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롄커 "금서 작가로 보지 말아달라…문학은 망각에 저항하는 힘" [문화人터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차 내한
"인간·세계에 대한 걱정이 글쓰기의 힘"
"문학, 보이는 것 이외의 존재 조명해야"
"국제사보단 창의성 유지 문제 신경 써"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중국 옌롄커 작가가 11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호텔에서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번역문학원의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보 이 는 것 보 다 ( )' 를 주제로, 국내외 작가 19명이 함께하는 문학축제이다. 2025.09.1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11/NISI20250911_0020970419_web.jpg?rnd=20250911122219)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중국 옌롄커 작가가 11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호텔에서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번역문학원의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보 이 는 것 보 다 ( )' 를 주제로, 국내외 작가 19명이 함께하는 문학축제이다. 2025.09.11. [email protected]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차 내한한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옌롄커는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소설을 집필하는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47년째 글을 쓰는 원동력에 대해 "인간 개인과 역사적 곤경이 제 마음에 진한 고통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것들이 사라지면 저는 펜을 내려놓고 글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난 옌롄커는 루쉰상, 라오서문학상 등 중국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고,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서사' 등이 대표작으로, 중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려 금서(禁書)로 지정된 작품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나를 금서 작가로 보지 말아 달라.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내면을 표현하는 데 충실했을 뿐"이라며 "작가가 자기 내면에 충실하다는 것은 일종의 품격일 뿐만 아니라 예술의 가장 근본적 본질"이라고 말했다.
또 "금서가 곧 좋은 작품은 아니다"라면서 "수많은 금서들이 예술적으로 훌륭한 창작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무엇을 쓰고 무엇을 쓰지 말아야 하는지, 민감한 일인지 민감하지 않은 일인지는 제 글쓰기의 기준이 아니라 불필요한 고통일 뿐"이라고 했다.
옌롄커는 최근 중국에서 있었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대해서도 "관심도 없고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없었다"고 했다. 이번 열병식은 66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는 "국제적인 대사에 점차 소홀해지고, 심지어 완전히 무관심해지고 있다"며 "제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인생의 황혼길에 접어든 제가 어떤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제가 써 내는 소설이 독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여전히 창의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읽고 감응하는 독자들에게만 어떤 심미적 공명을 일으킬 수 있다"며 "문학이 국제적 대사에 일정한 의미를 갖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가 크게 자란 뒤에 가지가 하늘을 찔러 구멍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의 개막대담에서 소설가 옌롄커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5.09.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17/NISI20250917_0001945772_web.jpg?rnd=20250917123047)
[서울=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의 개막대담에서 소설가 옌롄커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5.09.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옌롄커는 올해 작가축제에서 한국의 역사, 특히 제주 4·3 사건을 오래 조망해 온 소설가 현기영(84)과 대담을 가졌다. 축제의 대주제는 '보 이 는 것 보 다 ( )'로,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보이는 것을 넘어 본질을 보다'와 '보이는 것을 보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두 거장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주제로 각국 역사의 상처와 아픔을 조명했다.
"역사에는 어떠한 이유도 필요치 않음을 밝히면서 인간과 인류가 인간과 인류인 이유를 깊이 새기고 있지요. 이렇게 분명한 각인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고통과 역사는 문학을 통해 기억되고 망각에 저항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문학의 중요한 의의입니다."
옌롄커는 소설가의 사명이자 임무는 보이는 것 이외의 존재, 보이지 않는 것들을 조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증오와 비방이 문학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고 하면서도 문학이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라고 했다.
옌롄커는 한국 문학에 관심이 많은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소설가 김애란을 한국의 작가 중 가장 좋아한다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그는 김작가에 대해 "인간의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살아있음의 가치를 잘 알고 표현하는 작가"라고 평하면서 "중국 동시대 작가들에 비해 보통 사람들 또는 하층 사람들의 삶의 고담함과 존재의 의의를 훨씬 더 잘 표현한다"며 김 작가의 작품을 즐겨 있는다고 했다.
옌롄커는 한국문학의 성취를 언급하며 아쉬움도 함께 드러냈다. 그는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비판과 모욕에 시달렸지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환호와 긍정적 평가로 이어졌다"며 "같은 사건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이는 데 탄식과 한숨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상이 아시아 문학을 세계 무대로 이끈 중요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단편소설집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 오랫동안 장편소설에 집중해 왔는데 최근에 갑자기 단편소설에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단편으로 썼던 군대서사와 농촌서사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떨치기 어렵군요."
![[서울=뉴시스] 소설가 옌롄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5.09.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17/NISI20250917_0001945770_web.jpg?rnd=20250917122858)
[서울=뉴시스] 소설가 옌롄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5.09.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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