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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남궁민 예민함 성공요인…끊임없이 파고들어"

등록 2023.11.29 06: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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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김성용 PD…'검은태양' 이어 흥행

올해 MBC 드라마 유일한 히트작

남궁민과 두번째 호흡…"예술의 경지"

안은진 미스캐스팅·교체 논란 해명

"차기작, 남궁민과 또 한다면 영광"

김성용 PD

김성용 P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김성용 PD는 배우 남궁민(45)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검은태양'(2021)과 최근 막을 내린 '연인'으로 MBC 드라마 부흥을 이끌었다. 남궁민은 SBS TV '천원짜리 변호사'(2022)까지 포함하면 3연타 흥행이다. 하지만 작품이 잘 될수록 잡음도 들려왔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호평 속 조기종방했는데, 남궁민이 예민할뿐 아니라 극본·연출 등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 PD는 연인 흥행 비결도 "이러한 예민함 덕분"이라고 짚었다.

"(남궁민씨는) 나랑 작업할 때도 예민함이 확실히 있다. 그게 성공 요인이다. 그 예민함에서 집중도가 발휘되고, 끊임없이 파고든다. 예술가적 예민함이 있는데, 연기도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극본, 연출에 관여하기보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극본과 연출에 충실하려고 하면서도 더 좋은 걸 찾는 집요함이 있다. '감독님 더 좋은 게 없을까요?'라고 하면 나 역시 반감이 없어서 '좋은데요'라며 받아들였다. 특정 신을 찍을 때 극본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쪽으로 고민했고, 이야기가 풍성해질 수 있도록 해줬다."

이 드라마는 병자호란의 병화 속으로 던져진 '이장현'(남궁민)·'유길채'(안은진)의 사랑과 고난 속 희망을 일군 백성들의 이야기다. 애초 24부작으로 기획했지만, 최근 시청 패턴을 고려해 20부작으로 줄였다. 최종 1회 연장해 막을 내렸다. 1회 시청률 5.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21회 12.9%를 찍었다. 극본을 처음 봤을 때 이야기가 힘있고 재미있어서 '성공하겠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남궁민 캐스팅은 "운명적"이라며 "캐릭터 주인이었다"고 돌아봤다. "검은태양 끝나기 전 이 작품 제안을 받았다. 극본을 보지도 않고 '일단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처음 극본을 읽었을 때 남궁민씨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심지어 잘 어울렸다. '이렇게 하겠지'라며 상상하면서 읽으니 더 재미있었다"면서도 "선뜻 제안하기 부담스러웠다. 운이 좋게 먼저 연락 와서 '작품 준비 중이냐. 궁금한데 보여줄 수 있느냐'고 해 극본을 건넸다. 3일 만에 연락 와서 '너무 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남궁민·안은진

남궁민·안은진


검은태양이 후반부로 갈수록 혹평을 받은 만큼, 이번엔 '더욱 완성도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파트1·2로 나눠 10회씩 두 달 간격을 두고 방송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파트1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공을 들였지만, 파트2는 후반부로 갈수록 생방송과 다름 없었다. "막바지 한 두 달은 끝나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다"며 "찍어도 찍어도 소화가 안 됐다"고 할 정도다. "처음 밀도와 완성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며 "어찌보면 파트1·2 목표점이 조금 달랐다. 파트1은 초반에 전국을 다니면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눈요기거리를 주고, 완성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 파트2는 캐릭터와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다. 후반부 완성도가 떨어질까봐 걱정했지만, 작가님 극본을 믿었다"고 털어놨다.

방송 초반 '안은진이 사극 톤과 안 어울린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미스캐스팅 논란까지 불거졌는데 "굉장히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1~2부만 보고 '안 어울린다' '사극에 웬말이야' 등의 반응이 나를 아프게 했다. 극본을 연출하려는 나의 디렉션대로 움직여준 게 컸는데, 배우까지 공격을 당해 굉장히 속상했다. '4부까지 보면 응원해줄텐데 싶었지만, 캐릭터를 비난하니 1~2주 현장 분위기가 많이 우울했다"고 했다.

