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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 은행은 안전한가

등록 2023.03.24 16:31:25수정 2023.03.24 16: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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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 10일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건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처음 위기가 알려진 후 은행의 모든 예금이 인출 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6시간 남짓. 은행 위기 소식에 너도 나도 스마트폰으로 돈을 빼낸 것이 화근이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저금리 때 사들인 미 국채 가격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으로 헐값이 되면서  문제가 됐다. 전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칭송 받았던 미 국채의 배신이다.

SVB 파산 직후 전세계 금융 관련 주가가 급락하고, 시장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SVB 파산 이후에도 스위스 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도 무너져 내렸다. 탄탄하다고 믿었던 은행까지 부도가 나자 사람들은 2008년 있었던 미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를 떠올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과 유럽 정부의 발빠른 대책으로 시장 불안감이 잦아 들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정부와 금융당국은 연일 국내 은행들은 자본비율과 유동성 비율이 양호하고 수익성도 괜찮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물론, 투자 손실로 하루 아침에 휘청인 미국 은행과 달리 국내 은행들은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해 왔기 때문에 당장 위험이 가시화 될 가능성은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SVB 파산도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파산 불과 2주 전에 대형 회계법인이 이 은행에 대해 적정하다는 감사 보고서를 냈다가 도마에 올랐던 걸 떠올려야 한다. 우리도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지목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얼음판인 상황에서 미분양이 이어지고 건설사들이 부도가 나면, 이들에게 돈을 대준 저축은행이나 증권사가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115조5000억원에 달한다.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2005~2007년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경기 호황 속에서 은행이 독점하던 부동산PF 대출에 적극 뛰어들었다. 돈을 빌려줘도 회수가 착착 이뤄지다 보니 그 때 따 먹은 꿀은 달콤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자 문제가 발생했다. 건설사들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은 부실로 이어졌다. 당시 저축은행 30곳이 파산했다. 예금보험공사가 파산한 저축은행에 쏟아부은 공적자금만 27조가 넘는다.  

지금도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부동산PF 대출 부실을 경험한 적 있던 은행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당국이 규제를 강화한 영향도 있었지만, 쓰라린 기억에 PF대출 취급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나 여신전문금융회사와 같은 비은행 기관들은 장기간의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 호황 국면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PF 대출을 늘려왔다.

미분양이 나면 건설사들은 부동산PF 대출을 상환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건설사에 돈을 빌려준 중소 증권사나 저축은행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약한고리'로 지목되는 이들의 PF대출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한다. 그동안의 금융위기는 약한고리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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