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전 사장, 김강유 김영사 회장 고소한 까닭은?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박은주(58·사진) 전 김영사 사장이 지난 23일 김강유(68·김정섭에서 개명) 김영사 회장을 350억원 배임·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강유 김영사 회장은 동국대 불교학과 출신으로, 백성욱 전 동국대 총장으로부터 금강경 독송 수행법을 배운 제자로 알려져 있다.
박은주 전 김영사 사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출판 CEO로 '출판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그녀 역시 백성욱 전 동국대 총장의 제자로, 날마다 금강경을 독송하는 불자였다.
강원도 인제 출생인 박 전 사장은 이화여대 수학과와 미국 뉴욕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9년 평화출판사에 입사하면서 출판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2년 김영사의 창업주 김정섭 당시 사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김영사로 이직했다. 김영사 편집장으로 일하던 1989년, 31세의 어린 나이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출판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사장 취임 6개월만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자서전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펴냈다. 이 책이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100만부 이상 팔린 책)에 등극하면서 '출판계 미다스의 손'으로 떠올랐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1994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2009년), '정의란 무엇인가'(2010년), '안철수의 생각'(2012년) 등 대형 베스트셀러들을 출간하며 성공신화를 썼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해 5월 전격 사퇴했다. 당시 표면적인 이유는 '출판유통과 관련한 회사 내부 문제와 사재기 의혹에 대한 책임'이었으나, 일각에서는 김강유 회장과의 갈등과 경영권 다툼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4월 김영사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 회장이 25년 만에 현직으로 복귀하면서 박 전 대표를 출판 기획 외의 업무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사장이 언론 및 외부와 접촉을 끊으면서 의혹만 무성했다.
그런 그녀가 대표직에서 사퇴한 후 1년 2개월만에 침묵을 깼다. 지난 23일 김강유 김영사 회장을 총 350억원 규모의 배임과 횡령·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의 사퇴 이후 김영사 최대 주주는 김강유 회장으로 바뀌었다. 김영사 전체 주식의 69.1%에 해당하는 83만8600주를 보유한 김 회장이 최대 주주다. 이어 기타 23.98%(29만1000주), 김충섭 씨와 김경섭 씨가 각각 3.46%(4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사퇴 전에 40.26%(48만8600주)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었다. 이어 김강유 사장이 28.84%(35만주), 기타 23.98%(29만1000주), 김충섭 씨 3.46%(4만2000주) 김경섭 씨 3.46%(4만2000주) 순으로 지분을 갖고 있었다.
고소장에서 박 전 사장은 김 회장이 종교 수행에 전념,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서도 30억 원을 받아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또 고소장을 통해 김 회장이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채권 회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김영사 자금 30억여 원을 빌려줘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회장 형인 김경섭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한국리더십센터(KLC)'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기업 규모가 변경됐으며 수년 째 적자 상태다. 김경섭 씨와 출판사 김영사가 각각 41.01%, 1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 전 사장은 27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사에 재직하던 1984년부터 2003년까지 20여 년간 김 회장이 차린 법당에서 숙식하며 출퇴근했다고 밝혔다. 당시 월급, 보너스, 주식배당금 등 자신이 번 돈 28억원을 김 회장에게 바쳤고 법당에서 주는 월 20만원으로 생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김 회장 측도 박 전 사장을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맞고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사 관계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횡령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다 갖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다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박은주 전 사장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의 고소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직 확인이 안 됐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고는 들었는데, 어떤 사항에 대해 접수한 것인지 확인된 바가 없다. 그 부분을 알아야 다음 단계를 진행할텐데, 인지한 게 없다. 내부적으로 고문 변호사와 협의 중이다. 아직 회사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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