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vs배우] '귀요미' 류승범·'애잔미' 박해수…'남자충동'

【서울=뉴시스】류승범, 연극 '남자충동'의 '장정'. 2017.03.01.(사진 = 프로스랩 제공) [email protected]
"나? 나 이름이 장정이여. 이! 장! 정! 튼튼허고 기운좋은 으른 되라고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여. 이장정. 나가 좋아허는 사람이 있는디 말여. 그기 '꼴레오네'여. 영화 '대부'으 '알 파치노'여~."
건들건들거리며 얼굴로 폼을 잡는 '이장정'이 13년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와 '조폭'의 최후를 보여준다. 누구보다, 무엇보다 가족을 최고로 여기는 이장정이 주인공이다.
영화 '대부' 알 파치노 브로마이드가 걸린 다디미방이 시대를 보여준다. 1990년대 전남 목포 일본식 가옥으로, 한때 야쿠자 두목이 첩과 살았던 집이다. 장정은 이 집에서 노름꾼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과 업어키운 여동생과 함께 산다.
'장정'을 맡은 배우 류승범(37)과 박해수(36)의 '상남자 대결'로 대학로가 뜨겁다. 날 것의 터프함과 애교의 귀여움을 뿜어내는 류승범이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뚜렷한 이목구비로 수컷내를 물씬 풍기는 박해수는 페이소스가 짙다. 데뷔 20년을 맞은 조광화 연출이 "캐스팅이 어려운 캐릭터인데, 복 받았다"고 극찬한 두 배우의 연기를 뜯어봤다. 맨발의 배우들이 쏟아내는 '남자충동'은 한국사회에서 남자 폭력의 뿌리를 캐나가는 연대기라 할 만하다.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는 진리와 거친 남자의 얇은 속내를 드러낸다.
◇'거칠지만 귀여운' 류승범

【서울=뉴시스】박해수, 연극 '남자충동'의 '장정'. 2017.03.01.(사진 = 프로스랩 제공) [email protected]
먹고 살기위해, 뺏고 빼앗는 삶의 무게속에 발버둥치는 장정, 배우 류승범은 갓잡은 도미처럼 무대를 휘젖는다.
"사내는 말여~ 자고로 심이여. 사내는 세상에 태어나 성공혀야 허는디, 두 길이여. 하나는 합법적으루다 나라 대통령이나 회사 오너 되는 거이고 둘로는 조직으 보스가 되는 거인디."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쳐내는 그는 진정 '목포 남자'같다. 독백이 많은 무대에서 '사투리 소리'는 그 자체로 장정을 보여준다. 강한척 하지만 두려움에 떠는 처량한 심장 소리같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높게 거칠게 내뱉는 소리는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의지가 묻어난다.
류승범은 데뷔작인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비롯해 '품행제로' 등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화려한 시절' 등을 통해 '양아치 전문배우'로 통했다. 하지만 이번 연극에서 배우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벽에 걸린 대부 '알파치노'와 오버랩될 정도다.

【서울=뉴시스】류승범, 연극 '남자충동'의 '장정'. 2017.03.01.(사진 = 프로스랩 제공) [email protected]
◇'우직하지만 애잔한' 박해수
박해수의 '장정'은 우직하다. '됴화만발' '프랑켄슈타인' '오이디푸스' '유도소년' 등을 통해 남성적인 매력을 과시한 그는 이번 무대에서 강한 척 하지만 한없이 약한 것들로 점철된 장정에 연민을 부여한다.
삶의 무게를 어떻게든 이기려고 힘써보고 그것이 곧 이뤄질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정작 꿈은 아득하게 점점 멀어지니 그 격차의 진동이 전달되는 객석의 울림은 크다.
일단 외모로 제압한다. 조폭 드라마이자 수컷 이야기인 이 연극에 딱 어울린다. 영화 '마스터'의 진 회장의 무모한 심복,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형사로 변신했던 그는 '강한 남자'의 풍모를 그대로 전한다.

【서울=뉴시스】박해수, 연극 '남자충동'의 '장정'. 2017.03.01.(사진 = 프로스랩 제공) [email protected]
애잔한 '장정'을 담아내는건 박해수의 목포 사투리다. 사투리의 성조가 전반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는데,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엄격함을 갖고 있지만 어떻게든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장정의 여린 마음을 전달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박해수의 맨발이다. 허둥지둥, 우왕좌왕하지만 결심이 설때 바닥을 턱 딛은 발은 말보다 울림이 크다. 바지 주머니에 넣은 손과 달리 두텁고 우직한 '하얀 발'의 분주한 움직임은 수컷의 애처로움을 전한다.
여동생 달래의 손에 쥔 일본도에 찔려 죽음을 맞는 마지막 장면. 박해수 장정의 배에서 붉은 꽃잎이 내뿜어져 나오는 순간은 압권이다. 가늠할 수 없는 우리에 갇혀 어쩔 줄 몰라 두려워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 했던,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랑할 줄 몰랐던, 한 남자. 그래서 끝까지 거칠게 대사를 쏟아내는 박해수는 애처롭고 어리석은 남자, 수컷의 허무함을 온 몸으로 전한다. 26일까지 대학로 TOM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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