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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급 의료기기' 혈당측정기가 중고장터에…"매우 위험"

등록 2024.01.11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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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비 제도의 모순…환자 직접 구매·환급"

"항암제보다 어려워…의료진 수가 신설해야"

[서울=뉴시스]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관리체계의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췌도부전 당뇨병 환우의 팻말. 2024.01.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관리체계의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췌도부전 당뇨병 환우의 팻말. 2024.01.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당뇨병 환자가 쓰는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펌프 등은 고도의 위해성을 지닌 4등급 의료기기이지만 병원 밖에서 관리되고 있어 중고거래까지 되는 등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현 대한당뇨병학회 췌도부전당뇨병TFT팀장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관리체계의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몸에서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 '췌도부전 당뇨병'은 생존을 위해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중증 질환임에도 기기가 병원이 아닌 병원 밖에서 관리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들 기기가 요양급여가 아닌 '요양비'로 지급되는 현 건강보험 체계와 관련 있었다.

췌도부전 당뇨병에는 대부분의 '1형 당뇨병'과 일부 2형 당뇨병이 포함되는데, 예전에는 환자가 하루 4~10번 손끝을 바늘로 찔러 혈당을 측정했다. 최근에는 연속적으로 포도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를 다수 사용하고 있다. 패치 모양의 센서를 복부나 팔에 붙이면 실시간으로 혈당을 기구가 측정해서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방식이다. 연속혈당측정 기능과 연동해서 인슐린까지 주입해주는 인슐린 주입기(센서연동인슐린펌프)도 있다.

이들 기기의 구입과 관리는 요양비 제도로 인해 병원 밖에서 관리된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요양비 제도를 이용하면 일반적인 요양급여 제도에서처럼 환자가 기기를 구입할 때 환자부담금 정도만 내는 게 아니다. 처방전을 토대로 필요한 의료기기와 치료재료를 직접 구입한 다음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첨부,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일정비율 금액을 환급받아야 한다.

김 교수는 "기기가 병원 안이 아닌 병원 밖에서 관리되고 있음을 말한다"며 "인슐린 펌프의 경우 사용 시작하기 위해선 환자가 회사에 직접 전화해서 따로 약속을 잡아야 하며, 병원이 아닌 곳에서 펌프를 착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기기는 의료진 개입 없이 환자가 스스로 하기 매우 어려운 기기로, 잘못 세팅된다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항암제 주사제나 항생제보다 의료진 개입이 필요하다"며 "병원 밖에서 처방됨에 따라 중고거래까지 되는 등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 의료기의 처방률도 낮은 실정이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인구는 1형 당뇨병 인구의 10.7%,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되는 인슐림 펌프를 사용하는 인구는 1형 당뇨병 인구의 0.4%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은 췌도부전 당뇨병 환자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합병증 발병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커서 관리가 시급함에도 최신 의료기기 사용 비율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들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의료진의 전문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함에도 관련된 의료수가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술을 하는데 재료값만 환자에게 일부 보험 해주고 의사가 수술하는 행위에 대한 비용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아무 수가가 없기 때문에 의료진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기기를 처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인슐림 펌프의 가격이 높고 렌탈 제도가 없다는 점도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이다"며 "인슐린 펌프는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나 현재는 5년에 한 번 급여 지원이 돼 한 번 펌프를 구매하면 5년 새 더 좋은 기기가 나와도 변경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의료기관의 책임있는 관리 영역 밖에서 사용돼 결과적으로 혈당관리 효과를 못보고 건강보험 재정만 낭비한다"며 "우리나라도 기기 값만 지원해줄 게 아니라 치료·관리 수가를 제정하고 요양비 제도가 아닌 요양급여 제도로 변경하며, 렌탈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급여 지원 대상도 나이가 아닌 질환의 중중도에 따라 구별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최근 소아 당뇨 치료로 고통을 받던 일가족이 충남 태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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