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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속도 얘기하는 청량리·과천...실상은 집값 걱정?

등록 2021.06.22 11: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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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왕십리, 과천-인덕원 주민들 간 신경전
타 지역 수혜 반대하는 '니피' 신조어도 등장
교통전문가 "사업성 볼 때 환승역 추가 당연"
부동산 전문가 "부동산 공급 부족해 벌어진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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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C 노선에 왕십리와 인덕원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근 청량리와 과천 주민들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이웃 지역의 GTX역 신설 반대를 주장하는 플랜카드를 붙이는가 하면, 온라인 공간에서도 연일 인접지역 주민들 간 갈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GTX-C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왕십리와 인덕원역 추가 신설을 제안했다. 왕십리는 현재 2호선·5호선·수인분당선·경의중앙선이 운행하는 쿼드러플 역, 인덕원역은 현재 4호선에 더해 인동선과 월판선이 예정돼 있는 트리플 역이다.

환승이용객이 많은 2개 역을 추가해 사업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현대컨설 컨소시엄의 입장이다. 기본계획에는 수원·금정·정부과천청사·양재·삼성·청량리·광운대·창동·의정부·덕정역 10개만 포함됐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C노선의 사업 입찰 공고를 내고 최대 3개 역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인구는 줄어들고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GTX는 굉장히 위험한 사업"이라며 "민간 업체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선 환승역을 당연히 추가하는 것이고, 정부에서도 애초 추가가 가능하다고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왕십리역과 인덕원역의 추가 정차가 사실상 확실시되면서 기본계획에 포함된 청량리역, 과천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분위기다. 청량리역 일대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는 'GTX 왕십리역 신설 반대'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부동산 커뮤니티나 지역카페 등 온라인에서도 추가 정차를 반대하는 청량리·과천 주민들과, 이웃 지역의 호재에 재를 뿌리지 말라는 왕십리·인덕원 주민 간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왕십리역과 청량리역은 도보 거리로 약 2.7㎞, 인덕원역과 과천역은 약 4.2㎞다. 역 추가를 반대하는 이들은 빠른 속도로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핵심지역을 이어주는 게 GTX의 도입 취지라는 점을 볼 때, 인접한 역을 추가하는 것은 열차의 표정속도(열차가 운행하는 구간거리를 소요시간으로 나눈 수치)가 줄어든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급행열차인 GTX가 완행열차, 지하철화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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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TX-C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평가 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다. 컨소시엄은 왕십리역, 인덕원역을 추가 정거장으로 제안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표면상의 논리는 그렇지만, 속마음으로는 GTX로 인한 집값상승 호재를 인접 지역과 나누고 싶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님비'(Not in my backyard),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에 이어 다른 지역에 수혜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뜻의 '니피'(Not in your front yard)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청량리역은 1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강릉선 KTX, 경춘선 ITX 등 5개 노선에 GTX B, C 노선이 추가될 예정이라 서울 동북권 교통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집값도 크게 올라 지난해 6월 3.3㎡(1평) 당 2475만원에서 올해 6월 2986만원으로 20% 넘게 올랐다. 이 같이 무서운 상승세가 역시 교통편의성이 뛰어난 왕십리역 인근으로 옮겨갈까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오랜 기간 동안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대장이었던 과천도 이 지위를 인근 지역과 나눠갖는 게 마땅찮은 상황이다. 최근 인덕원역 주변에 위치한 의왕시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84㎡가 16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과천·안양·의왕 일대 커뮤니티에서는 과천 대단지 아파트와 엘센트로의 전망을 비교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 과천시 원문동에 위치한 래미안슈르아파트의 경우 전용 84㎡가 지난 2월 16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쓴 뒤 16억~16억3000만원 선에서 여러 건 거래됐다.

강 교수는 "표정속도를 얘기하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종점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타격이 클 일이지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속도의 이유만은 아닐 것"이라며 "그렇게 말은 안 한다 해도 집값 문제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짚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인구의 수도권 분산 차원에서도 환승역에 서는 게 맞는데,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는 너무 과하다고 본다"며 "부동산 공급이 충분해 집값이 안정됐다면 이렇게 인근 주민 간 싸울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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