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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변상벽 생생 동식물 그림, 간송문화전 '화훼영모' 개막

등록 2015.10.23 14:24:26수정 2016.12.28 15: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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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홍도 '황묘농접'

【서울=뉴시스】김홍도 '황묘농접'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생생하다. 긴 꼬리를 올리고 날아드는 검은 나비, 고개를 홱 돌려 바라보는 노란 고양이에서도 멈칫하는 호흡이 전해진다. 나비의 희롱일까, 장난일까. 고양이는 바짝 약이 오른 모습이다. 연록색풀과 바위 밑에 패랭이 꽃이 활짝 피어난 파스텔 톤 화면은 꿈속처럼 몽롱하다. 보송보송해 보이는 고양이 털은 만져보고 싶을 정도다.

 봄날, 평화로운 풀밭에서 일어난 찰나의 순간을 사진 캡처하듯 잡아낸 단원(檀園) 김홍도(1745~1806)의 '황묘농접(黃猫弄蝶)'이다. 환갑이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려진 그림으로 전해진다. 고양이는 일흔 노인, 나비는 여든 노인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장수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그림의 정취와 아름다움까지 빼어나 아마도 최고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2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송 문화전' 5부 전시가 개막했다.

 '화훼영모(花卉翎毛)-자연을 품다'를 타이틀로 고려 공민왕(1330~1374)에서부터 신 사임당(1504~1551), 정선(1676~1795), 신윤복(1758~?)에 이르기까지 500여년의 각 시기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 90여점이 나왔다.

 '화훼영모'란 이번 전시의 대표작 '황묘농접'처럼 꽃과 풀, 날짐승과 길짐승 등 동식물들을 소재로 하는 그림을 말한다. 전통시대 화훼영모화는 산수화나 인물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꽃과 새, 곤충과 물고기들은 자연의 일부임과 동시에 우주만물의 섭리가 함축된 존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서양화처럼 자극을 주지는 않아도 볼수록 은은하게 마음으로 배어들고 세밀한 털을 묘사한 영모 그림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터럭이 손에 잡힐 듯 아직도 살아있다.

 간송(澗松) 미술관이 수장하고 있는 동식물 그림 중에서 각 시기를 대표하는 그림만을 가려낸 이번 전시는 그림을 통해서 550년에 걸친 시대정신과 기법 차이를 한 눈으로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 그림이 지닌 아름다움과 그림 속에 담긴 선조들의 이상과 욕망, 삶의 지혜까지도 엿볼 수 있다.

 간송문화전의 올해 마지막 기획전이다. 간송문화전 1부는 '간송 전형필', 2부는 '보화각'이라는 주제로 각각 꾸며졌고, 3부 '진경산수화' 전시에는 우리 강산 고유의 아름다움을 사생한 진경시대 산수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올해 10월에 마친 4부 전시는 '매난국죽'을 주제로 군자의 성품과 몸가짐을 연상케하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서화들이 대거 출품되었다.

【서울=뉴시스】변상벽'자웅장추'

【서울=뉴시스】변상벽'자웅장추'

 DDP에서 3년간 기획전을 계약한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더 자주, 더 오래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을 느낄 수 있게 전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내년에 여는 6부 전시는 '첨단을 입은 한국화'전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간송의 소장품들이 미디어 영상작품과 함께 관람객에게 말을 건네는 전시로 꾸며진다"고 전했다. 한국화를 어려워하는 대중과 더욱 가까이 소통한다는 취지다.

 간송문화전은 지난해 3월 76년만에 성북동을 나와 DDP에서 열고 있는 첫 외부전시다. 관람객은 늘었지만 '진짜 관객'들은 오래된 그림처럼 간송미술관 풍경이 그립다는 반응이 많다.

 50~60대 관객들은 "1년에 딱 두번, 봄과 가을 각 2주씩만 전시를 해 길게 늘어선 관람객으로도 화제가 되지 않았느냐"면서 "더 넓고 더 큰 유리관에서 맞이하지만, 좁고 북적거리는 간송미술관에서 보는 맛과는 다르다"고 아쉬워했다. '화훼영모전'은 내년 3월2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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