파트1 엔딩은 여주인공 교체 논란의 불을 지폈다. 장현과 길채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마음을 확인했지만, 결국 다시 헤어졌다. 2년 뒤 장현은 심양에서 조선 포로들을 구해줬는데, 청나라 포로사냥꾼인 파란 복면의 '각화'(이청아)와 미묘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파트2 여주인공은 이청아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럴 의도도 없었는데 후폭풍이 컸다"며 "안은진씨와 이청아씨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원래 장현이 떠나고 길채가 지켜보는 엔딩이었다. 여운이 남지만 파트2 기대감이 부족할 것 같더라. 각화는 내 생각 이상으로 캐스팅됐고, 파트2에서 큰 역할을 했다. 작가님도 동의하고, EP, 배우 등 다 합의해서 '이 정도면 또 다른 이야기 시작을 기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장현과 길채 로맨스에 큰 걸림돌이 됐다. 그 자체로 연결해보면 의미 있어서 후회하지 않지만, 그때 반응이 너무 따가웠다. 식당 가도, 주변 친척들도 '왜 그렇게 끝냈냐'고 따지곤 했다."

MBC TV 예능물 '놀면 뭐하니?' 멤버들의 카메오 출연도 호불호가 갈렸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었다. 흔히 '성덕'이 된 느낌이었다. '무한도전' 키즈까지는 아니지만, 무도를 보면서 자랐다. 유재석, 하하 선배가 내 눈 앞에서 디렉션을 받고 연기해 설렜다"며 "연기적으로도 부족한 점이 없었다. 한 번에 '오케이' 할 정도로 집중력을 보여줬다. 출연자들이 너무 유명해 극 몰입도를 깨는 게 없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잘 녹았다. 서로 윈윈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인터뷰]"남궁민 예민함 성공요인…끊임없이 파고들어"


김 PD는 조연출 때 '계백'(2011) '화정'(2015) '옥중화'(2016)를 맡으며 쌓은 노하우를 발휘했다. 주인공이 가상 인물이지만, 17세기 조선을 다뤄 고증에 신경썼다. "현실감이 깨지면 몰입감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사극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자세다. "현대인이 사극 복장을 입고 연기하는 느낌이 될 수 있지 않느냐. 가급적 그 시대를 잘 보여주고 싶었다. 시대가 자연스럽고, 진짜 같아야 배우들의 연기에도 집중도가 생기는 것"이라며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길채와 장현을 둘러싼 실존 인물도 있지 않았느냐. 자칫 고증을 따지지 않으면 중구난방이 될 수 있다. 인물과 시대 고증에 충실해야 시청자들한테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명장면으로 4부 엔딩인 '서방님 피하세요' 신을 꼽았다. "드라마 인기를 견인한 장면"이라며 "그 신이 그렇게 반응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동선이 복잡하고 액션도 있고, 멜로도 붙어야 해 '한 화면에 어떻게 구현할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욕심 내서 '이 장면 터질테니 잘 해보자'는 아니었다. 극본이 워낙 임팩트 있어서 시청자들한테 그만큼 전달됐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남궁민씨 집중력과 순간 바뀌는 표정 변화를 보고 놀랐다"며 "너무 뻔하지 않게, 세련되게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연인은 올해 MBC 드라마 중 유일한 흥행작이다. 남궁민은 검은태양으로 MBC 연기대상을 안은 데 이어 올해도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연인이 잘 됐지만, MBC 드라마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상태다. "사실 참 뼈아픈 이야기다. 검은태양 때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MBC 드라마가 다시 위상을 찾고, 내년엔 더 풍성한 작품이 치열하게 경쟁해 볼 거리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물론 상이 주어지면 영광이고 기분 좋다. 어떤 드라마든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느냐. 다들 성과를 냈고, (연인 후속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도 스타트가 좋다. 다른 드라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차기작도 남궁민씨와 하냐고? '두 번 다시 보지 말자'고 했다. '더 이상은 안 봐도 될 것 같다'며 지긋지긋해 하다가, 다음 작품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로 잘 알아서 합이 좋다. 남궁민씨가 '또 해주겠다'고 하면 영광이다. 또 다시 좋은 작품이 있으면 제안할 것 같다. 배우가 또 다른 캐릭터로 영혼을 갈아 넣어서 만들고, 나 역시 자극 받아서 최선을 다해 연출하고 싶다. 시청자들이 기시감 느낄 만한 게 없다는 전제하에 할 수 있다면 영광이다. 검은태양 때도 못할 작품이 없다고 했는데, 연인은 더하더라. 다음 작품은 연인보다 더한 게 찾아오지 않을까. 하하."
[인터뷰]"남궁민 예민함 성공요인…끊임없이 파고들어"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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