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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놓고 있다 큰일 치를 뻔"…11분전 '심정지' 예측한 AI[빠정예진]

등록 2025.10.04 06:01:00수정 2025.10.04 08: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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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정상처럼 보인 환자, AI가 먼저 위험 감지

몇 분이 생사 갈리는 심근경색…8분 앞당겨 진단

고가 장비 없이 심전도로 '스마트폰 앱'에서 구현

'1~2분' 만에 판독…야간·휴일 전문의 공백 메워

[서울=뉴시스]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AI(인공지능) 심전도 분석 솔루션 'ECG 버디'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AI(인공지능) 심전도 분석 솔루션 'ECG 버디'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60대 남성 이모씨는 갑작스런 흉통으로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심전도(ECG) 파형은 겉보기에 큰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응급의는 혹시 모를 심근경색을 의심해 AI(인공지능) 심전도 분석 솔루션 'ECG 버디'(Buddy)를 함께 가동했다.

결과는 '심근경색 고위험'. 의료진은 환자를 모니터링하면서 자세히 관찰했고, 곧바로 심전도가 변하면서 심정지가 발생했다. 다행히 심정지를 대비해 준비를 해 놓은 상황이라 심폐소생술(CPR)과 막힌 관상동맥을 뚫는 시술이 빠르게 진행돼 환자는 위기를 넘겼다. 실제 위기 상황보다 'AI' 경고가 11분 전에 먼저 울렸다.

응급의학과에서는 환자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분 단위로 생사가 갈린다. 이때 'ECG 버디'가 1~2분 만에 심전도를 판독해 ▲급성 심근경색 ▲심부전 ▲고칼륨혈증 등 10개의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10여 종의 부정맥을 구별해 사용자에게 제시한다.

기존 심전도 기기 판독이 '파형의 특징 나열'에 그쳤다면, ECG 버디는 '질환·위험도 중심'으로 정보를 재구성해 임상 판단의 출발점을 앞당긴다. 겉으론 정상처럼 보여도 미묘한 파형 변화 속 위험 신호를 먼저 잡아내는 이유다.

심장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이 진행되면 불과 몇 분 만에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 올 수 있고, 치료가 지체되면 예후도 좋지 않게 된다. 이 병원은 AI 시스템 도입으로 심근경색 확진 시간을 평균 11분 줄일 수 있음을 확인한 바 있으며, 최근 내부 데이터 분석 결과 실제 병원 방문에서 시술까지 약 7.9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솔루션은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2021년 창업한 의료 AI 기업 '알피'(ARPI)가 개발했다. 김 교수는 응급의의 진료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친구처럼 항상 곁에 있는 AI를 목표로 삼아 스마트폰 기반 앱으로 구현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고가 장비 교체 없이 심전도 출력물을 촬영하거나 PC 화면을 캡처해서 쓸 수 있다는 '접근성'이 강점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제주대병원 등 60여 개 병원과 전산 연동을 마쳤고, 응급의학과를 중심으로 도입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규제와 임상 현장 적용도 속도를 내고 있다. ECG 버디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획득했고,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으로 선정돼 비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기계 판독상 정상처럼 보인 환자에서 AI가 위험 신호를 먼저 알렸다"는 응급실 사례가 다수 공유되고 있다.

알피는 글로벌 확장도 준비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510(k) 인허가를 목표로 임상 근거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 액셀러레이트'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있다.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게재되면 이를 근거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미국은 개별 심장질환 AI에 대해 높은 수가가 책정되는 만큼다중 바이오마커·부정맥 분류까지 가능한 ECG 버디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AI(인공지능) 심전도 분석 솔루션 'ECG 버디'를 사용한 그래프 모습.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AI(인공지능) 심전도 분석 솔루션 'ECG 버디'를 사용한 그래프 모습.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우리 의료현장은 중환자·응급 인력난과 병상 부족으로 시스템 부담이 커진 상태다. 특히 필수의료 인력이 고갈되는 의료취약지에서는 야간·휴일은 물론 주간에도 전문의 판독 공백이 잦다.

이때 몇 분 내 어디서나 시행 가능한 심전도(ECG)와, 파형을 스마트폰으로 촬영만 해도 위험도를 산출하는 ECG 버디의 조합은 진입장벽이 낮고 대응 속도가 빠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해주는 AI의 존재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안전망이 된다.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알피 대표)는 "ECG 버디는 의사의 경험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결정을 앞당기는 임상 파트너"라며 "골든타임에서 1분의 차이가 환자의 생사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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