데 소비자들은 종전 가격 대비 150~300원 인상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석밥 가격 인상을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다. 

두번째 이유는 즉석밥 가격 인상으로 인해 컵밥, 죽, 덮밥, 국밥 등의 가격 인상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뚜기는 이달초부터 '오뚜기 컵밥' 23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28.5% 인상했다.

'오뚜기 참치마요·김치참치·제육덮밥' 등 덮밥류는 3500원에서 4500원으로28.5% 올랐고 '오뚜기 사골곰탕·북어해장·진한쇠고기미역·황태콩나물해장국밥' 등 국밥류는 3500원에서 3900원으로 11.4% 인상됐다.

10% 안팎의 즉석밥 가격 인상은 밥을 주요 원료로 하는 제품군 가격을 최대 3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CJ제일제당 등 다른 기업들도 시장 상황을 살펴보며 가격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가격이 너무 오른 즉석밥류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된다'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식습관과 1~2인 가구 증가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제품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이들도 많다.

마지막 즉석밥 가격 인상이 불편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식품업계의 '내 뱃속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관행이다. 매해 연초에는 식품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이 주요 기사가 될 정도다.

각종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판촉비 상승이 가격 인상을 부추키는 주 원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식품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식품 가격을 꼭 올렸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즉석밥 시장 규모는 2017년 3287억원, 2019년 4134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4437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제품이 많이 팔린 만큼 업체들의 이익도 늘어났을텐데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관행을 고집하고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가공식품 가격을 수시로 인상하는 업계의 행태를 규탄하며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작황 악화로 쌀 가격이 2018년 이후 급격히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CJ제일제당은 지난 5년간 3번이나 가격을 올렸으며 인상 때마다 6~9%의 인상률로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밥상물가의 기본이 될 수 있는 제품 가격 인상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식품업계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가격 인상에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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