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軍犬 민간분양 현장 가보니… 동물사랑-애국심 가득

등록 2015.04.24 09:11:54수정 2016.12.28 14:54:3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춘천=뉴시스】박혜미 기자 = 22일 강원 춘천시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대장 장준규) 예하 군견(軍犬)교육대에서 은퇴한 군견 34마리를 민간에 무상 양도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은퇴견을 양도받기 위해 참석한 이현근(60·경기 파주)씨가 추첨을 통해 새 가족이 된 셰퍼드종 '데니스'와 첫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2015.04.22.  fly1225@newsis.com

【춘천=뉴시스】박혜미 기자 = 22일 강원 춘천시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대장 장준규) 예하 군견(軍犬)교육대에서 은퇴한 군견 34마리를 민간에 무상 양도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은퇴견을 양도받기 위해 참석한 이현근(60·경기 파주)씨가 추첨을 통해 새 가족이 된 셰퍼드종 '데니스'와 첫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2015.04.22.  [email protected]

【춘천=뉴시스】박혜미 기자 = 지난 22일 처음으로 열린 은퇴 군견(軍犬)들의 입양 행사 이후 군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견에 대한 다양한 사연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한 입양인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입양한 군견과 하루를 함께 한 소감을 밝힌 글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함께 강원 춘천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대장 장준규) 군견교육대를 찾아 2살된 레브라도 리트리버 '윤민'을 입양했다.

 그는 '윤민'이 애교도 많고 말도 다 알아듣고 대소변도 알아서 가린다며 "이렇게 영리한 개는 처음이다. 영화에서 보던 개들을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이 녀석이 유일하게 폭발물 앞에서 짖는다는데 집에 와서 면도용 거품 스프레이 통과 살충제 통 앞에서 짖더라"며 "내가 치우면 굉장히 좋아한다"며 특별한 즐거움을 표현했다.

 경기 파주에서 아침 일찍 차를 달려 춘천 군견교육대를 찾은 이현근(60)씨는 올해 초 TV를 통해 은퇴 군견 분양 소식을 접하고 꼭 당첨되고 싶어 편지도 쓰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이씨는 "그간 안락사를 당했던 은퇴 군견들을 민간인에게 분양해 여생을 함께 살 수 있게 해준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든 한 마리 분양받아 남은 생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나라를 위해 일하던 애들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군에서는 엄격한 심사끝에 50명을 선정했고 이 중 34명이 참석해 제비뽑기 방식으로 군견들을 지정받았다. 이날 이씨는 독일산 셰퍼트 종인 '데니스'와 한 가족이 됐다.

 그는 "'데니스'와 함께 남은 여생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평소 반려견을 자식같이 여기는 만큼 잘 돌봐주면서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춘천 제1야전군 군견교육대는 49년간 군견들을 길러냈지만 사회로 내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년 전만 해도 군견들은 평균 8살이 되면 은퇴와 함께 안락사에 처해지거나 수의대학 실험용으로 보내졌다. 

【춘천=뉴시스】박혜미 기자 = 22일 강원 춘천시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대장 장준규) 예하 군견(軍犬)교육대에서 은퇴한 군견 34마리를 민간에 무상 양도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문상혁(22)일병이 자신이 담당했던 군견 '피트'와 헤어지며 아쉬워하고 있다. 2015.04.23.  fly1225@newsis.com

【춘천=뉴시스】박혜미 기자 = 22일 강원 춘천시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대장 장준규) 예하 군견(軍犬)교육대에서 은퇴한 군견 34마리를 민간에 무상 양도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문상혁(22)일병이 자신이 담당했던 군견 '피트'와 헤어지며 아쉬워하고 있다. 2015.04.23.  [email protected]

 군견들은 군견교육대에서 태어나고 자라 생후 9~12개월부터 테스트를 통해 강도높은 훈련을 받게되며 이 중 합격해 정식 군견이 되는 경우는 25%가량이다 4마리 중 3마리꼴로 탈락해 안락사 등에 처해졌다.

