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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단기성과주의 논란…금융당국 "조직문화 개선 유도"

등록 2024.03.02 15:00:00수정 2024.03.02 16: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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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홍콩ELS 사태 원인은…"수수료 등 은행 단기수익 추구 탓"

"은행 경영진 임기 3년 내에 성과 내야 하는 경영전략 문제있어"

"고객 위한 조직문화·영업관행 안착 필요…경영진·이사회에 의견 개진"

[홍콩=AP/뉴시스] 10일 홍콩 시내에 있는 은행에 설치된 주가지수 전광판 앞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2.01.10

[홍콩=AP/뉴시스] 10일 홍콩 시내에 있는 은행에 설치된 주가지수 전광판 앞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2.01.10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의 단기성과주의를 소비자 권익 저해 요소로 보고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에 이어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서도 단기성과주의에 따른 불완전판매 폐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은행 영업 관행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우선 팔고 보자'는 식의 은행 단기성과주의에 따른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은행의 영업관행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은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적용하는 등 단기수익 추구에 급급하다"며 "DLF 사태 이후 관련 제도를 개선했으나 여전히 단기성과주의에 대한 조직문화가 잘 바뀌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DLF 사태 이후 KPI 제도가 조금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기계적·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며 "은행 직원들이 진정성 있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와 영업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를 만나 관련 의견을 전달하는 등 영업관행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 단기성과주의에 따른 불완전판매 논란은 2019년 DLF 사태 때부터 불거졌다.

당시 은행들은 KPI에서 금융상품의 영업 배점을 높이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수수료 수익을 추구했고, 이에 따라 은행 창구에서는 적합성과 설명의무 원칙이 위배된 불완전판매가 횡행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은행장의 단기성과 경영전략이 불완전판매의 근본적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년이라는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고,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경영전략 때문에 불완전판매 사태가 터지는 것"이라며 "경영진들은 임기 후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2020년 금융당국은 단기성과주의에 따른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비예금상품 모범규준'을 마련해 KPI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우선 모범규준을 통해 특정 비예금상품(DLF·ELS 등) 판매실적을 성과지표로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했다. 또 불완전판매를 성과평가시 감점요소로 반영하고 그 비중을 확대했다. 고객수익률 등 고객만족도 항목도 성과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금감원의 점검 결과, 여전히 은행들은 KPI 배점에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상품 실적을 대거 포함하는 방식으로 ELS 판매를 확대하고 있었다. KPI에서 ELS 점수 비중은 전체 중 30~40%나 됐다.

아울러 평가가격이 기준가격에 미달해 조기상환을 할 수 없는 고객들에 대해서도 약정 수익률 5%를 적용해 KPI 점수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러한 구조는 은행 직원들의 ELS 상품 판매를 더욱 부추기는 요소가 됐다.

금융당국은 KPI제도 개선안이 아직도 은행권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KPI을 법·규정으로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세부 내용을 모두 모범규준으로 정하는 것도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당국이 기업의 직원 평가제도를 직접 개입하는 것 역시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분이 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KPI는 은행의 경영전략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며 "예를 들어 은행이 이자이익 확대라는 경영전략을 수립했다면, 우선 KPI에 이자이익 배점을 높이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영업방식을 유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KPI 방향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틀을 규정짓는 건 경영개입일 수 있어 위험하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모범규준으로 KPI를 제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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