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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2020]교민들 "도쿄올림픽, 오늘이라도 취소됐으면…"

등록 2021.07.23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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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트서 후쿠시마 농수산물 팔면 큰일 나요"

[도쿄=AP/뉴시스]지난 10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앞을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도쿄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이 경기장 앞에는 '도쿄 2020' 슬로건이 보인다. 2021.07.13.

[도쿄=AP/뉴시스]지난 10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앞을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도쿄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이 경기장 앞에는 '도쿄 2020' 슬로건이 보인다. 2021.07.13.

[도쿄=뉴시스] 문성대 기자 = 일본에 사는 한국 교민들도 도쿄올림픽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은 23일 오후 8시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신 국립경기장)에서 개최된다.

도쿄올림픽은 도쿄도 등 일본의 폭발적인 감염 폭풍 속에서 개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도쿄도는 지난 22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했고, 일본엔 5000명이 훌쩍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 여파는 올림픽 선수촌마저 집어삼켰다. 매일 선수와 올림픽 관계자들의 확진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일부 선수단은 선수촌을 떠나 호텔에 안식처를 마련했다.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일본 도쿄 하루미지 올림픽 선수촌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에 태극기와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1.07.22. myjs@newsis.com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일본 도쿄 하루미지 올림픽 선수촌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에 태극기와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1.07.22. [email protected]

이런 이유에선지 일본에서 전혀 올림픽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일본 거리에서 올림픽 홍보 문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도쿄에서 멀어질 수록 더욱 올림픽을 체감하지 못한다.

오사카에 거주하는 양모(41)씨는 코로나로 인해 도쿄올림픽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올림픽을 정말 하는 게 맞나요"라고 반문했다.

양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극성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백신을 1, 2차 모두 맞아도 돌파 감염이 된다고 해서 불안하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방문한다는 것이 솔직하게 무섭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걱정했다.

이어 "그러나 미디어를 보면 어떻게든 개최하려는 분위기인 거 같다. 정치적으로도, 주변에서도 올림픽 반대에 대한 의견이 많다. 찬성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응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 사실 올림픽에 관심도 없고, 오늘이라도 취소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도쿄=AP/뉴시스] 12일 출근 시간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통로를 걸어가고 있다. 일본의 수도이자 2020 도쿄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도는 12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코로나19 관련 4번째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은 긴급사태 선언 아래 치러진다. 2021.07.12.

[도쿄=AP/뉴시스] 12일 출근 시간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통로를 걸어가고 있다. 일본의 수도이자 2020 도쿄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도는 12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코로나19 관련 4번째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은 긴급사태 선언 아래 치러진다. 2021.07.12.

일본 시민들이 코로나에 너무 무감각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 긴급사태를 선언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아니다"며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려고 하면 언제든지 마실 수 있다. 자영업자들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몇달 후에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만 기다릴 수 없어서 밤 늦게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후쿠시마 농수산물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선수촌 식당에 후쿠시마 농수산물이 섞여 있다는 소식에 인근 호텔을 통째로 빌려 급식센터를 운영하면서 한국 선수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즉각 반발했고, 일본 여론은 한국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양씨는 "일본 마트에 후쿠시마 농수산물은 없다. 팔았다가는 아마 큰일 날 것이다. 후쿠시마 근처에서는 거래가 될지도 모르지만, 일반 마트에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결정한 13일 오후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물도매시장에 일본산 가리비가 진열되어 있다. 2021.04.13.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결정한 13일 오후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물도매시장에 일본산 가리비가 진열되어 있다. 2021.04.13. [email protected]

일본 북쪽 니가타에 거주하는 교민 A씨(46) 역시 올림픽이 개최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A씨는 "올림픽을 위해 개막식 전후로 연휴를 만들었다. 올림픽이 무관중이 되고 관심이 떨어지면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기는 도쿄와 거리가 멀다보니 올림픽 분위기는 더욱 안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림픽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줄 알았다. 반신반의하면서 기다렸기 때문에 올림픽에 대한 분위기가 더 안나는 거 같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일본에 오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정말 개최하려나보다' 실감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A씨는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바람이 있다. 솔직하게 선수들은 아무 죄가 없지 않느냐. 선수들은 모두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한다"며 "이런 식으로 올림픽을 개최하고 운영하는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은 나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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