 군견으로 끝까지 나라를 위해 명예롭게 죽어야 한다는 이유, 사회에서 살게 되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였지만 미국에서는 은퇴한 군견들을 민간에 입양하고 있다.

 이후 2013년 뒤늦게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안락사가 금지됐고 지난 1월 군수품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민간인에게 무상 양도하게 됐다.

 첫 양도행사가 열린 지난 22일은 은퇴 군견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기쁨과 환영의 날인 동시에 군견병들에게는 자신과 함께 해 온 '전우'를 보내는 이별의 날이기도 했다.

 군견교육대 문상혁(22) 일병은 지난 수 개월간 함께 하다 팔목 부상을 당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독일산 셰퍼트종 '피트'와의 이별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피트'가 새 가족과 차량에 탑승할때까지 함께하며 '피트'에 대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피트'는 차량을 오래 타면 멀미를 합니다. 2~3시간 가량 계속 차를 타면 토하니까 가시는 도중에 휴게소에 꼭 들러 찬 바람을 쐬게 해 주십시요"라고 당부했다.

 또 이날 분양된 군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말리노이즈 종 '캐리'는 12살로 불과 2, 3주 전까지 현역에서 근무한 유능한 탐지견이었다.

 신호림(21)이병은 "입대해 처음 파트너가 된 군견이 '캐리'였는데 그동안 작전도 많이 수행하고 시범견으로도 활동하는 등 유능한 군견이었다"고 말했다. 또 "아쉽다기보다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과 간식 먹으면서 지내게 됐으니 기쁘다"고 말하면서도 멀어지는 '캐리'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춘천=뉴시스】박혜미 기자 = 22일 강원 춘천시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대장 장준규) 예하 군견(軍犬)교육대에서 은퇴한 군견 34마리를 민간에 무상 양도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한 장병이 은퇴견 가운데 12살로 나이가 가장 많은 말리노이즈 종 '캐리'를 안아주고 있다. 2015.04.22.  fly1225@newsis.com

【춘천=뉴시스】박혜미 기자 = 22일 강원 춘천시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대장 장준규) 예하 군견(軍犬)교육대에서 은퇴한 군견 34마리를 민간에 무상 양도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한 장병이 은퇴견 가운데 12살로 나이가 가장 많은 말리노이즈 종 '캐리'를 안아주고 있다. 2015.04.22.  [email protected]

 이날 눈에 띄는 군견 한마리가 새 가족을 만나게 됐다. 셰퍼드와 진도견 믹스종인 '반도'는 이제 1살 갓 넘은 어린 강아지로 MBC '진짜사나이' 프로그램에서 가수 헨리가 담당했던 군견이다. 당시 '우울증 걸린 군견'이라며 군견 양성견 적격 심사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결국 군견이 되지 못한 '반도'는 이날 새 가족을 만나는 첫 대면 자리에서 꼬리를 숨긴 채 잔뜩 겁에 질려 주위 눈치를 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1야전군사령부 군견교육대에서 관리하고 있는 군견은 181마리였고 이 중 101마리가 노화하거나 탐지능력이 떨어져 퇴역을 준비중이었다. 지난 22일 군견 50마리를 양도할 예정이었지만 34마리가 반려견으로 새 삶을 찾아 떠났다.

 앞으로 군견교육대에서는 분기별로 10여마리의 군견들을 민간인에게 무상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을 받기 위해서는 가정 환경을 비롯해 군견들을 끝까지 보살펴 줄 수 있는지 엄격한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서보현 군견교육대장은 "개는 사람이 준 애정보다 훨씬 더 많은 충성심을 보여준다"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난 49년간 좋은 혈통을 이어온 군견들인만큼 꾸준히 의사소통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간 장병들과 함께 동거동락했던 은퇴 군견들이 새로운 곳에서 남은 생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