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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 윤충일·국악신동 최슬아, 79세 차이 무색..."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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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09 13:28:49
국립창극단 신작 '귀토' 한무대 공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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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창극단 '귀토'에 특별출연한 국악신동 최슬아·윤충일 명창. 2021.06.09.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저는 가사를 한 번도 안 틀렸는데요. 선생님께서 틀리셨어요. 그래도 선생님과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 박수를 받으니까, 너무 좋았어요."(최슬아)

"나야 꾀도 부릴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데, 모두 암기하고 다 흉내를 내버리니까… 이거 참 꾀를 부릴 수가 없네요. 하하. 함께 무대에 서기 전에 제게 '선생님 걱정 마요'라고 얘기할 정도예요."

아홉 살 '국악 신동' 최슬아(8)의 똑부러짐에, 구순에 가까운 스승 윤충일(87) 명창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일흔아홉살 차이 스승과 제자는 지난 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국립창극단 신작 '귀토 – 토끼의 팔란'(작창 유수정 한승석)에 특별 출연했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수궁가'를 재해석해 호평을 들은 이 창극의 2부 도입부에서 두 소리꾼은 정통 판소리 '수궁가' 한 대목을 구성지게 불렀다. '귀토'의 고선웅 연출은 "두 소리꾼의 막간극 덕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극이 완성됐다"고 했다.

윤 명창은 "슬아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도 섰지만, 새로 단장한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랐으니 출세했다"고 미소지었다. "79세 차이가 나는 소리꾼이 함께 해오름 무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국립창극단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윤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수궁가) 이수자다. 수궁가 속 용왕 역만 세 번 맡았다. '국악계의 송해'로 통한다. 지난 2011년 국립창극단에서 정년퇴임했지만, 여전히 무대 위에선 현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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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창극단 '귀토'에 특별출연한 윤충일 명창. 2021.06.09.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로 유명한 '각설이 타령'의 대가다. 고 연출의 이전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와 '흥보씨'에도 출연,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쩌렁쩌렁한 소리와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런 윤 명창은 최 양은 남다른 인재라고 추어올렸다. "어디서 들었는지 '금시초문'이라는 말을 이미 알아요. 외할머니(소리꾼 오현자)도 소리를 하니까 뱃속부터 소리를 듣고 큰 거 같습니다. 금도 닦아야 빛이 납니다. 잘 지원해주고 싶어요. 몇 대를 이어 소리를 전달할 수 있으니, 어쩌면 자식보다 귀한 셈이죠."

돌잔치 때 북채를 잡은 최 양은 여섯 살 때 윤 명창의 제자가 됐다. '제20회 박동진판소리명창·명고대회'에서 유아부 최우수상을 받았다. 국악영재를 발굴·지원하는 크라운-해태제과의 어린이 국악공연 '영재국악회' 무대에 올랐고, 국악신동으로 방송에 여러 번 출연했다.

최 양은 판소리가 너무 재밌다고 했다. "'수궁가'만 해도 그냥 동화책을 읽을 때랑 달라요. 동화책에선 용왕을 위해 자라가 토끼 간을 구하는 이야기 정도가 나오는데, 판소리는 더 자세히 써 있어요. 소리로 푸는 것도 재밌죠." 최 양은 조만간 '수궁가' 완창 무대에 오를 계획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 양은 윤 명창과 끈끈한 '소리 우정'을 만들어가는 자체를 즐겼다. "선생님과 장난도 치면서 소리를 해요. 그냥 선생님 집에 가서 놀기도 하고요. 연습할 때는 선생님 같지만, 평소엔 친구처럼 대해주세요." 윤 명창은 "슬아가 애교를 부리면, 꼼짝 할 수가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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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창극단 '귀토'에 특별출연한 국악신동 최슬아. 2021.06.09.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윤 명창을 마주한 사람 중 그가 '내일 모레면 구순'이라는 사실을 믿는 이들이 드물다. 그 만큼 정정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워요. 대신 몸에 좋다고 하면 '깨똥'도 먹을 정도죠. 하하. 젊은 사람들이 늙어서 냄새난다고 할까봐, 자기관리에 철저합니다. '산(山)공부'(소리꾼들의 정통 수련 방법으로 산에서 숙식하며 판소리를 익히는 일)도 세 번이나 했죠. 제가 언제까지 살 지는 모르지만 슬아 대학 들어가는 것까지는 보고 싶어요."

그러자 최 양은 앙증맞은 두 팔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 "선생님을 위해서 좋은 대학 가고 싶어요. 소리꾼 중에 우리 선생님이 최고예요. 백오십살까지 사셨으면 좋겠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웃는 얼굴이었던 윤 명창의 얼굴이 더 젊어졌다. "고맙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으니,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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