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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릴보이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덜 엄격하게"

등록 2020.12.24 08: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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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9' 우승자

2011년 힙합듀오 '긱스'로 데뷔

대중적 힙합 평가절하 딛고 기량 인정받아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쇼미더머니 9 우승자 래퍼 릴보이가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2.2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쇼미더머니 9 우승자 래퍼 릴보이가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2.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쇼미더머니9' 우승 덕에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덜 엄격하게 됐어요."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쇼미9)에서 래퍼 릴보이(29·오승택)가 우승한 일은 힙합계 변화의 상징 중 하나다.

릴보이와 루이(30·황문섭)가 속한 힙합듀오 '긱스'는 지난 2011년 데뷔, '오피셜리 미싱 유(Officially Missing You)' 등을 히트하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멜로디컬하고 감성적인 요소 등 상업적 대중음악 색을 띠고 있다며 힙합계에서 평가절하됐고,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독보적인 랩 스킬을 보유한 릴보이는 지난 10월 첫 방송한 '쇼미더머니9'가 이달 18일 종방할 때까지 부침 없이 안정된 기량을 과시하며 '진짜 힙합'의 스펙트럼을 넓혀냈다. 지난 2015년 '쇼머더머니4' 출연 이후 5년 만에 재도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23일 오후 성수동에서 만난 릴보이는 "힙합은 '솔직하게 음악하기'"라고 말했다. "인생의 굴곡을 그대로, 과감 없이 드러내는 분도 있고, 저처럼 인생의 고난이 없어도 느끼는 감정과 하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래퍼도 있죠."

사실 음악을 하든 무엇을 하든 20~30대들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는 있다. "감격적이거나, 성공시대 같은 느낌은 없어도 감성적으로는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쇼미더머니9' 파이널에서 들려준 경연곡 '크레디트(CREDIT)'는 릴보이의 장점을 모두 녹여낸 동시에, 그런 공감대를 형성한 곡이었다. 이번 시즌에서 릴보이가 속한 팀의 프로듀서인 자이언티와 기리보이 그리고 대세 힙합가수 염따까지 피처링으로 가세한 '크레디트'는 대중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쇼미더머니 9 우승자 래퍼 릴보이가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2.2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쇼미더머니 9 우승자 래퍼 릴보이가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2.24. [email protected]

릴보이는 '다이나믹 듀오와 슈프림팀, 에픽하이의 아들'을 자처한다. "한국에서 자라난 사람들이라면, 외국 힙합을 많이 접하지는 않잖아요. 한국 뮤지션들 음악으로 시작을 하고, 마니악한 음악을 듣게 되는 거죠."

외국 뮤지션들도 물론 좋아한다. 대표적인 예가 퍼렐 윌리엄스와 그가 속한 프로젝트 힙합팀 '엔이알디(N.E.R.D), 그리고 칸예 웨스트다. 특히 양극성 장애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웨스트를 요즘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웨스트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요. '쇼미더머니9'에 출연하면서, 제 자신에 대해 더 탐구하게 됐어요."

"우리가 10년 뒤에도 음악을 하고 있다면 / 과연 없어질까 너와 내 Problems / 난 모두가 잘 되길 빌어 / 이 말이 거짓말 같다 해도 / 확실한 건 더 이상 상처를 주기 싫어"

'내일이 오면'이 '쇼미더머니9' 경연에서 가장 솔직한 무대였다. "저의 과거에 대해 마주한 이야기였어요. 1주일 동안 비트를 틀어놓은 채, 아무것도 쓰지 않고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한 뒤 가사를 썼죠."

10대 초반, 뉴질랜드에서 2년 간 유학하기도 한 릴보이는 학창시절에 모범생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취미 삼아 나간 학교 축제에서 랩을 하면서 더 흥미를 느꼈다.

드렁큰 타이거, 다이나믹 듀오, 슈프림팀의 반주음원(MR)을 찾기 위해 인터넷 카페 '정글 라디오'에 가입했고 또래의 네댓명을 만났다. 그 중에서 자신과 루이만 서울에 살고 있어 자주 만났고 결국 팀을 결성하게 됐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쇼미더머니 9 우승자 래퍼 릴보이가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2.2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쇼미더머니 9 우승자 래퍼 릴보이가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2.24. [email protected]

긱스의 동료 루이는 릴보이 우승 직후 소셜 미디어에 "이 못된 세상에서 가족을 지키는 일이란 배에 차오르는 물을 퍼내는 일과 같아서 그들이 노리는 우리의 구멍을 막아내고 항해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잠시 뭍에 들러 쉬며 배를 고쳐보는거야. 앞으로도 화이팅 행복하자"고 적었다.

릴보이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쇼미더머니9'는 성공적인 시즌으로 평가 받는다. 릴보이를 비롯 머쉬베놈, 미란이 등 힙합계의 다양성을 포용한 점도 그 중 하나다.

릴보이는 "출연자 개개인의 서사가 잘 드러났다"는 점을 이번 시즌의 성공 요소로 꼽았다. "(그루비룸이 프로듀싱한 곡으로) 머쉬베놈, 쿤디판다, 미란이, 먼치맨, 저스디스가 참여한 'VVS'가 그랬고요.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기리보이와 제 관계도 그렇고, 그런 것이 잘 묻어났어요."

무엇보다 '힙합에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를 보여줘서 좋았다. "사랑, 평화를 노래하는 곡들도 많잖아요."

릴보이는 기존에도 좋아하던 재즈 블루스를 최근에 많이 듣게 됐다. "하반기에 너무 달려와서 차분하게 해줄 무엇이 필요했는데, 재즈 블루스를 듣고 있으면 심신이 평안해져요. 흑인 음악을 공부할 수도 있고요. 또 영가(靈歌)이기도 하잖아요. 힐링도 받을 수 있죠."

이제 수많은 후배, 래퍼 지망생들이 릴보이와 그의 음악에 위로, 힐링을 받고 있다. 그는 음악을 막 시작한 후배들에게 "남의 잣대로 자신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쇼미더머니 9 우승자 래퍼 릴보이가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2.2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쇼미더머니 9 우승자 래퍼 릴보이가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2.24. [email protected]


"내 음악이 어떻게 보일까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세상이 자신의 음악에 등을 돌릴지언정 본인은 의심하면 안 됩니다. 본인이 의심하는 순간 진짜 끝이에요. 저 역시 스스로를 의심해서 정서적으로 불안해졌던 것 같아요."

한동안 자신에게 무척 엄격했다는 릴보이는 그래서 나오지 않은 음악들도 상당수라고 털어놓았다. 제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다고, 좋은 것을 스스로 속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쇼미더머니9' 덕에 객관화가 많이 됐죠. 많은 분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제 위치가 어느 정도에 있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릴보이는 '리틀 보이(Little Boy)'의 줄임 말이다. 이제 릴보이를 '작은 거인'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오승택(본명)이 릴보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는지.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지금 만약 음악을 시작한다면, 그냥 오승택으로 할 거 같아요. 릴보이와 저는 완전 합일된 존재이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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