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은행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

시중은행 1분기 소호 대출 연체율 평균 0.51%

지난 2015년 1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2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폐업한 상가. 2024.07.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국내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내수 부진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로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분기 기준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연체율은 평균 0.51%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0.43%) 대비 0.08%p 상승한 것으로 지난 2015년 1분기(0.59%)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치솟은 것은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하기에도 대출금리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고환율 등의 위기상황이 겹치면서 주머니 사정이 악화되고,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자영업자의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는 77로 전월(79)보다 2p 떨어졌다. 지난 1월 80에서 2월 77로 떨어진 뒤 3월 79로 상승했으나 다시 77로 하락한 것이다. 현재경기판단 CSI도 52에서 49로 내려갔다. 6개월 뒤 형편이 어떨지 내다보는 생활형편전망 CSI도 89로 전월과 변함이 없었다. 통상 4월에는 봄철 나들이 등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로 여겨지는데, 실제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생활형편과 경기는 얼어붙어 있는 셈이다.

경기가 어려워 아예 문을 닫는 자영업자는 급격하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지난해 11월에 비해 20만6000명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사정도 좋지 않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올 1분기 기준 평균 0.49%로 지난 2017년 2분기(0.83%)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4분기 0.04%에서 올 1분기 0.09%로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0.1%대를 밑돌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미 은행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비우량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인 상태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25조2094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4936억원 감소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치솟자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엄격하게 취급한 영향이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324조4671억원으로 전월 대비 4024억원 감소해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기조로 가뜩이나 자금 사정이 어려운 취약차주들의 자금난이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우선 연체나 폐업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해 금융지원에 나섰다. 무리하게 대출을 내주기 보다는 서서히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면서 자금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전국 은행 영업점에서는 지난 18일부터 맞춤형 채무조정을 해주는 '소상공인 119플러스' 접수를 시작했다. 연체 우려가 있는 소상공인의 사업자 대출을 대상으로 최대 10년간 장기분할상환과 금리감면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폐업 예정이거나 이미 폐업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저금리·장기분할상환 가계대출로 대환해주는 '폐업자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신규 사업자금을 공급해주는 '햇살론 119'도 이날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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