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전주 한옥마을?…상업화 가속에 껍떼기만 남았다
한옥마을 내부에 한옥아닌 일반 콘크리트 건물 다수
한옥모양 상가도 정작 일반 유원지와 비슷한 제품만
발길 몰리며 지속된 상업화…시 차원 깊은 고민 필요
![[전주=뉴시스] 강경호 기자 = 14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 한옥마을 일대의 거리를 걷는 관광객들 뒤로 한옥마을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이질적인 분홍색 콘크리트 건물의 오락 시설이 들어서 있다. 2025.03.14. lukeka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17/NISI20250317_0001793520_web.jpg?rnd=20250317161907)
[전주=뉴시스] 강경호 기자 = 14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 한옥마을 일대의 거리를 걷는 관광객들 뒤로 한옥마을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이질적인 분홍색 콘크리트 건물의 오락 시설이 들어서 있다. 2025.03.14. [email protected]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전북 전주시의 대표 관광지인 전주 한옥마을에서 몇 년 새 '한옥'이 점점 사라지며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 전주시의 관광사업을 지탱하고 있는 한옥마을이지만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의 제1관광지가 장기간의 상업화를 겪으며 그 본질이 훼손되고 있어 행정당국의 깊은 고심이 필요해 보인다.
◇'한옥마을'인데 '한옥'이 사라진다
지난 14일 오후 1시 전주 한옥마을. 평일인 금요일임에도 주말을 끼고 있고 쾌청한 날씨를 보이면서 내부 주차장은 빈 공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만큼 빽빽했다. 그만큼 한옥마을 일대를 둘러보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한옥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한옥마을'이라는 이름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의 건물들이었다.
분홍색으로 칠해진 콘크리트 건물은 1층에 사격장과 같은 오락시설이 들어서 있다. 인근에는 아예 오락실이라고 이름붙은 발광다이오드(LED)가 찬란한 현대식 건물 속 인형뽑기 기계 등이 자리했다. 한 잡화점은 상가 외벽을 아예 통째로 보라색으로 페인트칠한 곳도 있었다.
고개를 돌려봐도 여러 상가들 중 간판부터 내부 모습까지 한옥의 이미지를 간직한 곳은 극히 드물었다. 대다수 상가들은 노란색과 분홍색의 알록달록한 간판으로 방문객들을 유혹했다.
◇껍데기만 남은 한옥마을
발길을 옮겨 중심가로 들어가자 겉모습은 우리가 알던 한옥 모양의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건물 외형은 한옥이지만 정작 상가 내부는 한옥의 이미지와 판이하게 다른 매장들로만 즐비했다.
가장 큰 대로변에는 한옥 외형을 한 길거리 음식 판매점으로 즐비했다. 하지만 이들 판매점에서 파는 음식이 유달리 특별한 것들은 아니었다. 본래 경북 경주에서 처음 시작된 '십원빵' 매장이나 오징어 튀김, 구워먹는 치즈, 육전 등과 같은 여타 유원지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음식들이었다.
또 인근에서는 의상 대여점부터 시작해 일반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사주·타로 등을 봐준다는 점술집도 다수 있었다. 어떤 잡화점은 분명히 한옥마을에 있지만 한옥이나 전통문화와 관련된 제품은 단 하나도 구비하지 않았다. 캐릭터 키링이나 단순 액세서리만이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약 1시간 가량 한옥마을 일대를 둘러봤지만 한옥의 이미지를 간직한 곳은 경기전과 같은 국가 사적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우리놀이터 마루달'이나 공연이 진행되는 '트래디라운지' 정도였다.
정작 트래디라운지마저도 "국악 공연이 곧 시작하니 들어오세요. 무료입니다"라는 관계자의 말에도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이처럼 한옥마을은 점차 한옥의 색채를 잃어가며 남은 것은 한옥의 외관만 남은 '껍데기'로 전락한 상태다.
◇장기간 지속된 상업화가 한옥마을을 바꿨다
처음 한옥마을은 인근에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한 점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주민들과 상권이 조화롭게 모여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특색있는 관광지였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몰리게 된 한옥마을은 과도한 상업화가 진행됐다. 이로 인해 한옥마을은 과거와 같은 조화로운 모습과는 달리 한옥과 관계없는 상가들로만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런 상황이 지속됨에도 전주시는 지난 2022년 전주 한옥마을 지구단위 계획 변경으로 기존까지 제한됐던 2층 건물 증축 완화, 일식·중식·양식 등 전통음식만 가능했던 판매 음식 종류 완화 등을 시행했다. 이러한 정책들까지 겹치며 한옥마을의 상업화를 가속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옥마을을 몇 차례 찾았던 시민들도 과도하게 모여드는 상가들로 인해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경기도에서 전주시로 거처를 옮긴 주모(20대)씨는 "수도권에 살 때 봤던 한옥마을과 전주로 온 뒤 찾은 한옥마을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제 누가 한옥마을을 간다고 하면 추천하는 장소가 오직 먹거리와 관련된 곳밖에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고등학생 시절 처음 찾았던 한옥마을은 경기전도 좋았고 나름 고즈넉한 분위기를 띄었지만 지금은 너무 상업화가 됐다. 한옥의 정취를 찾기엔 이미 많이 전통과 멀어진 관광지가 된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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